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은 기자회견 모두발언을 통해 “이 나라에서 명백한 민주주의의 퇴행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세계인의 양심에 호소한다. 이 나라의 비참한 언론현실을 외신기자들이 세계에 널리 알려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은 외신들에게 한국 정부의 언론장악 의도와 그에 따른 각 언론사들의 파업 현황을 설명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언론노조는 파업 중인 각 언론사별로, 정권의 언론장악 과정과 불공정 보도 사례를 브리핑했다.
각 언론사 노조위원장들은 모두 정권의 언론장악 의도에 의해 임명된 ‘낙하산 사장’들의 취임 이후 발생한 불공정 보도 사례와 언론사 장악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낙하산 사장’들의 퇴진을 요구했다.
KBS는 이사회와 대통령이 정연주 전 사장을 배임혐의로 해고하고 김인규 사장을 임명한 과정을 설명하며 이 과정에 국정원과 검경, 국세청까지 동원 됐다고 주장했다. 정연주 전 사장은 2008년 8월 배임혐의를 받고 KBS 사장직에서 해고됐으나, 지난 1월 대법원의 무혐의 판결을 받았다.
MBC 역시 김재철 사장의 임명과정에 정권의 입김이 작용했음을 주장했다. 정영하 MBC 노조 위원장은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이 ‘임명권자의 의중을 무시할 수 없다’는 말로 김재철 사장의 임명은 정권의 낙하산 인사였다는 사실을 시인했다”면서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YTN과 연합뉴스도 각각 이명박 정권 이후 보도의 공정성을 잃은 사례들을 소개하며 정권의 언론장악 전횡이 심각한 수준임을 알렸다.
외신들은 기자 회견이후 활발한 질의를 통해 한국의 언론사 공동파업에 관심을 드러냈다.
정부의 언론장악에 대한 언론노조의 해결책을 묻는 슈피겔지(紙)의 질문에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은 “언론장악의 책임자를 찾아내 처벌하는 것이 최우선이고, 다음은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파리에 본부를 둔 국제 언론감시 단체 ‘국경없는기자회’의 언론노조 파업 지지와 정부의 사태 해결 촉구에 이어 한국의 언론사 공동 파업이 국제사회의 주목을 끌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