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민영화 코 앞... 서민들 ‘악몽’의 겨울 날까

11월 안에 절차 완료, 서민경제 ‘직격탄’ 우려

정부가 이르면 11월 안에 가스산업 민영화 관련법 개정을 완료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노동계가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와 가스공사는 빠른 시일 내에 가스산업의 완전 경쟁 체제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지식경제부는 국정감사에서 “입법 예고된 원안 그대로 후속 행정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강수 한국가스공사 사장도 ‘경쟁이 필요하다’고 거듭 밝혔다.

노동계, 가스민영화 저지 총력 투쟁 돌입

한국가스공사지부는 오는 31일 가스 민영화 저지를 위한 전면파업에 돌입한다. 노조는 정부에 가스직도입 정책과 도시가스사업법 시행령 개정을 중단하고, 가스산업의 공공적 운영을 확립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연맹은 정부가 추진 중인 철도, 가스, 발전산업 등 공공부문 민영화 저지를 위해 대정부투쟁에 나선다. 이들은 한국가스공사지부가 파업하는 31일, 서울 여의도에서 공공부문 노동자 3만여 명이 참가하는 ‘공공부문 노동자 총궐기 투쟁’을 벌인다.

[출처: 공공운수노조연맹]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연맹, 한국가스공사지부, 민주통합당 등은 19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가스민영화 추진 중단을 거듭 요구했다.

최준식 한국가스공사지부 지부장은 “에너지 산업 중 최초로 민영화된 정유산업의 경우 민영화 이후 10년 동안 SK, GS, 현대오일뱅크, S-OIL의 시장점유율이 단 1%도 변하지 않았다”며 “공정거래위원회는 최대 담합 대상자들인 이들 4개사에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결국 경쟁하라고 했지만, 경쟁하지 않았고 국민 호주머니에서 나온 민영화 혜택은 담합 이익으로 고스란히 재벌들이 가져갔다”며 “다가오는 겨울이 더 추워지지 않도록 가스산업을 보편적 서비스로 지켜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상무 공공운수노조연맹 위원장 역시 “가스시장이 민영화되면 요금인상은 불 보듯 뻔하다”며 “국민의 삶과 직결된 민영화 문제를 일개 정부 부처가 시행령으로 좌지우지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체들은 회견에서 “정부는 도시가스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즉각 철회하고, 에너지 산업의 합리적인 규제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가스민영화, 수급불안 등 민생경제 ‘직격탄’

정부는 가스 저장기지 건설을 민간에 허용하는 방식으로 가스산업 민영화를 본격화하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7월 25일 민간 직도입 사업자의 최소 저장시설 기준을 폐기하는 ‘도시가스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부는 부처 협의를 거쳐 이르면 한 달 내에 시행령을 개정한다는 입장이다.

시행령이 개정되면 직도입 사업자의 등록요건이 완화돼 가스 산업에 민간 참여가 활성화된다. 가스산업은 전면적 완전경쟁 체제로 진입한다. 정부는 민간의 저장시설 확충과 잉여 물량의 국외 재판매를 허용해 한국을 ‘동북아 트레이딩 허브’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가스민영화가 대기업의 독점·담합으로 가격 상승과 수급 불안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실제로 정유산업 민영화 이후 대기업의 답합 문제는 심각한 사회 이슈로 떠올랐다. 지난 2009년 12월 공정거래위원회는 LPG가격 담합 혐의로 6개 LPG사에 대해 과징금 6천689억 원을 부과했다. 2011년 5월에는 정유 4개사의 담합 행위에 대해 과징금 4천348억 원을 부과하고, 3개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가스 산업이 민영화되면 정유와 LPG 부문을 가진 대기업이 천연가스 사업마저 잠식하게 된다. 재벌과 대기업의 수직계열화가 공고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수급불안과 가격인상을 초래해 서민경제에 직격타를 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는 국가 전체의 천연가스 수요가 정해져 있지만, 직수입 사업자가 임의로 수입 물량을 조정하면 국가 전체 수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발전용과 산업용의 수요 이탈로 동절기 위주의 도입계약 체결이 불가피해져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도 높다. 총 판매물량 감소는 공급비용 인상으로 이어져 서민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뿐만 아니라 민간사업자가 저장시설을 운영할 경우 투자보수율의 차이로 소비자요금의 인상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공공운수노조연맹은 “직도입이 현실화하면 누적된 미수금마저 국민과 중소기업의 부담으로 돌아간다”며 “산업용 수요의 급격한 이탈로 소매 도시가스사의 사업 기반이 붕괴되고, 노후 배관 교체 등 안전관리 축소, 에너지 복지 확대를 위한 신규투자 위축 등으로 한국 천연가스 산업 전체가 마비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론 반대 피하려 시행령 개정 ‘꼼수’

이처럼 민영화 폐해가 예상되면서 2003년과 2008년에 추진됐던 정부의 가스민영화 정책은 번번이 좌초됐다. 그래서 정부는 올 7월 시행령만 개정하는 방법으로 가스민영화를 추진하고 있고, 국회와 노동계는 ‘꼼수’라며 반발하고 있다.

[출처: 한국가스공사지부]

박완주 민주통합당 의원은 19일 회견에서 “온 국민이 우려하는 가스민영화를 시행령 개정만을 통해 정부가 강행하는 것은 국회 입법권에 대한 심대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공공운수노조연맹도 “국정감사에서 가스민영화는 행정부 차원에서 독단으로 처리할 사안이 아닌 중대 사안임을 확인했지만, 지식경제부는 강행할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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