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좌담> 2000년의 도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현장의 지혜와 힘만이 희망”
O 12월31일 오후 2시 / 민주노총 임원실
O 참석자
권영길·민주노동당(가칭) 준비위 상임대표
“신자유주의 바꿔내기 위한 공세적 투쟁을”
김금수·<한계레>논설위원,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
“엄중한 상황…간부들부터 사고·행동 바꿔야”
김진균·서울대 교수(사회학)
“‘야만의 자본주의’ 맞서 희망 만들어내는 주체로
단병호·민주노총 위원장
“노동운동전략 수립에 관망 말고 적극 참여했으면”
단병호 바쁘신데 이렇게 시간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한 세기를 마감하고 새로운 한해를 맞아 전반적으로 새로운 과제를 갖고 이후 활발한 활동을 펼쳐나갈 때이다. 지난 활동을 진단하면서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좋은 말씀을 듣고자 자리를 마련했다. 먼저 민주노총 합법화가 갖는 의의를 살펴보면서 한 해를 조망하는 실마리를 풀었으면 한다.
김금수 합법화 뒤 나온 민주노총 성명서를 보니, ‘신고필증을 받았다’가 아니라 ‘합법성을 쟁취’했다고 했는데 정당한 표현이라고 본다. 특히 눈에 띤 것은 ‘힘과 대안을 아울러 갖춘 책임 있는 사회세력이 되겠다’는 대목이다. 이 점에 일반국민들의 기대가 클 것이고, 민주노총의 올바른 각오가 아닌가 생각한다. 덧붙여서 합법화가 민주노총이 노동운동의 새로운 주체로서 권위를 확보하는 즉, 사회세력으로서 힘과 위력을 갖춘 세력으로 발전하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권영길 말씀하신 대로 합법화는 지난 10여년에 걸친 투쟁의 성과다. 정부당국이 실정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부분에 대해 수정을 요구했지만 그것을 끝내 거부하면서 이 투쟁의 정신을 살렸다는데 의미가 크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합법화 이후 어떻게 할 것이냐다. 지금까지는 권력과 자본의 도전에 대응하는데 주력해왔다. 민주노조운동은 초기에 노동기본권 쟁취와 민주노조 사수투쟁에 집중했고, 웬만큼 조직력을 갖춘 뒤에는 총액임금제 등 임금구조를 바꾸기 위해 싸웠으며, 최근에는 정리해고를 비롯한 노동시장유연화가 대응과제인데 앞으로는 민주노총이 공세적으로 나갈 필요가 있다. 전략을 확고히 세우고 민주노총이 중심이 돼 투쟁해야겠다.
두 말할 필요 없이 신자유주의체제를 바꾸기 위한 투쟁이 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주40시간제’ 쟁취투쟁은 적절한 방향이다. 실무적인 지적을 하자면 이보다는 ‘주5일 근무제’가 설득력을 가지리라 본다. 고용안정을 위한 일자리 나누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노동자 뿐 아니라 일반국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측면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앞서 말한 ‘공세적’이라는 의미이다.
요란한 ‘새천년’이 아니라도 2000년은 노동자, 특히 민주노총에 매우 중요한 해다. 갈수록 국민의 지지를 잃고 있는 김대중정권에 대한 강력한 대항세력이 있어야 한다. 그 중심은 민주노총일 수밖에 없는데 현장의 정서를 면밀히 읽어야 한다. 대중은 노조집행부와 연맹, 민주노총에 강력한 투쟁을 요구하면서도 투쟁참여도는 떨어지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 이는 당위적인 투쟁으로서는 극복할 수 없다. 2000년 들어서는 현장순회를 통한 조직력강화, 교육이 절실하다.
단병호 합법화로 민주노총의 활동공간이 넓어졌다는 측면도 있다. 이를 어떻게 적절히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합법화되면서 제도적 틀에 갇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데 이 점을 경계해야 하리라 본다. 사회적, 제도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비민주적 요소를 인정할 순 없는 일이다. 지킬 건 지켜야 하지만 깨야 할 것은 깨나가야 한다.
다음은 2000년 투쟁전략으로 얘기를 옮겨보겠다. 현재 기획단에서 마련하고 있는 2000년 사업계획의 핵심으로 정치총파업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제시돼 있다. 이를 중심으로 말씀을 해주시기 바란다.
