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민주노총 올해 청사진

치열한 모색·열띤 토론 넘어

이제는 실천으로

민주노총 2000년 정기대의원대회가 끝났다. 민주노총 규약은 해마다 한 번씩 정기대의원대회는 열도록 하고 있다. 예산과 결산을 심의하고 한 해의 사업계획을 잡는 게 정기대회의 주요기능이다. 선거가 낀 대회 말고는 언뜻 ‘의례적 행사’로 비치게 마련이다. 그러나 민주노총 정기대회는 늘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켜왔다. 민주노총의 사회적 위상이 가늠케 해주는 현상이다.

이는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대회장은 대의원수에 버금가는 참관인과 취재진의 열기로 후끈거렸다. 올해는 특히 대회가 열리기 전부터 주요현안이 쟁점으로 떠올라 관심을 고조시켰다. 그 가운데서도 총력투쟁 시기와 수위, 총선대응방침이 관심의 초점이었다. 물론 조직안팎에 커다란 파문을 몰고온 ‘재정위사건’도 관심의 한 가운데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나 이는 매우 중대한 사안임에도 ‘돌발사태’였다는 점에서 이번 대회의 중심에 서는 것은 각종 사업방침이라는데 커다란 이의가 없을 듯하다.

이와 관련해 방침수립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정세는 결코 낙관을 불허한다는 게 민주노총의 분석이다. 무엇보다 초국적자본과 김대중정권의 신자유주의 공세가 지속될 거라는 점이다. 그렇다고 그것이 ‘비관’을 뜻하지는 않는 것 같다. 지난 2년과는 분명히 다른 정세의 특수성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국가경제가 회복국면에 들어서면서 지난 2년 동안 일방적 고통전담 강요에 짓눌려온 노동자·민중의 생존권확보, 사회개혁욕구가 분출하고 있다. ‘낙선운동’을 둘러싼 최근의 사회분위기는 이를 단적으로 입증한다. 4월총선의 열린 정치국면도 주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아직은 노동진영이 힘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민주노총의 진단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조합원은 자신감을 회복하고 있으며, 현장의 투쟁력은 서서히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최종 확정한 올해의 청사진은 이같은 정세분석에 기초하고 있다. 대회는 끝났지만 그것은 진정한 시작을 뜻할 뿐이다. 앞으로 1년 동안 대회가 그려놓은 밑그림을 채워넣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는 것이다. 그것을 채울 사람은 다름 아닌 현장조합원을 핵심으로 하는 모든 민주노총 구성원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그 밑그림의 주요대목을 좀더 자세히 살펴본다. 편집자.

투쟁방침

5월 어느날 일시에 총파업 돌입

현장투쟁 집중되는 시점 골라…철저한 준비가 열쇠

‘3대요구’를 노조요구로 구체화해 사회적 쟁점으로

민주노총은 5월하순 대정부 총파업투쟁을 벌인다.

그동안 시기, 수위와 관련 논의를 거듭해온 민주노총 투쟁방침이 지난 1월18일 정기대의원대회에서 확정됐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은 △주5일제근무(주40시간제) 쟁취 △구조조정 중단과 단협·임금원상회복 △조세개혁과 사회보장예산 GDP 10% 확보 등 3대 요구를 내걸고 조합원대중의 투쟁이 집중되는 2000년 5월하순 민주노총 차원의 대정부 총파업투쟁을 벌인다.

97년 외환위기 이래 자본과 정권은 ‘경제살리기’ 이데올로기를 전면에 내세워 노동자·민중에게 고통전담을 강요해 왔고, 그 결과 빈익빈부익부 현상과 고용불안, 임금·복지후퇴가 계속돼 왔다. 이에 따라 노동자·민중의 불만이 누적되고, 그에 비례해 원상회복과 개혁에 대한 요구도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상반기 총력투쟁을 통해 노동자대중이 IMF체제가 짓눌러온 무력감을 벗고 어느 정도 자신감을 되찾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힘의 열세를 극복할 만큼 우위에 있지 못하다는 게 민주노총의 진단이다. 따라서 현장의 투쟁열기가 가장 높은 시점에 특정한 날을 잡아 일시에 총파업에 들어감으로써 정세를 뒤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그 시점을 5월하순으로 보고 있다. 임단투를 비롯해 현장투쟁이 이 때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 하반기를 거치면서 웬만큼 조직정비가 이루어졌고, 모든 세력의 정치적 요구가 분출되는 총선국면도 투쟁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판단도 깔려 있다.

민주노총이 잡고 있는 올해 총력투쟁의 밑그림은 중앙의 대정부요구를 중심으로 단위노조와 연맹이 일사분란에 하게 펼치는 총파업이다.

단위노조는 2월부터 중앙과 연맹의 방침에 따라 중앙의 요구를 현장의 요구로 만들어 올 임단협 요구안을 확정한다. 이를테면 중앙요구인 ‘주 5일제 근무 실시’를 노조에서는 ‘기준(협약)노동시간 주 40시간으로 단축’을 요구하고, ‘노동배제적 구조조정 중단’이란 중앙요구는 단위노조의 경우 ‘구조조정(인수, 합병, 매각, 워크아웃 등)시 노사합의’ 요구 등으로 구체화한다는 것이다.

이어 연맹방침에 따라 교섭권을 위임하되 3월까지는 현장 차원에서 다양한 교섭을 진행한다. 민주노총은 4월 총선까지 중앙 3대요구를 사회적 쟁점으로 만들어가며 대정부교섭을 촉구하게 된다. 이를 위해 간부결의대회, 민중연대집회와 집중적 조합원 교육·선전 등을 통해 투쟁의 발판을 만들어 나가며 힘을 싣는다.

이어 5월 노동절대회에서 총파업을 대중적으로 결의·선포한다. 그리고 연맹·지역본부는 대의원대회를 통해 결의를 모으고, 단위노조는 파업찬반투표를 실시한 뒤 민주노총의 대정부교섭이 결렬되면 전국총파업에 돌입한다. 총파업투쟁의 성과를 토대로 단위노조 임단투를 마무리하는 한편 하반기 제도개선 총력투쟁의 수위를 결정한다.

한편 이같은 5월말 총파업방침을 결정하기에 앞서 몇몇 대의원들은 “IMF 이후 상실한 자신감이나 투쟁력 회복과 조직정비가 중요하다”는 점을 들어 상반기투쟁을 반대하며 “상반기에는 임단협 중심의 투쟁을 벌이고 전열을 가다듬어 정치총파업은 하반기에 배치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같은 의견은 표결 끝에 과반수를 얻지는 못했으나, 적잖은 대의원이 동의한 만큼 현장에서부터 투쟁의지를 높여나가는 철저히 준비된 투쟁을 하자는 강력한 주문으로 해석해야 할 것 같다.

이황미 leehm@kctu.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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