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일보가 뽑은 노동계 10대뉴스】
1999년 한해동안 노동계에는 많은 사건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하나의 문제를 둘러싸고 발생한 일들이었다. 바로 정부의 신자유주의적인 경제정책에 따른 것. 정부는 노동배제적인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했으며 노동계의 투쟁은 불가피했다.
양대노총이 노동계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겨울투쟁에 나선 것도, 공기업노조들이 기획예산처의 예산지침 철회를 요구하며 투쟁의 전면에 나선 것도, 노사정위가 개점휴업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모두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따른 것이다.
노동계의 투쟁속에 올 한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 어떠한 것도 해결된 것이 없기 때문에 노동계는 새천년 벽두부터 투쟁을 다시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정책 변화를 위해.
① 전임자임금·노동시간 등 `노·정 갈등’
두차례 걸쳐 총파업 등 `겨울투쟁’ 불러와
전임자임금 노사자율과 노동시간 단축 문제는 특정한 한 시점이 아니라 99년 한해 전체를 관통한 사안. 양 노총은 김대중 대통령 대선공약 등 정부의 약속이행을 촉구하며 전면투쟁을 전개했으나 결국 해결되지 못하고 해를 넘겨, 새 밀레니엄을 맞게 됐다.
한국노총은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제3기 노사정위에 참여했으나 결국 활동중단을 선언했다. 또한 한국노총은 2차례에 걸쳐 총파업 등 이른바 `겨울투쟁’을 벌였다.
민주노총 또한 국회앞에서 천막농성을 장기간 벌였는가 하면 전국적인 집회를 열었다.
현재 전임자임금 금지조항 삭제 및 유급전임 상한선 도입을 골자로 하는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이 국회로 제출될 예정이며 4월 총선이전에 이 문제가 해결되지 못할 경우 현 정권 임기 동안 노사관계는 파행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② 한국노총 정책연합 파기
전임자임금, 노동시간 단축, 단협 실효성 확보 등 노동계 현안에 대한 정부·여당의 약속이 계속해서 지켜지지 않자 한국노총은 국민회의와의 정책연합 파기를 선언하고 본격적인 대정부 투쟁을 천명했다. 한국노총은 97년 대선과정에서 김대중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정책연합을 했는데 2년만에 이를 파기, 내년 총선에서 낙선운동을 전개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인상 위원장은 정책연합 파기를 선언하면서 민주노동당과의 정책연합 가능성를 시사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한국노총의 정치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총은 2004년 독자적인 정당을 만들겠다는 정치일정을 확정한 바 있다.
③ 공기업 예산지침 반발 확산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기획예산처가 주도했던 공기업 구조조정은 공기업 노동자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서울지하철 노조의 파업으로 시작된 공기업 노조 투쟁은 올 한해 노동계 투쟁의 선봉대 역할을 톡톡히 했다. 특히 기획예산처의 예산지침은 정투노련 등 공기업 노동자들의 강한 저항을 불러왔다. 공기업 노조들이 기획예산처를 불법·부당노동행위 생산공장이라고 명명한 것에서 드러나듯 공기업 노동자들의 기획예산처 지침에 대한 분노는 대단하다. 따라서 예산지침 철회 투쟁은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④ “구조조정 맞선 파업 정당” 판결
지난 10월7일 춘천지방법원이 98년 정리해고에 맞선 만도기계노조의 파업이 정당했다는 판결을 내린 것은 쟁의권과 관련된 논란에 쐐기를 박는 일대 `사건’으로 기록된다. 당시 춘천지법은 만도기계 익산지부 간부 8명에 대한 항소심 판결에서 “정리해고에 관한 노사분쟁은 노조법상 쟁의행위의 대상이 되며 고용안정은 정당한 쟁의행위의 목적이 된다”면서 이들에게 업무방해죄 등을 적용했던 원심을 파기했다. 이는 그동안 정리해고를 대상으로 한 파업을 `불법’으로 몰았던 노동부의 행정해석을 뒤집는 것으로 노조와 많은 법학자들로부터 `전향적인 판결’로 환영을 받았다.