김진균 IMF 이후 대량해고 상황을 되돌아보면 민주노조운동은 상당히 수세적이었다. 이른바 ‘사회개혁적 노동운동’은 초보적이면서도 제도권에 편제돼가고 진보성을 확보하지 못한 한계를 보였다. 2000년에 정치투쟁을 한다면 이 과제를 적극화해야 할 것이다. 노동운동에 개혁적이고 변혁적인 움직임이 요구되고 있다. 정치총파업은 조합원들의 요구에 부응할 뿐아니라 권력과 자본의 요구에 순종적이지 않음을 밝히고, 우리의 과제를 적극 제시하는 방향으로 설정돼야 한다. 노동자대중의 정치조직이 없다시피 한 상황인데 이 또한 중요한 과제로 설정된다. 또 조합원과 비조합원까지 포함해 대중의 감성적인 힘과 도덕적인 힘을 어떻게 끌어낼 것인가. 정치총파업을 설정한다면 거기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김금수 위원장 신년메시지를 보면 2000년 투쟁과제를 주5일 근무제, 조세개혁과 사회보장, 고용안정-민주개혁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 자체가 제도정책적 개혁을 전제하고 있다. 임단협도 중요하지만 정책제도개혁의 필요성이 커졌다. 이는 정당이나 권력을 상대하게 돼 정치성을 띨 수밖에 없다. 문제는 얼마나 총파업을 위력적으로 전개하느냐다. 정치총파업에 내걸 요구가 조직내의 힘을 묶어내고, 국민의 지지를 끌어내는 합목적성을 갖추느냐가 관건이다. 그래서 정세를 정확히 진단해야 한다. 종래의 정세분석은 치밀하지 못했다. 정치총파업을 상정한다면 훨씬 정치한 정세분석이 필요하다. 또한 조합원의 힘을 하나로 묶어낼 전략과 전술도 마련해야 한다. 이 모든 문제를 점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렇듯 이전보다 한 단계 발전된 준비가 따르지 않으면 자칫 선언적이고 실천과 괴리된 총파업이 될 수 있다. 그러면 조합원은 실망하고 상대방은 소홀하게 여길 것이다. 상식적이지만 정치총파업을 하려면 그에 걸맞는 준비와 대비가 있어야겠다.
권영길 우선 용어정리가 필요하다. 단위노조에서도 ‘전면파업’을 총파업이라 표현하는데 총파업이란 적어도 총연합체 차원의 파업이라 생각한다. 또한 민주노총의 파업은 대정부, 대정권 투쟁이므로 정치파업의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 굳이 ‘정치’총파업이라 해야 할 이유가 있는가.
아무튼 올해 민주노총의 총파업은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는 파업의 목표다. 제도개혁이 중요하지만 구체적인 성과가 없더라도 96-97년을 넘어서는 총파업을 단행한다면 그것 자체가 성과라 본다. 이를 통해 한편으론 강력한 투쟁을 갈망하지만 한편으론 자신감을 잃고 회의에 빠진 조합원들의 불안감을 씻어내는 게 중요하다. 이를 통해 조직력이 복원, 강화될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후일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목표에 대해서는 교육 등을 통해 공감대를 넓혀야 한다. 특히 앞서 얘기한 주5일 근무제의 의의가 잘 전달된다면 조합원 뿐아니라 비조합원, 일반국민의 지지도 끌어낼 수 있으리라 판단한다.
김진균 96~97년 총파업은 대량해고의 위협이 생산직노동자 뿐아니라 중간관리직까지 미쳐 국민의 지지가 높았다. 대책회의도 매우 강고하게 꾸려졌다. 그러나 이렇게 결집된 힘을 총파업이 끝난 뒤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지속되지 못했다. 2000년 총파업은 민주노총으로서도 의미가 크지만 국민에게 희망과 신뢰를 준 연대조직을 어떻게 이끌어갈 건지 성찰이 있어야 할 것이다.
권영길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시기문제다. 시안에는 5월로 설정하고 있으나 총파업은 하반기로 모아져야 한다고 본다. 지금부터 5월까지 위력적인 총파업을 조직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이 시기는 총선국면으로 나라전반이 그 선거분위기에 휩쓸릴 것이기 때문이다. 5월은 총선이 끝난 뒤 기선을 제압하는 1단계투쟁으로 자리매겨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하반기 11월을 전후한 총파업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단병호 시기문제와 관련해 두 가지 의견이 있다. 단위노조 현안이 분출될 상반기에 정치적 요구를 결합해야 한다는 의견과 하반기에 하자는 의견이 그것인데 어렵더라도 상반기에 하자는 것이 다수의견이다. 정세를 볼 때 우리가 우위에 있지 못하고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산별노조 건설, 미조직노동자 조직화 등 결코 쉽지 않다. 때문에 정세를 반전시키기 위한 적극적인 시도가 필요하다. 한번 집중된 힘을 발휘해 역관계의 변화를 꾀하고 그 속에서 조직사업도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조직노동자를 주축으로 임단투 중심의 사업을 벌여왔다. 1천3백만 노동자의 10%에 불과한 조직노동자 중심, 이해 중심으로 갔을 때 투쟁은 고립되고, 이익집단으로 비춰질 우려가 있다.
