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 김혜선(서울여성노조 사무국장)
* 지난 5월부터 서울여성노조는 ‘여성관련 단체협약 모델(이하 모델협약)’마련을 위한 연구팀을 구성하여 국내외 관련법규, 단체협약, 관련사례 분석 등을 거쳐 8개 부문의 모델협약을 개발하였다.
단체협약은 사규나 근로기준법에 앞서 법적 효력이 적용되기 때문에 회사에 서 같은 내용의 지침을 마련하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성희롱방지협약의 경우를 보더라도 기업들이 회사차원의 지침을 만들어 인사부나 총무부가 상담창구 및 신고창구가 되는 경우들이 있는데 이는 피해자의 구제 및 예방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왜냐하면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이러한 사건들을 은폐하고 묵인하고자 하는 경향이 많았기 때문이다.
서울여성노조에서 마련한 모델협약들은 법률 규정에 없는 내용이거나 법의 수준을 뛰어 넘는다. 법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는 현실이지만 생생한 여성들의 경험을 반영하고 실질적인 평등에 다가가기 위한 구체화된 요구들을 담도록 노력했다.
모델협약의 내용은 동일노동·동일임금을 위한 모델협약, 모성보호를 위한 모델협약, 육아지원을 위한 모델협약, 직장내 성폭력의 예방 및 구제에 관한 모델협약,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에 관한 모델협약, 여성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모델협약, 여성노동자의 고용안정을 위한 모델협약, 여성친화적 작업환경을 위한 모델협약이다.
특히, 기존의 법체계는 여성보호·모성보호·육아지원을 혼용하여 사용하고 있는데 여성은 모성기능을 가진 자이므로 보호받으며 육아의 전담자라는 성별분업적 인식이 그대로 투영되고 있는 부분을 지적하고 모델협약에서는 이 세 영역을 정확히 구분하도록 하였다.
즉, ‘여성보호’는 생리적인 특성에 따른 여성의 건강권으로,’모성보호’는 임신 및 출산과 관련된 여성의 모성권으로 ‘육아’는 자녀를 가진 남녀공동의 권리로 정리하였다. 존폐논쟁에 늘 휘말리는 생리휴가는 생리현상이 임신과 관련되기 때문에 모성보호와도 관련되지만 전체 여성들의 생리적 특성에 따른 여성보호 차원으로 보았다.
7개월간 준비한 서울여성노조의 여성관련 단체협약모델이 발전하여 직종, 산업의 특성에 따라 그리고 대사용자 교섭과정에서 더 구체화되고 풍부해지길 바란다.
이 자리를 빌어 연구자를 파견해 준 사회진도연대와 노동조합기업경영연구소, 그리고 외국자료번역에 애써 주신 주일령(불어번역), 김선옥(영어번역)님께 깊이 감사를 드린다.
여성의 관점에서 개발한 모델협약의 내용과 특징을 간단히 소개한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위한 모델협약
현행법상 동노동임원칙이 기업 내로 비교범위를 한정하고 있지만 단체교섭을 통한 동노동임 실현은 그 비교범위를 업종별, 산업별, 기타 교섭대상별로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었다.
또한 단순히 임금차별에 국한하지 않고, 고용전반에 걸친 남녀평등의 폭넓은 개념 속에서 이를 가능하게 할 조건들, 즉 성별직종분리, 채용, 배치, 승진, 교육 등에서 차별시정과 시정과 누적된 차별을 해소할 잠정적인 우대조치 등을 명시하였다.
“회사는 노동자의 고용형태, 직종, 직무, 근로시간에 관계없이 월 임금은 60만원을 하회하여 지급할 수 없다”는 임금의 최저임금설정이라든지, “조합원의 기본적인 생활보장을 위하여 표준생계비를 기본급으로 지급함을 원칙으로 한다.
단, 표준생계비는 1인 단신을 기준으로 하되 액수산정에서 남녀차별을 두지 않는다”는 표준생계비 지급원칙, 비정규직에 대한 동일노동·동일임금지급의 원칙 등 이 모델협약은 기본적으로 영세사업장의 여성노동자와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요구를 담고 있다.
모성보호를 위한 모델협약
우리 나라의 경우에는 임신한 여성에 대한 시간외근로, 야간근로, 휴일근로 금지 규정이 없으며 임신하면 경이한 업무로 전환해야 한다는 조항만이 있는 실정이다.
이 모델협약은 여성의 시각으로 모성에 대한 기본권리를 확대하고, 여성들의 경험을 반영하여 임산부인 여성이 지속적으로 직장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였다. 특히 여성의 삶이 지닌 상이한 욕구와 리듬에 적합한 협약이 되도록 노력했다. 신체적인 변화로 인한 노동의 단절을 막기 위해 “임신 중의 여성노동자가 심한 입덧, 임신중독증, 유산의 위험과 조산기로 인해 병가를 요청했을 때 회사는 즉시 한달의 유급병가 휴가를 주어야 한다”든지 “…임신한 여성노동자에게 일하기 편하고 적합한 작업대와 의자를 제공해야 한다. … 회사는 임신한 여성노동자가 휴식시간이나 작업도중 불편하다고 느낄 때 사용할 수 있는 침대가 있는 조용한 방을 제공한다”는 임신한 여성을 위한 작업환경 등이 그것이다.
육아지원을 위한 모델협약
육아협약은 ‘육아’라는 것이 자녀를 건강하고 온전하게 키우기 위해 부모인 남녀노동자들이 누려야할 권리임과 동시에 책임이며 사회 전체가 관여해야할 공동의 책임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하였다.
지금까지 육아는 사회적으로 여성에게만 전담되어 왔다. 현재 남녀고용평등법의 규정에도 여성들이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어 모든 남성이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없으며 단지 배우자가 맞벌이인 출산여성의 남편만 사용이 가능하다.
