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진보네트워크센터,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참여연대 등 7개 언론·시민단체 주최로 ‘위기의 방송통신심의위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가 인사동 신영연구기금 세미나실에서 열렸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위) 출범 3년을 맞아 마련된 이날 토론회에서는 지난 1기의 활동을 평가하고 바람직한 심의의 대안을 모색했다.
“통신심의 근간 법조항 위헌결정 날 듯...근본적인 대안 모색할 때”
이날 토론회에서 통신심의 부분 발제를 맡은 양홍석 변호사는 현행 통신심의가 헌법상 금지하는 실질적 검열로 작동할 우려가 있다며 통신심의의 위헌성을 제기했다. 그는 “천안함 관련 게시물 삭제요구 사건, 연평도 관련 게시물 시정요구 사건 등은 자의적 심의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만한 사안”이라며 “사실상 검열이 작동하고 있다고 의심할만한 충분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양 변호사는 무엇보다 정보통신심의와 관련하여 방통심의위의 존립근거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방통위법) 제21조 제4호가 위헌적이라고 지적했다. 방통위법 제21조 제4호는 심의위원회의 직무를 “전기통신회선을 통하여 일반에게 공개되어 유통되는 정보 중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정보의 심의 및 시정요구”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해당 조항의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 ‘시정요구’ 등의 개념이 지나치게 불명확하여 명확성의 원칙, 포괄위임입법금지의 원칙을 위반한다는 것이다.
통신심의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의 ‘불법정보’를 심의대상으로 삼고 있는 데 대해서도 위헌성이 제기됐다. 해당 조항의 ‘불법정보’에는 음란 정보, 명예훼손 정보, 국가보안법위반, 국가기밀누설, 범죄관련 정보 등이 포함돼 있는데 이는 형사처벌을 받아야 할 행위에 해당하는 정보이다. 양 변호사는 “이를 방통심의위가 심의할 경우 죄가 있는지 여부를 법원의 판단 이전에 방통심의위가 판단하게 된다”며 “이는 헌법상 무죄추정원칙에 반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통신심의의 이 같은 위헌성에 대해서는 토론자로 배석한 엄주웅 전 방통심의위원도 공감했다. 엄 전 위원은 “위헌성의 핵심은 불명확한 심의 대상과 기준, 그리고 시정요구의 불합리성”이라며 “내 법률 상식으로는 헌재에서 위헌에 가까운 판결이 날 것 같다. 근본적인 대안을 검토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현재 방통위법 제21조 제4호에 대해서는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이 되어 있는 상태이다.
“방통심위, 군림 대신 지원하는 자율규제기구로”
때문에 양 변호사는 실질적 검열로 기능하는 통신심의를 폐지하고 민간자율기구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간자율기구의 구성에 대해 “정부를 제외한 이용자, 사업자, 관련 시민단체 등 다양한 민간영역의 대표로 구성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나가수’의 청중평가단 같이 세대별 이용자를 표본화하여 배심단을 구성하는 방식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 변호사는 또 시민이 중심이 된 자율규제로 규제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기 위해 “방통심의위를 2차 심의기관으로 위상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방통심의위의 심의업무를 요청에 의한 보충적 심의기관으로 존립시키는 방안을 제시했다. 방통심의위를 정보통신분야의 표현에 대한 통제자에서 시민이 중심이 된 자율규제를 지원하고 보조하는 기관으로 변모시키자는 것이다.
양 변호사는 정보의 ‘불법성’을 방통심의위가 판단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최근 민사소송에서 전면적으로 전자소송이 도입됐고 형사분야와 관련하여도 경미사건에 대해서는 형사사법시스템이 도입됐다”며 “이런 제도적 기반 하에 음란, 명예훼손 등에 대해 법원을 통해 종국판단을 받는 것이 방통심의위의 잠정판단을 받는 것보다 올바른 해결방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