다음으로 실제투쟁을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2000년엔 정치총파업이 꼭 성사돼야 하는데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가 문제다. 확실하게 조직해야 한다. 날짜를 박아놓고 가자는 건 아니지만 우리 스스로 ‘자승자박’식 전술을 써서라도 밤낮 가리지 않고 열심히 조직해보자는 얘기다.
다음으로 조직적 과제로 얘기를 옮겼으면 한다. 비정규직과 미조직 영세사업장 노동자 조직문제, 산별노조 건설문제가 관건인 것 같다. 비정규직과 미조직노동자 조직화는 특히 노동운동 발전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본다.
김금수 결론적으로 산별노조 말고는 방법이 없다. 산별노조로 전환하기 전에 할 수 있는
방법에는 한계가 있다. 지역노조 결성에 연맹이 재정이나 인력을 얼마나 투입하고 있는가. 금속의 경우 상근자가 6-70명인데 그 가운데 미조직노동자 조직을 담당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가. 지역노조 지원비가 한 달에 고작 2-30만원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산별노조로 전환하기 이전에 그것은 욕심이다. 재정과 사람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조직화를 얘기하는 것은 거짓말이다. 결국 산별노조 추진과 맞물리면서 얘기될 수밖에 없다. 적어도 연맹의 기능을 강화하지 않는 한 현상황에서 조직확대는 어렵다. 89년 이후 해마다 1백20개 노조, 조합원 5만여명이 줄어들고 있다.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이런 경향은 계속될 것이다. 구체적인 방법을 내놔야 하는데 산별노조 전환과 함께 풀 수밖에 없다.
김진균 생각이 좀 다르다. 민주노총을 보면 단위노조 책임자까지 산별노조, 정치세력화에 강박돼 있는 느낌이다. 오직 산별노조 건설, 정치세력화에만 힘을 쏟는 경직성을 내보이고 있다. 현재의 재정상태와 정책으로는 당연히 미조직노동자와 실업자를 끌어낼 수 없다. 노동운동으로서는 심각한 문제다. 그 옛날, 엄혹한 조건에서 전노협을 어떻게 만들어냈는가. 그러한 에너지를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민주노총이 유연해져야 한다. 운동적 성찰이 필요하다. 대량해고 이후 고용안정싸움을 했다. 고용확보가 중대한 과제임에도 남아 있는 사람들의 이해로 귀결됐다. 재고용돼 되돌아오는 사람에게 조합원들은 포용적이지 못하다. 여성노동자들을 정리해고의 제물로 삼았다. 대공장 남성노동자들의 이기주의라는 비판이 일었다.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는 헌신성 없인 해결하기 힘들다. 산별노조가 건설되면 해결될거라는 생각을 지속하면 문제는 풀리지 않는다.
김금수 현대자동차의 경우 하청노동자를 노조가 받으면 된다. 그러나 그것이 부담스러우니까 받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은행노조도 비정규직 안받는다. 가능하다면 좋지만 헌신성만으로는 안되는 게 현실이다. 그러니 89년부터 10년 동안 아무리 헌신성을 요구해도 안되는 것이다. 그러니 거짓말이라 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김진균 현대자동차의 경우 하청을 어떻게 조직할 것이냐를 생각해야 한다. 지금 상황이 급박하다.
권영길 비정규직 조직화는 장기적 과제로 설정할 수밖에 없고 산별노조 건설에 힘을 쏟아야 한다. 산별노조가 다 해결해주지는 않겠지만 모태가 될 수 있다. 산별노조와 정치적 조직체가 연계하는 것도 장기적 과제다. 단위노조나 좀더 넓어진 산별노조로 풀 수 없는 문제는 정치적 힘으로 풀어야 한다.
단병호 금속에 있을 때 비정규직 조직화 추진했었다. 그런데 한국중공업의 경우 전체인원이 4천여명일 때 그 가운데 2천5백명이 수백개의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하청업체별로 조직화가 어려워 한중노조 규약을 개정해 조합원으로 받으려 했으나 안됐다. 그래서 단계적 접근방식으로 작업복을 통일하자고 했으나 대의원대회에서 부결됐다. 정규직 1천원, 하청 1천5백원인 점심식대 차액을 회사에서 지원하라는 요구안마저 대의원대회에서 부결됐다. 이같은 현장의 현실, 벽을 깨는 게 그리 만만치 않다.
