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자투고

새천년 새출발! 그리고 나의 작은 희망

새로운 천년이 시작되고 있다. IMF의 긴 터널을 도망치듯 빠져나온 국민 모두가 희망이라는 날개를 달기를 기원한다. 나는 작년 말 소위 ‘정리해고’를 통보 받은 노동조합위원장이다. 기나긴 회사의 무노조정책의 희생양으로 해고되었다. 해고된 이후 지난 2개월의 시간은 나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시련의 연속이었다. 이제 돌이 막 지난 딸아이 맑은 얼굴을 보며 긴 한숨에 잠 못 이루는 밤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나에게 결코 좌절은 없다. 나는 아직 젊고 할 일이 있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새천년 나의 새출발은 진실을 찾고자하는 노력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다.

진실! 그것은 적어도 노동부에는 없었다. 지난 98년 3월 두 번째 해고로 그해 4월 복직된 후 작년 11월 해고될 때까지 나는 소위 ‘직장왕따’를 당해 왔다. 노동조합을 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가까이 지내던 비조합원 동료들로부터의 대화단절로 시작되는 왕따는 인사담당이사의 ‘노조원과는 밥도 같이 먹지 말라’는 지침을 주었다고 동료의 고백을 통하여 회사가 고의적으로 자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이러한 왕따는 승진과 급여에서의 차별에서 시작하여 3번의 사표제출요구와 계열사 전직요구로 이어졌다. 결국 복직시 결코 차별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철저히 지켜지지 않았다. 나는 2주마다 신경정신과를 찾아가야 한다. 의사는 ‘우울증’이라 한다. 그리고 흔히 ‘화병’이라 불리는 정신적인 고통이 그 원인이라 한다.

이러한 비겁한 차별의 고리를 끊고자 나는 나와 똑같이 1년 8개월만에 3번의 해고를 당한 동료와 함께 노동부를 찾아가 상담하고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고발하게 되었다. 이러한 고발이 있은 지 1달만에 우리 둘은 정리해고를 통보 받았고, 이윽고 2달의 조사기한을 꽉 채워서 서울지방노동청이 검찰에 송치한 사건의 결론은 ‘무혐의’였다. 이러한 내용을 알게된 것은 노동부로부터가 아닌 우리가 검찰에 직접 찾아가서였다. 그리고 작년 12월 29일 검찰에서 날아온 한 통의 편지는 ‘혐의 없음’이란 불기소 통보장이었다. 이의가 있으면 30일 이내에 항고하라는 친절한 안내장과 함께.

이러한 사건진행과정에서 나는 회사의 노동부 상납명세서를 입수하게 되었다. 96년부터 시작된 상납은 98년까지의 5번에 걸쳐 서울청의 근로감독관 및 간부에게 이루어졌던 것이다. 나는 노동부 감독관들이 평소 명절 때 약간의 떡값을 받는 것은 물론 인지상정으로 이해될 수 있다고 보여지지만, 적어도 98년 당시 우리 사업장의 노사분규가 심각하던 시점에 담당근로감독관의 위치에 있으면서 상납을 받은 것은 이해도 용서도 되지 않는다. 이것은 명백히 뇌물에 해당된다는 변호사의 판단을 토대로 말이다. 백 번을 양보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약자인 노동자를 사용자의 부당한 행위로부터 보호해야할 위치에 있는 근로감독관의 자세는 결코 아니었다.

이런 부패고리를 끊으려는 노력은 정치를 하려는 노동부장관은 현직에 있을 때 보고싶다. 그것은 장관의 정치적 성공도 거둘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현실의 무능과 외면은 미래의 실패를 예상할 수 있는 판단의 기초가 되는 것이다.

김대중정부는 이 땅의 어려움에 처한 80%의 국민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다시는 환난의 고통을 겪지 않도록 말뿐인 개혁을 청산하고 진정한 실천을 촉구한다. 그리고 정부의 재벌개혁 내지 해체와, 국가보안법폐지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또한 주40시간이라는 노동시간단축의 ‘선택’을 통해 고용안정을 도모해야 한다.

언론을 통해 교묘한 미사여구로 정부의 실정을 감싸려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자는 식의 공허한 구호에 지나지 않음을 명심해야 한다.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부로 거듭나기 위한 실천의 몸부림을 국민은 보고싶어 한다. 노동자 서민을 위한 그리고 그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현명한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나는 나의 새로운 출발에 노동운동을 한다라는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그저 작고 소중한 양심을 지키고자 애쓰는 것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바르고 진실하게 살며 나를 사랑하는 가족과 동료들에게 든든한 기둥이 되자는 나의 작은 희망이 지켜지기를 소원한다.

2000년 1월 4일

(주)새한 노동조합위원장 장유신

e-mail : chnnel9@now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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