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새해소망’ ①

나를 닮은 사내아이 낳고 싶다

한갑희(32·동양화재 법무실)

2000년에는 2세를 갖고 싶다. 솔직히 딸보다는 아들을 낳고 싶다. 나를 닮아 얼굴은 별로라도 몸매가 뛰어난 사내아이 말이다.

97년 9월28일 반도체관련 일본인회사에 다니는 아내와 결혼한 뒤 사실 아이보다는 성실하게 일해 저축하고 집 한 칸 마련하는 게 우선이었다. 게다가 아내가 다니는 회사는 임신하면 무조건 퇴직하도록 돼 있다. 우리가 맞벌이인 이상 또 먹고살자니 어쩔 수 없는 문제였다. 내일을 꿈꾸며 서로 부지런히 일한 끝에 지난 해 2월 결혼한지 1년 반만에 김포쪽에 있는 아파트를 한 채 분양 받아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 아내가 기뻐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결혼 초기에 조그마한 전세방 하나로 시작했기 때문에 부모님도 상당히 고마워했다.

아이를 갖게 되면 아내는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새해에는 아이를 낳고 싶다.

그리고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문제가 새해에는 국회에서 처리돼 이런 문제로 몸살 앓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같은 직장동료들 가운데 여직원들은 ‘주5일 근무제’에 관심이 많다. 남직원들은 생각은 있어도 말을 못 꺼내는 분위기지만 여직원들은 ‘주5일만 일하고 휴식을 충분히 취해 창조적인 사고를 하고 싶다’는 목소리가 높다. ‘주5일제 근무’는 올해라고 쉽지는 않겠지만 꼭 실현됐으면 한다.

나의 ‘새해소망’ ②

“안정된 직장을 원한다”

민영진(42·대우자동차판매 신촌영업소)

“솔직히 신년소망을 세울 만큼 여유가 없다. 회사가 워크아웃 상태라….”

평생직장이라 믿고 입사했지만 그런 믿음은 깨진지 오랜 민영진씨의 말이다. 은행이 쥔 칼자루에 따라 회사가 춤을 추는 동안 민씨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생활이 계속됐다.

자동차를 판매하는 영업사원이라 넥타이를 매고 있지만 화이트칼라와는 거리가 멀다. 영업 경쟁이 심해지면서 회사마다 지점수와 직원을 늘려 출혈경쟁을 감수하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매년 담배를 끊어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퇴근한 뒤부터 다음날까지 담배를 입에 대지 않는 민씨지만 영업소만 들어서면 담배부터 입에 문다.

“안정된 직장이 가장 중요하죠”. 올해 둘째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민씨의 새해소망을 한참만에야 들을 수 있었다. 민씨 친구들은 99년을 지나면서 전부다 직장을 그만뒀단다. 학교에서 공부를 잘했건 못했건 마찬가지였다. 민씨는 “우리 나이 때가 그런 것 같다”며 허허로운 웃음을 지었다.

신문을 봐도 정치면은 안본다는 민씨에게 우리 사회에 대한 소망을 물어봤다. “정치에서 부정이 다 나오는 것 같아 바꿔야긴 하는데…”며 민씨가 말꼬리를 흐린다. “초등학생을 시켜놔도 그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민씨는 이번 총선 때 집에서 가족들과 쉴 계획이다. 갑자기 배일도 서울지하철노조위원장 얘기가 나왔다. “대화나 타협, 말 그대로만 되면 참 좋은 거다. 하지만 사용자쪽의 성숙한 자세를 기대하기 힘든 게 사실 아니냐”고 민씨는 되물었다.

민씨는 민주노총 얘기가 나오자 얼굴이 밝아졌다. “개인적으로 민주노총에 참여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언론에서 한국노총이 양복이라면 민주노총은 잠바다. 어느 쪽이 노동자를 대변하고 있는 지 쉽게 알 수 있다.” 민씨는 정부의 매도도 문제지만 대국민 홍보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는다.

민씨는 “노조도 오래되니까 ‘패거리 정치문화’가 퍼지더라”며 “이게 제일 나쁜 거다. 해가 갈수록 조합원들 사이에 골이 깊어지고 산봉우리가 몇 개씩 생기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회사쪽이 보기엔 골수노조원이라는 민씨. 새해에 지킬 것은 지키고 버릴 것은 버리라는 민씨의 지적이 따갑게 느껴진다. 이재철/leecc@kctu.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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