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구 산천동·도원동 재개발지구, 철거폭력 극성

철거폭력에 시달리는 재개발지구 주민들이 공포와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난 3월부터 강제철거에 들어간 서울시 용산구 산천동 재개발지구의

6가구 주민들은 “철거용역원들의 폭력과 협박, 감시 속에 지옥같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두려움을 감추지 못했다.

산천동 재개발지구에선 지난 3월 27일과 4월 2일, 15일 등 세 차례나

원인모를 방화가 일어났다. 이주를 거부하고 철거투쟁을 벌여온 주민

들의 집만 골라서 일어난 방화였다. 따라서, 주민들은 방화가 용역직원

들의 소행임을 확신하고 있다. 최순옥(45) 씨는 4월 2일의 방화로

“집은 물론 가재도구도 모두 불타버렸다”고 밝혔다.

철거반원들의 폭행은 이미 예사로운 일이다. “지난달 4일과 20일, 두차

례에 걸쳐 용역반원들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설춘심(50) 씨는 “성추행

까지 당했다”고 밝혔다. 설 씨에 따르면, 용역직원들은 쇠망치로 설 씨

의 머리를 짓누르면서 “눈구멍을 파 버리겠다” “머리에서 피꽃을 보겠

다”는 등 입에 담기 힘든 험한 욕설을 퍼부었으며, 심지어 설 씨의

바지를 벗겨버리기까지 했다고 한다.

또 김연철(41) 씨는 지난 3월 24일 자신의 집을 철거하려던 용역직원

들에게 저항하다 집단구타를 당해 6주째 병상을 지키고 있다. 박명순

(49) 씨는 집뿐만 아니라 생계수단이었던 식당마저 빼앗긴 경우다.

박 씨는 “어느날 갑자기 포크레인을 동원한 용역직원들이 가게와 생가

를 모두 부숴버렸다”며 “우리는 공포속에 살고 있고, 이곳은 지옥”이라

고 말했다.

이곳 6가구 주민들은 예닐곱 평 남짓한 집에서 숙식을 같이 하고

있다. 철거반원들에 대한 공포때문이다. 가옥은 물론 가재도구까지

모두 잃어버린 김형식(57·행상) 씨는 “용역직원들이 전기·수도를

끊는 것은 물론이고, 화장실도 때려부쉈으며 매일같이 감시와 폭행,

폭언을 자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언제 또 철거용역들이 모른다”

며 불안에 떨었다.

오는 8월말이면 본격적인 철거가 진행될 예정인 용산구 도원동 재개발

지구에도 이미 공포의 기운은 감돌고 있다. 지난 4월 29일엔 이 지역

을 방문한 서울지역철거민연합 간부들이 철거깡패들에 의해 집단구타

당해 중상을 입기도 했다. 이날 같이 폭행을 당한 한 주민은 “앞으로

다가올 일들은 더 끔찍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주민 안 아무개 씨는

“밤마다 문을 두드리고 집에다 돌을 던져대 불안하기 그지없다. 낮에

도 한 두 사람씩 마을을 배회하며 철거대책위원회 사람들을 감시한다”

고 밝혔다. 「도원동 상가세입자 철거대책위원회」위원장인 이승남

(54·전파상) 씨는 철거용역으로부터 “철거민연합에 가입하면 죽을

줄알라”는 등의 공갈과 위협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아직까지

조합측에서 아무런 이주대책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며 초조해 했다.

산천동 주민들이 이주를 못하는 까닭도 “이주대책이 미흡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산천동 재개발조합측은 주민들에게 세대당 2백50만원에

두당 50만원의 이주비를 지급하고 있지만,. 김연철 씨는 “그 비용으론

현상유지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요구사항은 “법대로 즉,

재개발법에 명시된 대로 가수용단지를 설치해 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조합측은 “가수용단지를 절대 지어줄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

졌다.

97년 5월 2일 (금요일) 인권하루소식 제876호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