비정규직 조직화의 관건은 참여할 수 있는 조건과 산별노조의 틀, 제도개선이다. 그리고 재정과 인력도 뒷받침돼야 한다. 전노협시절과 비교해 헌신성을 강조하지만 그 때와는 현실조건이 다르다. 헌신성만으로는 안된다. 기업별노조로는 대안이 없다. 일단 산별노조는 빨리 추진해야 한다. 그렇다고 그 때까지 비정규직 조직화에 손을 놓겠다는 건 아니다. 그래서 생각한 게 5만명이 1만원씩 내 조직화를 선언하는 방안이다. 5억원으로 인력과 재정을 대면 돌파구가 열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한편 산별노조 건설과 관련해 유의할 점이 있다. 관료화문제와 현장의 직접민주주의가 발휘되기 어려운 문제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는 전체 운동전망에서 산별노조 건설을 지연시키는 근거가 될 수 없다. 채워내야 할 과제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본다.
권영길 산별노조를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생각하는 태도도 경계할 점이다. 산별노조가 건설되더라도 투쟁력과 성과물이라는 측면에서는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다. 이 점에서는 기업단위 투쟁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그러나 어차피 가야할 길이라는 점에서 이에 대한 공감대를 넓혀가야 한다.
김금수 산별노조에 대한 몇 가지 문제제기와 관련해 살펴보겠다. ‘형식적 산별’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물론 형식만 바꾼다고 될 일은 아니다. 그러나 누가 형식만 바꾸려 하겠는가. 다음으로 관료화문제인데 그런 요소를 안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관료화가 무언지 따져봐야 한다. 형식민주주의와 실질민주주의에 대한 혼돈과 혼선이 있는 것 같다. 직선제논란이 대표적이다. ‘공동·통일투쟁을 거쳐 산별노조로 가야한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계획적으로 교섭권을 위임하고 교섭체계를 갖춰가야 한다. 그런데 산별노조의 교섭체계를 연맹의 교섭체계와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지금의 연맹체제라면 교섭권을 넘겨주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산별노조에는 사람과 재정이 더욱 집중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같은 문제들에 대해 내셔널센터에서 핵심줄기를 담은 조직요강을 내놓아야 하는데 민주노총의 움직임이 너무 늦다. 대의원대회까지는 기본골격이 나와야 할 것이다.
단병호 이제 정치세력화문제로 넘어갔으면 한다. 총선대응방안, 민주노동당의 진로, 다양한 정치세력과의 관계설정 등 적잖은 쟁점이 있는 것 같다.
권영길 총선대응과 관련해서는 민주노동당 내부에도 여러 가지 논의가 있는데 구체적인 총선대응은 논의방향이 잘 정리되지 못하고 있다. ‘1백개 이상 지역구의 전면참여론’과 ‘전략지구 제한적 참여론’은 사실 대립지점이 아닌데 대립되고 있다. 총선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부터 정리해야 한다고 본다. 총선참여는 정치공간을 활용해 우리의 주장을 펴는 선전사업이 가장 중요하다. 어떤 슬로건을 내세울 것이냐는 합의할 수 있다. 김대중정권이 만들어놓은 불평등구조를 바꿔나가는 게 핵심이라고 본다. 이른바 ’20대80 사회’를 바꿔나가자는 것이다.
총선에 적극 참여해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파헤치고 국민대중을 반대전선에 이끌어내야 한다. 이를 통해 민주노동당이 대안세력으로 인식된다면 당선자수와 상관없이 성과라고 본다.
단병호 ‘적극 참여’란 구체적으로 무얼 말하는가.
권영길 후보의 양과 질의 문제라 보면 된다. 꼭 후보숫자와 연결시킬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김대중정권이 만들어놓은 사회를 바꾸어내겠다면 후보 없이도 광범위한 운동원을 조직할 수 있다. 특히 정당명부제가 도입되면 후보 없이도 각 선거구에 운동원을 배치해 운동을 펼칠 수 있다.
김진균 보수진영이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구성인자도 많이 변해 ‘세련된’ 인사들을 모으고 있다. 언론과 권력의 도움을 바탕으로 자기들끼리 조정해가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상황의 변화다. 내부권력싸움도 있겠지만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이 정치적 요구를 제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고용불안에 대한 노동자들의 반발을 군부독재처럼 틀어막을 수 없으니까 ‘세련되게’ 대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동당이 굳게 서야 한다. 모든 진보세력과 민중세력이 민주노동당으로 모이는 게 바람직하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면 연대할 수 있는 조직이 옆에 많이 있어야 한다. 80년대의 그 많던 노동운동가들 상당수가 보수정치권으로 가버렸다. 지금도 정치적인 활동을 하는 이들이 많이 생겨나는데 이들이 당에 들어오지 못하더라도 여러 형태의 단체에서 정치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민주노동당이 도와주고 연대의 길을 찾아야 한다.
