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베이컨(1994) – 95분/감독 : 마이클 무어/출연 : 존 캔디, 빌 넌

코미디영화가 되려 호러영화(공포영화)보다 더 끔찍할 때가 있다. <캐

나다 베이컨>은 코미디 장르지만 담고 있는 내용은 간혹 호러영화를

회극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이 영화는 극장에서

개봉되지 않고 소리소문없이 비디오로 출시되었다. 그러나 <로저와

나>라는 다큐멘터리로 일약 그해 다큐멘터리 감독의 기린아로 떠오른

마이클 무어 감독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반가움을 감추지 못할 것이

다.

<캐나다 베이컨>은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적 모태인 다큐멘터리 작

품 <로저와 나>의 설명을 통해서 본다면 이해가 한결 쉽다. <로저와

나>는 공장을 철수해버려 한 마을을 졸지에 실업자 마을로 만들어버

린 제너럴 모터스 사장 ‘로저’를 만나기 위해 쫓아다니지만 결국 못만

나는 ‘나’의 움직임과 흉물스런 거대 쓰레기(공장)를 간직한 채 점점

망해가는 마을과 사람들을 함께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로 독점자본주의

에 대한 고발 보고서다.

전작의 연장선상에 있는 <캐나다 베이컨>은 군산복합체에 얽힌 이해

관계들을 다각도로 공격하는 해학과 풍자가 가득한 재미있는 작품이지

만 이 영화의 의미심장함은 그냥 유머로만 넘길 수만은 없다. 마이클

무어가 <로저와 나>를 만들 때와 비슷한 상황을 재현하면서 그런 상

황이 초래된 보다 넓고 본질적인 원인을 캐고 경고하고 있다. 대통령

을 중심으로 한 정치인들을 등장시켜 주변요소인 정경유착의 비리를

통쾌하게 꼬집으면서 다큐멘터리에서 나타날 수 없는 극적장치를 효과

적으로 보여준다.

영화는 냉전종식 후, 무기 회사에 근무하던 ‘뉴욕 나이아가라주(州)’의

주민들 대부분이 직장을 잃게 되면서 시작된다. 돈밖에 모르는 무기회

사의 사장 해커는 이 상황이 너무 불만스럽다. 대통령과 보좌관 그리

고 국방장관은 ‘공동의 적’이 없어 통치가 힘들고,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는다며 온갖 구상 끝에 웃기지도 않게 캐나다를 ‘적’의 자리에 두기

로 결정한다. 작전명 ‘캐나다 베이컨’.

캐나다가 미국을 침공하기 위해 국경근처에 전진 기지를 둔다면서, 매

스컴을 통한 보도가 진행되고, 전국적으로 반캐나다 감정이 고조되면

서 캐나다 국경지역에 접한 나이아가라 주민들은 실직보다 ‘애국적’

사명을 갖고 민병대를 결성 나라를 지키겠다고 나선다. 그 와중에 무

기회사

이 영화의 재미는 서로의 이해에 의해 흩어진 진용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서 공동의 적에 대응하는 과정을 과장됐지

만 솔직하게 보여주고 있다.

민병대의 어설픈 행동이 더욱 반캐나다 감정을 고조시키기도 하지만,

해커의 핵무기 발사의 위험에 대한 해결책이 대통령도 무기회사 사장

도 아닌 민병대의 착하고 어리숙한 행동으로 결말이 지어진다. 결국

위대한 나라 미국을 이끌어 가는 힘은 권력자, 정치가, 기업가가 아닌

우왕좌왕하면서도 순수한 마음을 가진 시민임을 배경에 깔고 있다. 그

래서 다큐멘터리 감독의 작품이면서도 미국영화라는 이유 때문에 또

영웅주의적 요소를 배제할 수 없다는 한계가 보이기도 한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몇 가지 시사하는 바가 있다. 냉전

후 적이 없어진 초강대국 미국이 어느 나라를 타겟으로 해괴한 장난을

할지 모른다는 것과 그 과정에서 희생당하는 주체는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 국민이라는 것 그리고 핵무기 사업이 다른 나라 뿐만 아니라 바

로 자신에게 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 언론도 이익을 따라

정부의 앵무새가 될 수 벽에서 좌절할 수 밖에 없었지만, <캐나다 베이컨>은 심각한 현실도

얼렁뚱땅 맞추다보면 결국 통쾌한 해결점을 찾을 수 있다는 낙관적인

결말을 보여준다.

전미희(민주언론운동협의회/영화반)

1997년 5월 22일 목요일 제8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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