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짜맞춰 가난한 사람 목숨 저울질하는 복지부"

기초법개정공동행동 '복지부 규탄 집중대회'열어

기초법개정공동행동(아래 공동행동)은 30일 늦은 3시 보건복지부(아래 복지부) 앞에서 '부양의무자 조사로 기초생활 수급자 죽음으로 내몬 복지부 규탄 집중집회'를 열고 1박 2일 투쟁에 돌입했다. 공동행동은 부양의무자 조사로 말미암은 무더기 수급 탈락과 수급비 삭감을 철회하고 부양의무자 기준을 전면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부양의무자 조사로 기초생활 수급자 죽음으로 내모는 보건복지부 규탄 집회'가 30일 늦은 3시 복지부 앞에서 열렸다.

공동행동은 "복지부가 8월 17일 발표한 보도자료를 보면 (수급자) 3만 3천여 명이 보장 중지되었고, 14만 명의 급여가 깎여나갔다"라면서 "전체 수급자 중 상당수가 부양의무자의 소득, 자산만을 근거로 수급권이 박탈된 상황이며, 이번 부양의무자 조사를 통한 급여 중지, 삭감 사태는 실질적인 가족관계와 수급권자의 처지를 고려하지 않는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행정"이라고 규탄했다.

여는 발언을 맡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명애 상임공동대표는 "안국역의 장애인 화장실은 여자 남자 구분도 안 되어 있는데, 이렇게 아무 개념 없이 책상에 앉아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이제는 밥그릇까지 빼앗고 있다"라면서 "장애인이 아니면 돈이라도 벌 수 있지만 그것조차 할 수 없는 현실인데 수급비마저 깎고 있다. 협상안도 받아들일 수 없으니 복지부는 반드시 부양의무제를 폐지하라."라고 강조했다.

빈곤사회연대 최예륜 사무국장은 "복지부는 부양의무자 소득기준을 현행 최저생계비 130%에서 185%로 올려 약 6만 1천 명을 제도로 포괄하겠다고 했으나, 2012년 예산안을 보면 3만 5천 명이나 축소되어 있다"라면서 복지부가 예산을 짜맞춰 가난한 사람들의 목숨을 저울질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 사무국장은 "찾아주세요. 알려주세요. 소외된 우리 이웃'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부양의무자 조사는 마치 복지 제도의 문제점 때문에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한 것처럼 해놓고는 실상은 이 조사를 통해 3만 3천 명이 탈락하고 평균 10만 원의 수급비가 삭감됐다"라면서 "복지부의 이러한 조사 결과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라고 규탄했다.

  기초법공동행동이 부양의무자 조사로 3만 3천 명의 수급권을 박탈하고 14만 명에 달하는 수급자의 수급비를 삭감한 복지부를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복지부 부양의무자 조사로 수급이 삭감되고 박탈당한 당사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신진수 씨(뇌병변장애 1급)는 "7살에 시설에 들어가 23년 동안 생활하다 지난 2010년 시설에서 나와 자립생활을 시작했다"라고 소개하고 "시설에서 생활하는 동안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단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었는데, 지난 6월 말경 동사무소에 연락이 와 나의 아버지가 목사이고 재산이 있어 부양의무조항에 걸려 수급자에서 탈락할 수 있다고 하더라"라고 토로했다.

신 씨는 "동사무소에 찾아가 사정을 이야기하니 생활보장위원회에 명단을 올려놓고 검토하는 동안 수급을 유지해주고 결과가 나오면 알려주겠다고 했지만, 아직 결과를 통보받지 못해 초조한 상황"이라면서 "만약 탈락한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라고 덧붙였다.

홈리스행동의 임재원 활동가는 "IMF 경제 위기로 가정불화를 겪게 돼 아내가 딸의 양육권을 맡기로 하고 이혼한 후 가족관계가 완전히 단절됐다. 딸이 어디에 사는지도 모르는 데 자녀소득이 있다는 이유로 7월부터 수급권을 박탈한 것"이라면서 "7월부터 수급이 끊겨 공과금도 미납되어 있으며, 5년 전 입주한 임대아파트에서도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답답한 심경을 전했다.

오렌지가 좋아(신장장애 2급) 씨는 "11년 전 먹고사는 문제가 아니라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문제로 수급자가 됐는데, 아버지는 3년 전에 돌아가셨지만 20년 전에 아버지와 이혼한 어머니가 부양의무자라는 이유로 수급 중단 통보를 받았다"라면서 "다행히 생활보장위원회로 넘어가 이번 탈락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기초법은 삶의 질의 문제가 아니라 죽고 사는 문제인데 이렇게 힘들게 보장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전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김남숙 부회장은 "복지부는 사람이 사람으로서 하는 이야기를 알아듣지 못할 뿐 아니라, 장애인이 죽어가는 상황에서조차 사람의 일로 여기지 않는 것 같다"라면서 "오직 상위 2%를 위해 존재하는 이 나라에서 우리 아이들이 자라 직장을 가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인데, 부양의무자 기준을 내세워 모든 책임을 부모에게 지라고 하고 있다"라고 분노했다.

복지부 규탄 집중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늦은 6시께 광화문으로 이동해 이순신 동상 앞에서 '부양의무제 폐지', '최저생계비 현실화' 등이 적힌 대형 현수막을 펼치고 구호를 외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후 종로 보신각 앞으로 자리를 옮긴 참가자들은 저녁 8시 '기초생활 수급자, 장애인 생존권 외면하는 이명박 정부 깡통복지 규탄 문화제'를 진행했다. (기사제휴=비마이너)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으로 이동한 참가자들이 대형 현수막을 펼치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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