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99년, 사건과 사람 ③ ************
지문날인 거부 운동
올해는 지난 68년 이후 아무런 이의제기 없이 시행된 강제 지문날인 조치가
처음으로 시민사회의 저항에 부딪친 한 해였다.
시민사회가 지문날인 거부운동에 나선 것은 지난 5월, 정부가 현 주민증을
플라스틱 주민증으로 일제 경신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부터였다. 정부는 “
주민증 경신과정을 통해 17세 이상 모든 국민의 지문을 디지털 방식으로 채
취하겠다”고 밝히고 “지문날인을 하지 않으면 새 주민증을 발급할 수 없다”
는 방침을 표명했다.
그러나 시민사회는 “주민증을 만들 때 열손가락의 지문날인을 요구하는 것
은 국가의 주인인 국민을 범죄자 취급하는 행위”이며 “디지털 방식의 지문 채
취는 국민에 대한 전자적 감시와 통제수단으로 적용돼 국민의 사생활을 침해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반대 여론 속에 사회진보연대, 인권실천시민연대 등 사회단체는 지
문날인거부운동본부를 구성했으며 김진균(서울대 교수), 문정현(신부), 이부영(전
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씨 등 사회인사 1백51명은 지난 7월 “지문날인이 폐
지되지 않는 한 주민증 없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겠다”는 의사를 강력히 표명
했다. 소수 지식인을 중심으로 출발한 지문날인 거부 운동은 채 2주일 이 지나
지 않아 평범한 회사인과 주부 등으로 확대돼 지문날인 거부 선언운동에 동참한
사람은 1천여명을 넘어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문을 채취하고자 하는 정부의 불법행정은 줄어들지 않
았다. 정부는 동사무소 직원들은 물론 통·반장까지 주민증 경신 사업에 동원
했다. 주민증을 경신하지 않은 사람들은 줄잇는 독촉전화와 공무원들의 방문
에 시달려야했다. 또 이들의 집 앞에는 ‘주민증을 경신하지 않을 경우 주민등
록을 말소시킨다’는 내용의 협박성 공문서가 붙기도 했다.
한편 지문날인 거부운동을 펼쳤던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9월 ‘지문날인 제도
와 지문 전산화 폐지’를 요청하는 헌법소원을 제기한 이후 별다른 움직임을 보
이지 않고 있다.
아직 비성숙한 시민의식을 파고들며 끊임없이 통제와 감시를 기도하는 국가
폭력 지문날인. 강요된 굴종의 폭력이 우리사회에서 사라질 날은 아직도 희미
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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