김금수 당으로서는 선거가 존립이 걸린 문제지만 그 점에만 집착하면 선거투쟁의 원칙이 무너질 수 있다. 대선출마에 대해서도 비판과 자성이 있었는데 다른 측면에서 보면 진보진영이 후보를 내 소위 노동계급의 입장을 대변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었다. 이번 선거는 당의 모습을 갖춰내고 교육, 선전, 지역사업을 하는 한편 특히 민주노총 조합원이 정당원으로서 역할을 해보는 좋은 기회다.
또 하나는 지금 정당사업과 관련해 노조지도부까지도 명확한 인식이 결여돼 있다. 민주노총 상층간부 수준에서만 논의가 무성했지 하부단위에까지 확산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2000년 사업에서 정치세력화에 대한 교육, 훈련, 선전계획이 나와야 한다.
김진균 정치활동의 내용과 방식에 견해차이가 있기 때문에 조합원중에는 당원으로 갈 수도 있고 안갈 수도 있다. 물론 민주노총이 발의하긴 했지만 당으로서 어떻게 해나가야 할 지 정리하고, 정치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럴 때에야 앞서 얘기 나온 선거대응 등의 문제도 정당한 근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권영길 민주노동당의 진로와 관련해 선거문제를 무시할 수 없지만 꼭 거기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물론 현실적으로 법에 정한 득표를 거두지 못하면 해산되고, 명멸해온 과거 진보정당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음을 안다. 그러나 민주적 절차를 통해 내부적인 합의만 이루어진다면 전망은 어둡지 않다. 오히려 선거 뒤 민주노동당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일상적 활동을 강화한다면 길이 열리고 그를 통해 더욱 굳건하게 설 수 있다. 선거를 의식해 현실적인 진로문제를 두고 논의가 확산되는 건 바람직스럽지 않다.
노동운동내에 다양한 정치성향이 존재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럽다. 조합원 중에는 국민회의나 한나라당 지지자, 당원도 있는데 하물며 진보정치세력안에 여러 갈래의 흐름이 있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당건설과 관련해서는 다른 문제라 본다. 브라질 노총(CUT)의 경우를 보면 그 안에 여러 정파가 있지만 PT당 건설에서는 별 문제가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밖의 정치성향이 제제를 당하거나 한 일은 없다. 이를 볼 때 김진균 선생의 얘기처럼 다양한 정치성향을 아우를 별도의 연대틀이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단계에서는 민주노동당을 건설·강화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본다.
단병호 나 또한 민주노동당의 공동대표로서, 시작한 이상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한다. 김진균 선생의 지적처럼 각 정치조직간의 다양성이 긍정적인 측면을 갖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것이 내부적인 경쟁관계로 국한됐으면 하는 소망을 갖고 있다. 각 정치조직들이 대중조직에 뿌리박고 있어 외부적 경쟁관계로 번질 경우 대중조직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소박한 생각인지는 모르나 민주노동당 뿐만 아니라 여타 정치조직도 이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다음은 연대사업으로 화제를 옮겼으면 한다. 최근 신자유주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노동운동의 힘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따라 민중, 시민, 사회단체와의 연대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떠오르고 있다. 또한 일국적 대응의 한계도 분명해지고 있다. 그동안의 연대사업은 필요성만큼 성과가 있지도, 연대가 견고하지도 못했던 것 같다.
김금수 전체운동조직을 보면 대중조직과 정당, 그리고 흔히 ‘재야’라 불리워온 연대조직으로 분포된다. 앞으로 이 셋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전체운동 뿐아니라 노동운동에서도 중요한 문제라 본다. 크게 범주를 나누면 IMF국본 같은 공동투쟁체, 정치노선과 관계없이 독재에 반대하는 세력이 다 모인 반독재연합전선, 후진국에 있었던 반제민족통일전선 등 세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지금 민주노동당이 결성을 앞두고 있고, 대중조직이 합법화된 우리 조건에서 오히려 민중연대조직 자체가 매우 유동적이다. 낮은 차원에서 많은 조직들이 특정사안에 공동대응하는 공동투쟁체냐, 신자유주의를 반대하는 연합전선체냐, 외세반대까지 포괄하는 반제통일전선체냐에 대한 진지한 모색이 있어야 하겠다. 물론 이처럼 분명히 나뉘지 않고 혼재될 수도 있지만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이 이 문제에 대해 내부적인 연구와 조직적 모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진균 96-97년 총파업 때는 민중단체 뿐아니라 웬만한 시민단체까지 함께 했다. 그 뒤 민주노총이 민중단체보다는 시민단체와 관계를 긴밀히 하면서 자신의 정체성 살리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나 하는 점을 우선 지적하고 싶다.
