‘낙태죄’ 되살린 정부, “명백한 역사적 퇴행” 반발

‘낙태죄’ 유지하며 ‘임신 14주까지만 허용’…입법예고 논란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정부가 '낙태죄'를 유지하며 임신 14주까지만 원칙적으로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의 형법, 모자보건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낙태죄 완전 폐지를 요구해온 여성계와 진보적 시민사회에서는 위헌 판정이 난 낙태죄를 정부가 존속시켰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는 7일 형법,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각각 입법예고했다. 임신 14주까지 임신 중단을 처벌하지 않도록 하고, 15~24주까지는 성폭행에 의한 임신 등의 경우 제한적으로 낙태가 가능하도록 규정한 것이 주된 내용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낙태죄는 그대로 유지되고, 낙태 처벌과 허용 요건 조항이 형법에 일원화된다. 정부는 다음 달 16일과 17일까지 각각의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고,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등을 거쳐 신속하게 국회로 개정안을 보내기로 했다.

“낙태 처벌 규정을 되살려낸 명백한 역사적 퇴행”

당장 여당의 여성 국회의원부터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 출신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7일 본인의 페이스북 계정에서 정부안에 대해 “지난 8월 법무부 양성평등정책위원회가 낙태죄를 비범죄화하고, 여성의 재생산 건강권을 보장하는 법개정을 법무부에 권고한 것과는 완전히 배치되는 것”이라며 “정부안은 낙태죄를 그대로 존치시켰을 뿐만 아니라 기존 모자보건법상 낙태 허용요건을 형법에 확대 편입하여 그간 사문화되고 위헌성을 인정받은 낙태 처벌 규정을 되살려낸 명백한 역사적 퇴행”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권 의원은 정부가 낙태 합법이 가능한 임신 주수를 14주까지로 잡은 데 대해서도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여성의 신체적 조건과 상황이 다르고, 정확한 임신 주수를 인지하거나 확인하지 못하는 현실”이라며 “또한 일정 시기 이후는 임신중단의 허용범주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의사의 의료적 판단과 임신여성의 결정에 따라 분만 여부를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권 의원은 ▲형법 제27장 ‘낙태의 죄’를 전면삭제 ▲모자보건법상 인공임신중절수술 허용한계(제14조)를 삭제하고, 모든 여성이 자신의 임신․출산, 임신중단에 대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기 위하여 국가가 안전하고 정확한 의료정보 접근과 서비스를 제공할 책무를 명문화할 것을 요구하며 “국회 차원에서 임신 여성이 안전하게 임신중단 또는 지속을 선택할 수 있는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조속히 발의하겠다”라고 밝혔다.

정의당도 전날인 6일 브리핑에서 정부의 입법예고 철회를 촉구했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정부는 임신 14주 이내에는 허용하고 14주에서 24주 사이에는 사회 경제적 이유가 있을 때만 제한적으로 허용하겠다는 안을 입법예고하고 있는데 결국 낙태죄는 폐지하지 않고 처벌 기준만을 완화하겠다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다”라며 “임신중지를 한 여성과 의사 등을 형사 처벌하는 ‘낙태죄’를 삭제하고, 안전한 임신중지 보장, 성과 재생산권 보장을 위한 국가 역할과 책무가 논의되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서지현 검사도 6일 본인의 페이스북 계정에서 정부 입법예고에 대해 “주수제한 내용의 낙태죄 부활은 형벌의 명확성, 보충성, 구성요건의 입증가능성 등에 현저히 반하는 위헌적 법률개정”이라고 평가했다. 구체적 법률 검토를 미룬 서 검사는 “‘낙태죄가 두려워 낙태 않는 여성은 없다. ‘불법화된 낙태’로 고통받는 여성만 있을 뿐”이라며 “그러니 실효성 없는 낙태죄 존치가 아닌 실효성 있는 제도와 정책으로 그토록 소중한 생명을 보호하자는 것”이라고 낙태죄 위헌 판결의 의미를 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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