이 모델협약에서는 육아휴직기간의 소득보장과 다양한 육아지원형태를 제시하고 있다. ‘육아수당’을 신설하고 육아휴직기간을 3년으로 연장하였으며 자녀가 아픈 경우를 대비해 ‘자녀간병’, 부모가 자녀의 성장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권리로써 ‘유치원·학교행사참석’ 등 남녀 모두가 일터와 가정을 조화롭게 양립하게 위해 전제되어야 할 것들을 마련하고자 했다.
또한 우리는 육아휴직중의 소득보장을 고용보험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으나 고용보험이 적용된다 하더라도 소득비례부분은 사업주가 지원하여야 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하였다.
직장내 성폭력의 예방 및 구제에 관한 모델협약
우선 성희롱이라는 용어를 ‘성폭력’으로 통일하였다. 성폭력의 개념을 ‘성적 자율권’의 침해로 보아 이것이 폭력의 문제임과 동시에 자신의 신체에 대한 권리침해임을 밝혔다. 또한 성폭력 판단 여부를 피해자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을 거듭 강조하였을 뿐 아니라 동조자에 대한 징계를 분명히 하였다.
재범인 경우에는 반드시 해고하고, 가해자가 사업주여서 직장내에서 처벌이 가능하지 않을 때 사업주는 일간지에 공개사과문을 내야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시에는 모든 법적 대응을 감수해야 한다는 조항을 두어 성폭력 근절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반영되도록 하였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에 관한 모델협약
이 모델협약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입장에서 만들었다. 기업의 통상적 업무에는 정규직 직접 고용을 원칙으로 하였으며, 고용형태와 상관없이 보편적으로 인정되어야 할 최소한의 권리에서 더 나아가 비정규직 고용유형별로 강화되어야 할 보호기준들을 서술하였다. 이것은 비정규직 고용형태가 정규직에 비해 불안정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그만큼 더욱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비롯된 것이다.
“파견·용역노동자의 임금은 사용사업주가 파견·용역사업주에게 지불하는 파견·용역료 중 100% 이상이 되어야만 한다”는 ‘파견·용역노동자의 임금보장’ 조항과 ‘서면계약의 원칙’, ‘고용종료 보상금·경력인정’, ‘명목상 시간제노동의 금지’ 등이 그것이다.
또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이 보장되어야 함을 분명히 하였다.
여성노동자 10명 중 7명이 비정규직인 현실에서 비정규직의 권리를 위한 단체협약은 여성노동자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여성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모델협약
건강보호와 안전보장을 위하여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노동시간단축과 적정인력확보를 통한 노동강도 강화 방지임을 강조하였다. 최근 업무상재해로 인한 사망자 및 재해자의 증가는 노동강도 강화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업무상재해를 방지하기 위해 경쟁유발적 제도 도입을 금지하고, 모니터링제도, 비디오카메라 설치 등 작업장 감시체제 도입을 금지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여성노동자들이 집중되어 있는 직종과 업무에서 발생하는 재해를 방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예방책과 대안을 제시하였다. 즉 장시간 서서 일하는 업무, 단순반복적인 업무, 야간근로 및 교대제 노동을 하고 있는 여성노동자들을 위한 보호 규정을 두어 구체적인 노동안전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였다.
여기에 여성보호 및 모성보호를 위한 휴가를 확대했는데, 생리휴가 외에도 생리전 증후군이 있는 여성노동자들을 위한 월 1일의 유급휴가나 근속연수별 안식휴가제도, 특히 노동절뿐 아니라 세계여성의 날을 유급휴가로 확보하는 등 여성노동의 권리를 특화하여 강조하였다.
여성노동자의 고용안정을 위한 모델협약
민주노총의 단협안만을 보더라도 “성실한 해고회피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가 불가피한 경우, 회사는 노동자의 연령, 근속연수, 부양가족 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조합과 합의하에 합리적인 해고대상 선정기준을 정해야 한다”고 되어 있는 등 “남성=생계부양자, 여성=생계보조자”라는 성역할 분리에 의해 여성의 노동권을 위협할 여지를 두고 있다.
이 모델협약은 성, 혼인유무 등의 조건 외에도 가구주 유무, 부양가족 수, 연령, 근속기간 등을 이유로 한 고용상의 성차별 금지조항을 포함시켜 여성노동자의 평등한 노동권을 확보하는데 목적을 두었고, 여성노동자들의 해고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사전 단계로 사용되고 있는 무연고지, 원격지 발령을 금지하였고 이와 같은 발령을 거부한 여성노동자들이 고용, 임금, 승진 등에 있어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을 명시하였다.
여성친화적 작업환경을 위한 모델협약
‘여성친화적 작업환경’이라 함은 성차별적 사회통념에 근거하여 자행되는 모든 여성억압적이고 여성차별적인 발언 및 행위, 관행, 제도들이 철폐되고 여성노동자가 아무런 성에 의한 편견이나 억압이 없는 상태에서 자신의 능력과 의욕에 따라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을 말한다.
가슴 설레며 첫 출근한 여성에게 직장은 꿈을 펼칠 미래를 보여주기보다는 남성들의 시중을 들어줄 또 다른 어머니를 요구한다. 남자들의 취향대로 커피를 타는 방법과, 책상위의 화초가꾸기, 신문보는 남자들의 책상닦기, 물 마시고 싶을 때마다 부르기만 하면 갖다 주도록 뚜껑 달린 물컵놓기 등.
서울여성노조는 여성노동자가 존중받는 작업환경을 만들기 위해 여성친화적 작업환경을 위한 모델협약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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