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무는 99년, 사건과 사람 ⑦ (끝) *****

대형화재 당했던 화훼마을

주변 어디에도 화훼마을의 존재를 알리는 이정표는 없었다. 17년이나 된 마을역

사에도 불구하고 최근 생긴 장지역 역사 지도에서조차 화훼마을이 있는 자리는

논으로 표기돼 있었다. ‘버림받은 사람들’, 화훼마을 사람들은 종종 자신을 그렇

게 표현하곤 했다.

혹한이 들이닥쳤던 지난 1월 19일, 8백여 명이 모여살던 서울 송파구 장지동 화

훼마을에는 큰 화재가 나 3백7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노점이나 일용직노

동 등으로 간간이 생활을 연명하던 사람들이었기에 화재의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었지만 송파구청은 마을을 복구하는데 어떠한 지원도 하지 않았다. 주민들이

거주하던 땅이 불법점유지이기 때문에 주거지역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논리였

다.

주민들은 분노에 차기 시작했다. 엄연히 사람이 살고 있는 땅임에도 불구하고

정식주거지역이 아니란 이유로 주소가 부여되지 않아 수도도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땅, 주민등록상 주거지가 다른 곳으로 돼있어 장거리 통학을 감수해야하는

아이들, 주거환경의 열악함으로 생기는 피부병과 소화기질환. 집 없는 이의 설움

이라며 꾹꾹 참아왔지만 해도 너무했다. 때만되면 나오는 세금과 선거철이 되면

이곳까지 쫒아나와 표를 부탁하는 사람들, 그러나 그들은 도와주지 못할망정 화

훼마을 문제가 사회적으로 얘기되는 것마저 막으려했다.

마을사람들은 구청과 기독교연합회관 등지에서 항의농성을 벌였지만 당국은 꿈

적도 하지 않았고 결국 화훼마을은 인근 주민들과 시민단체의 도움 속에 복구됐

다. 이번 투쟁을 통해 화훼마을 사람들은 소중한 깨달음을 얻었다. 그들이 목소

리를 내지 않는 한 그들의 문제는 어느것 하나 해결될 수 없다는 걸. 그래서 요

즘 그들은 ‘주소지 되찾기’ 운동을 시작했다. 비록 세상살이가 힘겨워 더딜지라

도.

강남향린교회의 김경호 목사는 말한다. “이들은 유령같은 존재입니다. 존재는 있

지만 우리사회는 그들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죠. 아직도 이곳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인근에서 끌어다 쓰느라 전기줄이 뒤엉켜 있습니다. 항상 화재의

위협이 존재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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