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현대중공업 자본
1994년 필자가 현대중공업노동조합 8대 위원장으로 임금협상과 단체협상을 시작할 때도 사측은 ‘경제가 어렵다’는 말로 시작했다. 현대자본은 경제가 어렵다는 핑계로 현대 계열사 전체 과장급 이상 임금동결을 지시했다. 현대중공업도 마찬가지로 임금동결한다고 과장급이상 서명을 받고, 임금협상 중에 ‘회사가 힘들어 과장급 이상 임금동결하는데 임금인상이 웬 말이냐’며 연일 언론플레이를 해댔다. 임금협상이 마무리되고 다음해인 1995년 초 현대중공업은 과장급 이상 임금인상을 회사 독단으로 처리하여 노동조합과 마찰을 빚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과장급 이상은 노조원이 아니기 때문에 임금인상을 노조 협의 없이 회사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논리다. 즉 과장급 이상 임금동결이 노동자의 임금인상을 막기 위한 언론 플레이용이었다는 것을 스스로 폭로한 것이다.
2015년 현대중공업이 보여주는 행태도 20년 전이나 다를 바가 없다. 고통분담한다고 현대중공업은 임원을 먼저 감축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최대주주 정몽준 전 의원의 장남 정기선 상무는 입사한지 5년밖에 안됐지만 임원 감축의 칼바람 속에서도 32살의 나이로 부장에서 상무로 초고속 승진했다. 3조의 경영적자를 이유로 작년에 퇴직한 이재성 전 현대중공업 회장은 퇴직금으로 37억을 챙겼고, 김외현 전 현대중공업 사장은 퇴직금으로 18억 가량을 챙겼다.
이렇듯 자본가들은 회사 경영을 망쳐 놓고도 노동자가 평생 모아도 모자랄 돈을 챙겨 나간다.
잘 되면 ‘내 탓’, 잘못되면 ‘노동자 탓’
[출처: 노동당 울산시당] |
현대중공업 자본의 또 다른 행태는 잘나갈 때는 경영진 탓이고, 약간의 경영위기가 오면 모두 노동자 탓으로 돌리며 경영위기를 노동자에게 전가한다는 점이다. 작년 한해 적자를 냈다고 평생을 회사에 몸 바쳐 일 해온 사무직 노동자와 여성 노동자 1400명을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몰았다. 그 이후 막무가내로 경력직 노동자를 자르니까 현장운영에 어려움이 닥쳤고 부랴부랴 경력직 직원 200명을 신규채용하였고, 강제 퇴출된 160명가량의 여직원 자리는 계약직 노동자로 채웠다. 즉 고강도 구조조정이 필요하지 않음에도 무리하게 강행하고, 구조조정에 따른 위기를 확산시키며 노동조합을 길들이겠다는 것이다. 임금협상이 한창인 지금도 현대중공업은 임금동결안에서 한발자국도 물러서지 않고 있고, ‘이익이 날 때 성과를 나누자’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현대중공업은 이익이 많이 날 때 그 몫을 노동자들과 나눴을까?
현대중공업은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총 영업이익을 합하면 20조에 달한다. 그리고 이 기간 현대중공업은 주주들에게 총 2조820억원을 현금으로 배당했다. 그리고 이 가운데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주식 배당금은 1조1030억에 이른다. 이런 주식배당으로 현대중공업 최대 주주인 정몽준 전 의원은 10년간 2975억원 약 3000억원을 혼자 챙겼다. 더 큰 문제는 현대중공업의 현금배당성향을 살펴보면 2009년 9.9%, 2010년 11.4%, 2011년 12.5%, 2012년 13.8%, 2013년 27.1%로 점점 급증한다. 현대중공업은 2013년 4분기부터 적자로 돌아섰는데도 역대 최대의 현금배당을 실시한 것이다. 정몽준에게 이렇게 막대한 배당금을 퍼주면서 노동자에게 과연 이익을 나눴을까? 현대중공업은 2008년부터 2013년까지 6년 동안 통상급 대비 매년 평균 3.4%의 임금을 인상했다. 그 기간 동안 평균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3.0%임을 감안한다면 매년 현대중공업 노동자는 0.4%의 임금이 인상된 것이다. 거의 임금 동결 수준이다. 이렇듯 성과가 날 때 노동자와 몫을 나누자는 회사의 말은 뻔뻔한 거짓말이다. 성과가 날 때 사내유보금과 배당금으로 이익을 챙기고 노동자에게는 거의 임금 동결 수준으로 머물렀던 것은 우선 노동조합이 제 구실을 못한 영향이 크다. 어용노조 10년 동안 현중 자본은 잘나갈 때는 사주의 배만 채우고, 어려울 땐 노동자를 때리는 잘못된 관행만 키워왔다.
현중노조 파업은 잘못된 10년의 관행을 바로잡는 투쟁이다
현대중공업은 2015년 임원 보수를 2014년보다 19억5000만원이나 올려 61억5000만원으로 책정했다. 적자라면서 임원들은 돈잔치를 벌이고 노동자에게는 임금동결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연일 방송에서는 귀족노조, 억지파업, 심지어는 땡깡파업이라며 현중노조 파업 깎아내리기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현대중공업노동조합의 파업은 어용노조 10년 동안 현대중공업 자본이 밟아온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정당한 파업이다.
경영위기를 초래한 사장에게 37억의 퇴직금, 임원감축이라면서 정몽준 전 의원의 장남은 입사 5년만에 초고속 임원 승진, 전년대비 영업이익이 1/4 토막난 2013년 주식 현금배당을 두 배(27.1%)로 늘려 154억을 정몽준 전 의원에게 안겨준 경영행태만 봐도 현중자본의 논리는 전혀 설득력이 없다.
불법파업 운운하는 박근혜 정권도 마찬가지다. 임금피크제를 주장하는 대통령은 법에 정해진 정년을 넘어섰으나 대통령 임금을 삭감하겠다는 말은 없다. 새누리당 대표도 법적인 정년을 넘긴 나이에 국회의원직을 수행하고 있고 대부분의 장관들도 법적인 정년 60세를 넘긴 나이들이나 이들은 자신들부터 임금피크제를 하자고 주장을 하지 않는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시각에는 노조 때문에 경제가 어렵다는 논리이고 그래서 노동자의 해고는 쉽게 임금은 적게 더 많은 비정규직을 양산해서 어려운 경제를 극복하자고 한다.
필자는 4번의 해고와 3번의 구속을 경험하면서 지금까지 사회적 파장을 낳는 정상적인 파업이 합법파업으로 인정된 것을 한 번도 본적이 없다. 자본과 정권과 보수언론의 파업 깎아 내리기는 이전에도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의 파업은 정당하다. 정권과 보수언론의 흔들기에 휘둘리지 말고, 회사가 어렵다는 자본의 억지에 흔들리지 말고, 20년만에 들고 일어난 당찬 기세로 더욱 힘차게 파업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노동자에게 자신의 권리를 지킬 수 있는 법에 보장된 유일한 합법적 권리는 ‘파업’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