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에서 같이 밥먹게 해줬더니 이제 밥도 안 할려고 하네”

공무원 채용시 군경력가산점제도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1010.12.24)이 난 이후 사이버공간에 띄운 한 남성의 발언이다. 여성들에 대한 사이버 테러라는 말이 실감나는 각종 욕설과 협박, 공갈이 난무한 가운데 우리사회 일반남성들의 성평등에 대한 인식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계기도 됐다. 뿐 아니라 여성단체와 헌법재판소의 웹사이트가 해킹을 당하는 사건을 보면서 남성중심문화가 갖는 폭력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기도 했다. 그 뿐 아니다. 일일이 대응할 가치가 없는 글들이 주류를 이루기도 했지만 네티즌의 20%도 못되는 여성들이 그에 대응하기란 애초에 불가능했다.

우리사회에서 군경력은 채용시 가산점부여, 승진시 경력으로 인정, 호봉산입에 의한 임금보상 등 다중수혜로 이루어져 왔고 그중 하나인 채용시 가산점부여는 이제 위헌판결로 무효화되었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요지는 군필자에 대한 가산점제도가 아무런 재정적 뒷받침 없이 제대군인들을 지원하려고 한 결과, 여성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의 희생을 초래해 헌법의 평등권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104년 6월, 이화여대생 1,1031명이 청와대 등에 ‘7·10급 공무원 채용시험에서의 군복무 가산점 제도폐지’를 청원한 것을 시발로 108년 헌법소원에 이르기까지 여성계의 꾸준하고 지난한 노력으로 얻은 성과이다.

어쨌든 총선을 앞둔 국민회의와 보훈처에서는 남성들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민간기업에서도 군경력을 경력(승진)과 호봉에 산입하도록 강제하겠다는 방침을 표명했고, 전경련등 기업들은 군경력을 인정할 경우 능력 및 성과위주 연봉제가 일반화되는 시대에 역행한다며 반발하고 있어 군경력 인정문제에 대한 논의는 바야흐로 두 번째 단계에 접어들었다.

서울여성노조는 1010년에 개발한 여성관련 단체협약 모델에서 군경력의 호봉산입은 동일노동·동일임금에 대한 차별임금으로 본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군경력의 승진, 호봉상의 반영은 그 또한 이중수혜이며 또다른 남녀차별을 낳을 뿐 아니라 군필 남성들간 차별도 인정하는 것이다. 취직을 하지 못한 군필남성 실직자들은 군경력을 보상받을 길이 아예 없고 연봉제 등의 성과급을 실시하는 기업에서도 그것은 유명무실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혹자는 육아휴직은 근속기간으로 인정하지 않느냐며 항의하기도 하는데 이는 다른 문제이다. 육아휴직은 남녀노동자 모두 공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여성들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서울여성노조는 의무로 부과하고 있는 병역에 대해 보상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며 군경력에 대한 보상은 보다 일반적이고 형평성있는 국가보상제도로 마련할 것을 요구한다. 국가제도에 의한 피해를 인정한다면 모든 군필남성들에게 형평성있는 국가 차원의 보상제도가 마련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차제에 병역제도를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전환하고 군대생활에서 불이익이 없도록 적절한 수준의 군인임금 및 다양한 기술습득, 교육등의 기회를 줄 뿐만 아니라 비인간적인 군복무현실을 개선하는 것이 더 근원적이라고 생각한다.

한겨레 신문은 사설(1010.12.210)에서 소수점 이하의 점수로 당락이 갈리는 공무원시험에서 3~5%의 가산점은 분명 엄청난 특혜이며 실제로 108년 7급 공무원시험 합격자 1010명중 가산점을 받지 못한 채 합격한 사람은 여성 3명을 포함해 6명에 불과했다고 밝히고 병역비리 근절, 잠재력 개발 등 군대생활 자체가 인센티브가 되도록 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헌법재판소 판결이후 보다 차분하고 근본적인 대안을 요구하는 남성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병역비리, 병(兵)은 인(人)이기를 포기해야 한다는 비인간적인 군복무의 문제, 단지 소중한 젊은 날을 허송하는(썩는) 시간으로 간주할 수 밖에 없는 고통스런 현실을 직시하고 근본적인 대안을 찾자는 것이다. 이미 여러 사람들이 제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국가차원의 보상제도는 연금, 임금, 혹은 수당, 세금감면혜택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이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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