⑤ 임시직, 임금노동자 절반 초과
99년은 한국의 임시·일용직이 전체 임금노동자의 절반을 처음으로 넘어선 해. 임시·일용직은 실업률이 하강곡선을 긋기 시작한 3월부터 절반을 초과, 실업률 저하가 이같은 단기계약 노동자의 급증에 기인한 것임을 반증했으며 지난 11월 현재 695만3000여명으로 전체의 53.0%를 차지하고 있다. 이같은 통계엔 200만명을 넘는 시간제 노동자는 물론 하청·용역이나 위탁계약직 노동자도 모두 배제돼 있다. 상시적인 고용불안에 임금이나 사회보장, 노조결성 등에 있어 온갖 불이익을 받는 이같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절반을 훨씬 넘어서고 있는데도 제대로 된 통계조차 없는 실정. 한편 대교와 재능교육 등 학습지 교사들이 노조원 자격을 최근 인정받은 것은 이들의 노동권 보장을 위한 첫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⑥ 남북노동자 통일축구대회
지난 8월10∼14일, 분단이후 최초로 남북노동자가 한자리에 모여 동포애를 다졌다. 민주노총과 조선직업총동맹 노동자들이 평양에서 통일염원 축구대회를 개최한 것. 이를 발전시켜 양조직은 내년에는 서울에서 축구대회 및 다양한 학술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역사적인 남북노동자 축구대회였음에도 불구하고 양쪽 정권의 정치적인 의도를 극복하지 못한 점과 국내 노동계가 함께 하지 못한 것은 한계로 지적되기도 했다.
⑦ 파업유도특검 결국 `헛수고’
“…(조폐공사노조 파업은) 우리가 유도한거야… 보고서가 남아있다 …총장께 보고드렸다….” 지난 6월7일 진형구 전 대검공안부장의 취중 발언으로 촉발된 파업유도 사건은 검찰과 정부기관이 개별기업 노사관계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과 함께 노동·시민단체를 비롯한 전국민적인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6개월 가까운 동안 진실을 밝혀내기 위한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 특별검사가 실시됐지만 의혹은 여전히 의혹만으로 남았다. 특히 검찰과 특검의 수사결과가 서로 달라 전면재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조폐공사노조와 시민단체들은 특검수사에 대한 민사소송을 제기할 방침이어서 파업유도 사건의 진실규명을 요구하는 투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⑧ `신노사문화’ 본격 시동
IMF 초기 노사정위를 통해 노동계를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의 하위동반자로 포섭하려 했던 정부가 올해엔 `신노사문화’를 들고 나왔다. 노·사·정의 의식 및 관행 개혁을 내세우고 있지만 사업내용을 살펴보면 정부가 제시한 4대개혁 가운데 `노동개혁’의 일환인 것으로 평가된다. 98년부터 노사정위와 제2건국위 차원서 논의돼온 것을 노동부가 전면 재구성, 이상룡 장관 취임 2주만인 6월14일 대통령에 보고한 데 이어 22일 전국기관장회의를 갖고 본격시동을 건 것. 사업초기 “70년대 새마을운동이나 다름없는 관주도의 `무쟁의 캠페인’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의식, 지금은 전시성 행사를 줄이고 `경영참여’ 등을 내세우고 있으나 재계 일각의 `지식경영’ 캠페인과 내용상 차이가 없어 현장의 반응은 차가운 편.
⑨ 민주노총·전교조 합법화
민주노총은 지난 11월22일 노동부로부터 설립신고필증을 교부받음으로써 `법외 조직’의 족쇄를 벗어 던지게 됐다. 합법화 시대의 첫발을 내디딘 11월23일 민주노총은 기자회견을 열어 “조합원 중심의 노동운동을 뛰어넘어 비정규직·중소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을 포함한 1200만 전체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하는 노동운동을 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전교조도 지난 7월3일 설립신고 필증을 교부받아 꼭 10년만에 합법조직으로 거듭나게 됐다.
⑩ 양노총 조직정비, 새천년 채비 `끝’
박인상 위원장 재선·단병호 위원장 선출
박인상 한국노총 위원장이 재선되고 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으로 선출되는 등 양노총은 올해 조직을 새롭게 정비, 새천년을 맞을 채비를 갖췄다. 양노총의 새천년 맞기는 겨울투쟁에서부터 시작됐다. 전임자 임금 노사자율 보장, 노동시간 단축 등 노동계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양노총의 투쟁은 새천년에도 계속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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