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상승이 경제회복 발목 잡는다고?
기업수익성 99상반기 4.2%로 활황기 수준 회복
임금회복 더뎌…노동소득분배율 70년 수준으로 저하
자본단체와 재경부, 보수언론들은 최근의 임금 상승이 경제회복의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조선일보는 1월11일치 1면 머릿기사로 ‘기업 임금상승률 생산성 추월’이라는 기사를 올렸다. 그 기사가 근거로 삼고 있는 사실은 의외로 초라하다. 재경부가 “IMF 이후 처음으로 99년 3/4분기부터 임금 증가율이 생산성 증가율을 앞질렀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경부의 이 통계는 IMF 시기 노동자들의 임금이 얼마나 크게 떨어졌는가를 보여주는 반증이다. 그리고 IMF 시기 떨어졌던 임금을 이제야 뒤늦게 조금씩 회복하고 있지만, 이것 역시 임금의 실제적 회복에는 훨씬 못 미친다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사실을 살펴보자.
IMF 경제 위기 2년 동안(97∼99년) 성장률은 1997년 5.0%에서 1998년 (-)5.8%로 추락했으나, 1999년에는 10%의 고율 성장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2년 동안 경제성장률은 3.6% 수준으로 상승했다. 또한 물가는 지난해에는 안정되었으나, 1998년 크게 올라 2년 동안 8.4% 상승했다. 결국 경제위기 2년 동안 ‘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은 12% 수준에 이른다. 반면에 임금은 1997년 이후 2년 동안(10인 이상 사업체, 1∼10월 누적분 기준) 7.1% 상승하는 데 그쳤다. 결국 노동자들은 IMF 경제위기 동안 5% 가까운 상대적 임금 삭감을 감수해야 했다는 얘기가 된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어떤가. 99년 상반기에도 기업들은 엄청나게 남는 장사를 했다.
우리나라 제조업의 매출액 경상이익률(경상이익/매출액)은 98년 상반기에 0.4% 적자에서 99년 상반기에는 4.2% 흑자로, 95년 활황 시기의 수익성을 회복했다. 정부가 금리인하를 통해 정책적으로 기업을 지원해준 데다가 IMF 직후 크게 줄어든 인건비가 계속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임금삭감 등으로 98년 상반기 큰 폭으로 감축했던 인건비는 제대로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수익성은 95년 수준으로 회복되었지만 95년 상반기에는 12.9%였던 인건비 비중은 99년 상반기 9.6%로 오그라들어 있다.
이처럼 경제가 회복되고, 기업의 수익성이 크게 향상된 데 비해 임금은 상대적으로 회복이 더뎌 소득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또 각종 노동소득분배율 지표가 크게 하락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노동자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피용자보수/GDP×100)은 97년 52.1%에서 98년에는 45.7%로 크게 낮아졌다. 기업 내 부가가치 총액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인건비/부가가치×100)도 97년 47.3%였다가 98년에는 44.6%로 크게 줄었다. 더욱이 경제가 회복하고 있는 99년 들어서도 이 지표가 크게 하락, 99년 상반기 현재 36.7%로 떨어졌다. 현재의 노동소득분배율은 분배의 불평등이 가장 극심했던 70대 초반 수준이다. 이것이 현실이다.
이같은 상대적 임금감소, 소득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노동자들의 소득을 일정하게 보전하는 것이다. 사회보장이나 세제 등 분배구조를 개선할 장치가 되어 있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노동자 소득을 보전하는 유일한 수단은 임금 상승이다.
자본과 정부은 기만적인 ‘고임금론’으로 IMF 시기 동안 직장에서 쫓겨나고, 임금이 깍여 극심하게 고통당해 온 노동자들의 등에 칼을 꽂아서는 안된다. 등을 어루만져주어도 시원찮을 판이다.
주진우/민주노총 정책2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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