IMF국본은 이전의 전국연합과 달리 공동투쟁체 수준이고, 최근엔 투자협정·WTO반대 국민행동이 활동하고 있다. 이는 어찌보면 자본의 신자유주의 공세에 대응하는 조직체가 국내와 국외에 동시에 뜬 것이다. OECD는 지난해 다자간투자협정을 맺으려다 큰 반발에 부딪혀 WTO로 넘긴 바 있다. 이에 노동자, 농민, 환경, 인권, 여성, 인종차별반대운동 등 전세계의 모든 민중세력이 맞서 싸웠다. 다자간협정의 목표는 자본의 지배를 세계적으로 실현하는 것이다. 인권을 해치든, 환경을 파괴하든, 고용을 불안하게 하든 투자에 아무런 조건도 붙이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니 세계의 모든 민중이 나서서 싸우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기본적으로 노동분야에 주력해야 하겠지만 인권, 환경 등의 운동영역에서도 일정한 구실을 해야만 안으로도, 밖으로도 대처할 수 있다.
민주노총이 총파업하면서 국제적인 지원을 받았다면 이제는 국제연대에 적극 나서는 자세가 절실하다. 재정이 어렵다고 밀쳐둘 일이 아니다. 연대한 나라의 노동조합이나 단체에 인사할 줄도 알고, 초청에만 응할 게 아니라 우리도 부르고, 주체적으로 연대사업을 이끌어나가야 한다. 신자유주의 공세에 대항하는 민주노총의 사명이 막중하다. 전세계를 ’20대80의 사회’로 몰고가려는 신자유주의의 야만적 공세는 국제연대가 없이는 어렵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권영길 민중연대, 국제연대를 강화하자는데 반대할 이유가 없지만, 백화점식 (국내)연대는 지양해야 할 것 같다. 올해 민중대회의 경우 각 조직의 요구가 나열돼 참가대중들이 ‘뭘 얻었는지 모르겠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이래서는 투쟁의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 시애틀 투쟁에서도 전세계의 다양한 운동세력이 ‘WTO각료회담 반대’, ‘투자협정 반대’라는 단순한 구호 아래 쉽게 모였다. 투쟁의 단일화, 목표의 단일화가 절실하다. 어렵더라도 그래야만 효율적인 투쟁을 벌일 수 있다고 본다.
단병호 취임할 때 연대조직 대표자리를 15~16개 인수했는데, 석달이 지난 지금 27개로 늘어났다. 솔직히 그 가운데 절반도 정확한 이름을 기억 못한다. 대중조직으로서는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그 구성조직을 보면 거의 중복돼 있어 과연 효율적인지 고민스럽다. IMF국본을 보면 이 점을 잘 알 수 있다. 계속 새로 생기는 과제를 모두 떠안을 수 없다보니 다른 연대조직을 새로 만들고, 이전 조직은 점차 소멸해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연대의 성과가 쌓인다는 지적도 있지만 사실 너무 혼란스럽다.
권대표께서 투쟁과 목표의 단일화를 강조했지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를 내용적으로 포괄하고 지도해나갈 정치적 지도력이 존재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것이 없으니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다. 그렇다면 오히려 거꾸로 접근하는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이를테면 노동-농민-빈민 등의 실질적인 연대틀을 중심으로 이것이 자기역할을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민주노총은 외부연대사업에 응하긴 하되 필요성을 느끼거나 자신의 중심사업으로 여기지는 못했다. 노농빈 연대를 중심적으로 꾸려내면서 외연을 넓히고, 그 토대위에서 정치적 지도력을 형성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데 현재는 너무 복잡하다.
