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기륭전자 성추행 피해 조합원 기소..."인권수준 바닥"

인권 및 여성단체, 기륭노동자 기소한 검찰 규탄... "공권력남용 심각"

경찰에게 성추행 당한 여성노동자를 기소한 사건을 두고 검찰과 경찰의 권력 남용과 인권 침해가 극에 달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인권단체와 여성단체는 “스폰서 검찰 사건은 관행 처리, 성추행 피해자는 기소하는게 공정사회냐”며 반여성적 검찰의 행태를 강하게 규탄했다.

민주노총 여성위원회와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전국여성연대, 한국성폭력상담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아래 민변), 인권단체연석회의 등은 18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기륭전자 성추행 피해 조합원을 기소한 검찰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1월18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열린 '인권유린 반여성주의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규탄 기자회견'에서 김소연 기륭전자분회장이 박모 조합원 경찰 성추행 사건 경과를 보고를 하고 있다. [출처: 금속노동자 신동준]

서울지검은 지난 달 31일 경찰 조사 과정에서 동작경찰서 경찰관에게 성추행을 당한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 박 모 조합원이 허위사실을 유포해 해당 경찰관을 명예훼손 했다며 불구속 기소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소연 기륭전자분회장은 “이제 다 끝난 줄 알았다. 그런데 또 다시 고통이 시작됐다”고 분노를 토해냈다. 피해 당사자인 박 조합원은 검찰 기소 이후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날 기자회견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경찰 인권규칙은 휴지조각?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경찰이 성폭력을 자행했음에도 가해자의 진술만 채택해 공소장을 작성해 수사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피해자에게 고통을 준 검찰은 또 다른 인권유린 책임이 있다고 비난했다. 강경란 전국여성연대 사무국장은 “스폰서 검찰 사건에서도 가해자를 옹호하더니 이제는 피해자인 여성 노동자를 가해자로 둔갑시키고 있다”며 “서울지검의 행동 또한 성폭력이며 2차가해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바리 인권단체연석회의 활동가는 기자회견에서 이번 검찰 기소의 부당성을 설명했다. 바리 활동가는 “경찰 직무규칙에도 인권보호를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시민들은 그 존재조차 모를 정도로 무시되고 있다”며 “여성이 볼일을 보고 있는 화장실 문을 연 것은 명백한 성폭력 행위이며 오히려 이를 고소한 경찰의 행위는 그 자체로 심각한 인권유린”이라고 강조했다.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은 제2조에 여성을 사회적 약자로 정의하고 있다. 이어 제10조 1항은 “경찰관은 직무수행 중 사회적 약자에 대하여는 그 특성에 따른 세심한 배려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권력 남용 심각...성폭력 요소 곳곳에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이명박 정부 들어 경찰관 혹은 경찰조직이 자신에 대한 공적인 비판을 명예훼손이라며 고소고발하거나 검열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며 공권력 남용과 표현의 자유 침해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바리 활동가는 “지난 해 5월 한국을 방문한 유엔(UN)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도 공공기관이 명예훼손을 너무 많이 제기해 한국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며 “이것이 국제 기준이고 상식임에도 이를 모르지 않을 검찰이 성추행 피해자를 고소한 경찰의 손을 들어준 것이 어이없다”고 말했다.

특히 검찰은 이번 공소장에서 “열려있는 화장실 출입문을 통해 피고인에게 화장실에서 나오라는 말을 하였을 뿐 화장실 문을 강제로 열어 알몸을 쳐다보아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게 한 사실이 없다”며 경찰의 성추행 사실을 부인했다.

하지만 민변 노동위원회 소속 조영선 변호사는 “남성 경찰관이 직접 문을 열었든, 열려있는 문으로 봤든 여성이 볼일을 보고 있는 모습을 본 것 만으로도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허위사실 유포나 명예훼손으로 볼 수 없다”며 이를 지나친 공권력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 변호사는 “헌법재판소에서도 전기통신기본법이 위헌이라고 판결했음에도 검찰은 허위사실 유포 운운하며 박 조합원을 기소했다. 이는 공권력 남용이 극에 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지난 달 28일 헌법재판소는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해 허위 통신을 한 자를 처벌한다는 전기통신기본법이 위헌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또한 그는 경찰 내 성폭력 방지와 인권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등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국가는 이를 방지하고 피해자를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다. 특히 위 법률 제3조 제1항 제6호는 성폭력 예방을 위한 유해환경 개선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조 변호사는 “법으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경찰이 여성에게 형사과 내 공용화장실을 이용하게 한 점, 특히 화장실 상단이 밖에서 볼 수 있는 반투명 유리로 된 점, 여성경찰관이 수행, 보호하지 않았던 점 등은 최소한의 수사과정의 책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이같은 일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서울지검에 박 조합원에 대한 기소 철회를 촉구했다. 또한 서울지방경찰청에 ▲피해 여성에 대한 공개사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 ▲성추행 가해자인 동작경찰서 경찰관과 경찰서장 중징계 등을 요구했다. (제휴=금속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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