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투쟁, 무얼 남겼나

‘쟁점화’ 못했지만 투쟁·집중력 높였다

투쟁요구 산만 집중 안돼…’노동시간단축’으로 모아가야

새 집행부 ‘첫싸움’에 연맹·지역 적극 결합, 신뢰 반영

민주노총이 12월6일 투쟁선포식 갖고 10대 개혁입법을 요구하며 여의도 국회 앞에서 농성을 시작한지 12월22일 현재 17일째를 맞았다.

민주노총은 당초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중앙 차원에서만 농성을 시작했으나, 경찰병력이 7일 농성장을 덮쳐 컨테이너를 철거해가고 중앙간부 등 17명을 연행했다. 민주노총은 이에 거세게 항의하며 천막농성을 산별연맹과 지역본부까지 확대하는 한편 대통령의 공식사과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청와대쪽은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하고 있으며, 게다가 당초 민주노총이 제기한 3대요구는 대부분 해결이 불투명한 상태다.

결국 민주노총은 새천년을 천막에서 맞을 각오로 국회 앞 농성을 계속하기로 했다.

지난 18일 정기국회가 회기를 마감하고 20일 임시국회가 열렸으나 민주노총이 요구하고 있는 개혁입법은 대개 상임위에 상정조차 안됐거나 상정된 법안 역시 처리전망이 밝지 않다. 상임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은 노동시간단축특별법 등 노동관련법안이 대표적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가운데 전임자임금지급 문제에 대한 정부 중재안은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위반 사업주 처벌’ 규정을 없애는 대신 ‘사용자에게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의무가 없다’는 새 규정을 만들었고, 심지어 노조 전임자 임금과 관련해서는 쟁의를 할 수 없다고까지 못박았다. 그밖에 실직자 조합원자격 보장, 단협 실효성 확보, 공무원 단결권보장, 부당노동행위 근절 등 역시 노사정 합의 및 대통령 약속사항임에도 검토조차 되지 않고 있다.

또 민주노총은 실업예산 축소 중단을 요구했으나 이미 예결위에서 축소된 채 예산이 확정돼 본회의만 남아있는 상태며 비정규직·임시직·실업자 보호특별법 제정도 검토되지 않았다.

그나마 민주택시연맹(위원장 강승규)이 창립 이래 줄기차게 주장해온 택시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를 4번 이상 위반한 사업주는 처벌토록 한 이른바 ‘사진아웃제’가 지난 12월17일 법사위까지 거쳐 본회의에 상정된 것은 환영할 일이다.

이처럼 민주노총의 요구가 12월 한달 투쟁을 거치면서 크게 부각되지 못한 것은 ‘쟁점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높다. 요구가 너무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구체적으로 집약하지 못함으로써 언론과 조합원 대중에게 요구를 부각시키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노총의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문제’는 언론에서 ‘노동계 동투의 주요 요구’로 부각됐다. 이와 관련 손낙구 민주노총 교육선전실장은 “요구를 부각시키기 위한 투쟁전략과 전술이 부족했다”고 진단했다. 손실장은 “한국노총의 전임자 임금지급 요구는 재계가 노조 정치활동 반대 선동을 펼치는 등 맞받아쳤기 때문에 언론에 쟁점으로 부상했다”며 “위력적인 투쟁으로 뒷받침하지 않는다면 요구를 쟁점화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이제 ‘노동시간단축’으로 쟁점을 모아가야 하는데 우리 조직의 장점을 잘 살려 면밀한 전략과 전술을 준비하고 일사불란하고 빈틈없이 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번 12월 대국회투쟁은 조직적 측면에서 일정한 성과를 낳기도 했다. 정부가 농성장 침탈이라는 악수를 둔 것도 사실이지만, 새 집행부 출범 이후 첫 투쟁으로서 민주노총 지도부에 대한 신뢰가 구축됐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당초 중앙만 농성을 벌이기로 했으나 컨테이너가 침탈당하면서 여의도 일대는 순식간에 20여동에 달하는 천막촌이 생겨났으며, 매일 5백여명이 집회를 갖고 1백여명이 밤샘농성을 벌였다는 것은 그만큼 조합원대중의 투쟁에 대한 열망이 크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이근원 민주노총 조직쟁의실장은 “농성장을 거점으로 대국회투쟁을 벌여냄으로써 민주노총은 물론 산별연맹과 지역본부까지 중심성과 집중성이 강화됐다”고 분석했다.

다만 집회와 농성이 현안투쟁 사업장으로 제한되면서 현장으로 확대되지 못한 측면은 한계로 지적된다. 김예준 민주노총 대전충남본부장은 “대전충남지역의 경우 매일 50∼60명의 조합원이 농성에 결합하는 등 성과가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18일 이후에는 농성장에서 정부의 사과나 태도변화를 기대하기보다는 전면적으로 정권퇴진투쟁을 선포하고 대중투쟁을 통해 국면을 돌파하며 이후 싸움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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