김진균 민주노동당이 빨리 발전해 정치적 요구를 수렴하는 창구 역할을 해야 한다. 지금은 그럴 정당이 없으니 보수정당에 다 가로막힌다. 할 수 없이 민주노총이 모든 문제에 대해 싸워야 하고 결국 큰 부담이다. 공동투쟁체가 한계가 있지만 워낙 모순이 총체적으로 드러나니까 피할 도리도 없고…. 아무튼 민주노동당이 빨리 발전해야 이 문제가 정리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단병호 연대문제에 대해서는 매우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각개약진으로는 될 일이 아니고, 그렇다고 당장 당위적으로 하나로 모아서 대응하자 해서 될 조건도 아니다. 빠른 시일 안에 구체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김금수 예를 들어 IMF국본에서 현안문제에 대해 함께 할지 안할지를 결정하면 되지, 두 세 개씩 만들 필요가 없다. 할 건 하고, 축소할 건 축소해야 한다. 당장과제 뿐아니라 지향하는 목표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국제연대는 지금처럼 국제국 한 사람으로는 도저히 힘들다. 합법화됐으니 국제노동기구(ILO), 국제자유노련(ICFTU), OECD-TUAC(노조자문회의) 등 관련업무가 폭증한다. 그런데 공문 오면 번역하느라, 손님 오면 통역하느라 눈 코 뜰 새가 없다. 그러니 지난 4년 동안 잘 다져온 남아프리카 COSATU-브라질 CUT-민주노총 3조직 연대사업을 챙기지 못하고 있다. 실제 만나보면 민주노총에 대한 기대가 높은데 조건을 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장기계획은 접어두더라도 국제업무에 최소한 한 사람은 보강해야 한다.
김진균 국제연대에 대한 민주노총과 연맹의 전략을 점검해야 한다. 총괄적인 전략이 있어야 한다. 전략속에서 WTO를 어떻게 할거냐 하는 문제가 나와야 한다. 이 문제는 민주노총 자체에 확실한 대응전략이 있어야 전농을 비롯한 다른 조직에 제안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도 한 사람으론 될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민주노총이 지난해 IMF반대 국제민중회의, 국제노동미디어 등 국제연대행사를 같이 준비했으면서도 정작 행사 때는 사람이 오지 않고, 인사만 하고 간다. 민주노총 방문하려고 해도 대답이 없다고 한다. 국내자본에 대한 해외에서의 투쟁방안을 논의할 좋은 기회 아닌가. 공기업 해외매각문제도 사실은 초국적자본과 뗄 수 없는 문제인데 뚜렷한 전략이 없는 것 같다. 아울러 국제관계 전문요원을 길러낼 곳이 없는 우리 현실에 비추어 민주노총이 이런 임무도 맡아야 한다고 본다.
단병호 다음으로 민주노총이 구상하고 있는 ‘노동운동발전전략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해 당부하실 말씀을 해달라.
권영길 한 가지만 얘기하면 위원회가 현장대중과 유리돼서는 안되겠다는 점이다. ‘위에 뭔 연구단위 하나 있는 모양이다’는 인식을 줘선 안된다는 것이다. 당장 성과를 못낸다는 비판을 듣더라도 기초적인 조사사업에 힘을 기울인 뒤 연구에 들어갔으면 한다.
김금수 전략위원회는 단위원장 선거공약이다. 지난 96년 남아프리카 같다 와서 장기적인 전략을 모색하는 기구를 만들자고 당시 권위원장, 이위원장에게 얘기한 바 있다. 21세기를 맞고 보니 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어느 나라고 21세기를 대비하기 위한 나름의 전략방침이 나와 있다. 상황이 급변하는 만큼 여기에 대비할 구상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잖으면 상황변화에 끌려가기 십상이다.
먼저 인원구성에 대해 얘기하면 실무적인 작업도 있어야 하지만 연맹지도급도 참여해야 한다. 연구과제로는 당연히 노동운동의 전략목표를 세워야 한다. 이게 없으면 혼란이 인다. 조직노선, 투쟁노선, 정치노선이 나와야 한다. 그리고 노동조합의 내부개혁과제도 설정해야 한다. 회의시간 지키기 등 아주 낮은 차원에서 높은 차원까지 끝도 없다. 어디서 출발할지 담겨 있어야 한다.
조사, 연구, 면담 등의 활동이 필요할 텐데 특정주제를 놓고 최소한 단위노조 상집, 대의원까지 토론에 참여해야 할 것이다. 올 한해 모든 노조에서 토론을 벌여 담아내야 한다. 투쟁은 투쟁대로 하되 민주노총이 지향해야 할 목표를 정한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 2001년 대의원대회에서 확정되는 건 아니지만 논의를 통해 다듬어나가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혼돈속의 21세기를 맞아 내부의 응집력을 키워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김진균 위원회는 기획기능, 자료실기능, 신문기능이 맞물려서 김금수 선생이 지적했듯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그 동안에는 소통이 잘 안된다는 느낌이었다.
