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와 건강> 9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은…

산재추방운동연합 사무처장 김은희

오늘부터는 낮근무다. 지난 주에는 4일 동안 밤근무 하고 사흘을 쉬었다. 이번 낮근무 때는 주5일 일하고, 저녁엔 노동대학을 나간다. 출근하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교재를 챙겨든다.

7시30분 출근해 동료들과 작업량을 점검하고 각자 일을 분담한다. 주물공장이라 아직도 자동화되지 않은 일은 돌아가면서 한다. 옆 부서인 지원반은 산재 당한 동료들이 일한다. 필요한 지원 물품들을 점검하며 서로 작업을 조절한다. 오후에는 안전점검이 있어 노조에서 나온 안전담당자와 전기로며, 주변기계들의 상태를 점검한다. 10년 넘게 일해 온 김씨가 어깨 통증을 호소하여 내일 병원에 가 진찰을 받기로 한다.

오후 3시30분, 교대조인 오후반이 출근해 간단히 업무인계를 한 후 샤워를 하고 나오니 4시가 조금 지났다. 공단 가까이 위치한 노동대학에서 오늘은 ‘노동자와 건강’이라는 강의가 있다. 반복작업에 따른 어깨 통증을 예방하기 위한 의학적, 산업공학적 방안들에 대해 토론해 보리라 생각한다. 좀더 진전된 방안을 고민해 이번 달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 제안할 생각이다.

건강이란 무엇인가. 단순히 육체적 질병이나 고통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사회적, 정신적인 안녕상태를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세계보건기구는 정의한다. 노동자에게는 어떠한가. 노동자의 질병인 직업병과 산업재해가 없는 것만이 아니라 자신의 노동에서 기쁨을 느끼고 생산자로서, 사회구성원으로서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일 게다. 이렇게 보니 우리 노동자의 현실에서는 아주 먼 나라 얘기 같다.

지금 당장 희망이 보이지는 않지만, 누구나 새로운 천년에 기대를 걸어 본다.

작업장 안에서는 노동의 자율권이 보장되고, 위험요소를 발견하면 생산을 잠시 중단하더라도 바로 고쳐 산재발생요인을 애초부터 없애 버린다. 민주노총과 산하 연맹 중앙에서는 정부의 산업안전보건 정책과 산재예방정책에 직접 참여하여 노동자의 입장을 반영한다. 노동부 산하 기관의 업무를 감사하고, 예산 책정과 임원 인사의 권한을 갖는다.

이러한 일이 새천년 언젠가는 가능해져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은 작고 더딘 걸음일지라도 우리의 실천이 이어져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권을 쟁취할 수 있기를 바란다. 새천년에 민주노총과 조합원들에게 거는 기대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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