또 하나 지적을 하자면 근본적인 전략의 문제다. 남북통일축구가 열렸는데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자본에 맡기거나 행사처럼 진행돼선 곤란하다. 적어도 민주노총이라면 민족문제에 대한 노동자적 관점에서의 전략을 세워야 하고, 그런 근본적인 전략에서 다뤄야 한다. 그렇게 되면 제3세계나 선진자본주의국에 대한 전략도 따라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첨단기술에 대한 대응, 노동이동에 따른 다민족노동자 조직전략도 세워야 할 거라 본다. 인구가 늘어나도 지금처럼 철강산업이 발전해나가면 생각만큼 고용이 창출되지 않고 실업자와 퇴출이 늘어나게 된다. 기술투자를 해도 고용이 늘지 않는다고 가정해야 한다. 일본은 인구가 줄어들 전망인데 그 경우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노동력이 공급될 것이다.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을 텐데 다른 인종, 다민족 노동자와 어떻게 어울려 갈 것인지 전략이 필요하다. 10년, 20년 뒤에 이 문제를 어떻게 할 건지 전략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 주40시간(주5일근무)제를 제기함으로써 고용창출을 꾀하고 있지만 동시에 이를 빌미로 한 변형근로제 확대도입에 대한 대책도 함께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단병호 이제 시간이 많이 지났다. 오늘 좌담을 마무리하면서 민주노총 조합원에 대한 당부 말씀을 부탁드린다.
권영길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조합원들이 민주노총 중앙에만 강력한 투쟁을 요구할 게 아니라 투쟁에 적극 참여하는 조합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김금수 노파심인지 모르나 상황이 매우 엄중하다. 또한 21세기는 불확실하고 매우 혼돈스럽다. 지배세력이 정세를 주도하기 때문에 피지배세력인 노동운동도 가파른 벼랑에 서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튼 종래의 방식으로 대처해선 안된다고 본다.
조합간부들에게 다섯가지만 당부하고 싶다.
첫째, 쉽게 해답을 얻으려 하지 말고 우선 질문을 던져 보자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1백여가지의 질문표를 만들어보면 상당히 고민스러울 것이다. 그런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둘째, 근거없는 낙관주의는 패배주의보다 더 나쁘다. 정말 낙관적이려면 늘 고민하고, 토론하고, 학습해야 한다. 사실 우리 간부들만큼 공부하지 않는 나라가 없다. 셋째, 사고와 행동방식을 바꾸자면서도 이른바 ‘원칙’만 고집하는 경우가 많은데, 원칙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새로운 사태에 대응하지 못한다. 경험과 대중토의 등을 합쳐서 바꿔내자는 것이다. 넷째는 분파주의 문제다. 상황이 그러니 분파가 많이 나오게 돼 있다. 대중이 주체가 되지 않으니까 열성적이고 입증된 사람은 자꾸 판을 넓혀가는데 지도부가 그걸 묶어내지 못하고 자꾸 밀린다. 그러니 대중이 주체가 되는 노력을 펴자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삭막한’ 운동풍토를 바꿔내야 하겠다. 투쟁도 남는 것은 결국 동료애일텐데 투쟁의 성과만 강조하지 내부결집과정은 평가에서 자꾸 빠지고 있다. 거듭 말하지만 이 엄중한 시기에 종래의 방식으로는 안된다. 간부들부터 행동이나 사고를 바꿔야 한다.
김진균 중요한 지적이다. 1백년전을 생각하면 우리는 참 어려웠다. 서구에서는 그래도 19세기말의 자본주의 모순에 따른 어려움을 사회주의의 힘으로 극복해나갈 수 있었다. 지금은 사회주의도 물건너갔다는 생각이 퍼져 있으니 19세기와 달리 야만적인 자본주의만 전지구적으로 극성을 부리고 있다. 그렇다면 누가 희망을 만들어내야 하는가. 역시 민중운동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만들어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런 점에서 21세기를 맞는 민주노총의 임무가 막중한 것이다.
단병호 노동운동발전전략위원회와 관련해 해주신 좋은 말씀은 이후 사업과정에서 충분히 참고하겠다. 오늘 이 자리에서도 민주노총이 이후 노동운동에 대한 자신의 전략을 수립해야 된다는 점이 확인된 것 같다. 아쉬운 건 조직안팎으로 그런 인식이 다소 취약하다는 점이다. 이를 테면 운동을 책임진 사람도 관망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없지 않은데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토론속에서 합의를 도출하고, 그것이 어렵다면 미완의 과제로 남겨두더라도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참여했으면 한다.
아무튼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 갈 길은 먼데 짐이 무거워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느낌이다. 그래서 민주노총의 현상태가 어떤지, 민주노총이 할 수 있는지 자문하게 된다. 오늘 해주신 말씀을 바탕으로 최선을 다하겠다. 바쁘신 가운데도 참석해주신 점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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