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에서 다보스로 이어진 세계민중투쟁
“국제연대로 ‘빈곤의 세계화’ 저지”
‘다보스포럼’은 신자유주의 세계화 꾀하는 초국적자본 국제센터
국내 연대전선 구축·세계적 민중연대로 지구적 행동 조직해야
지난 해 11월말 미국 시애틀에서 벌어진 뉴라운드 저지투쟁(<노동과 세계> 83호)에 이어 스위스에서 외신을 타고 들어온 또 하나의 투쟁소식이 눈길을 끌고 있다. 스위스의 고급휴양지 다보스에 모인 성난 시위군중들이 철제 사다리로 맥도날드햄버거 가게 유리창을 부수는 모습은 이 투쟁이 얼마나 거셌는지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른 바 ‘다보스포럼’은 어떤 모임이기에 이토록 격렬한 투쟁을 부르는가.
다보스포럼은 1971년 미국 하버드대 클라우스 슈바츠 교수가 설립한 세계경제포럼(WEF)의 다른 이름이다. 총회가 매년 1월말∼2월초 다보스에서 열린 데서 비롯된 이름이다. 이 모임에 참석하려면 기업인은 연간매출이 7억달러를 넘어야 하고, 연회비 1만5천 달러와 참가비 2만달러를 내야 한다. 정치인은 국제적 영향력이 큰 현직 국가원수급으로 철저히 제한된다. 그 결과 1천대 초국적자본 대표와 빌게이츠, 손정의 같은 세계적 성장기업의 대표가 포럼의 주축을 이룬다. 여기에 세계화 이데올로기를 선전하는 전문가, 예술가, 언론인 등 신자유주의자들이 가세한다. 다보스포럼은 결국 전세계 자본가들을 단결시키고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선전하는 국제적 센타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포럼은 오늘에 이르러 금융의 세계화, 빈곤의 세계화에 따른 자본주의의 불안정성을 극복하고, 제국주의 국가 상호간의 갈등을 조정하고 영속적 지배를 꾀하고 있다.
세계 민간단체와 민중의 격렬한 저항은 포럼의 이같은 성격에서 비롯된다. 이번 회의에서도 포럼의 그같은 본질은 명백히 드러났다. 포럼은 이번 회의에서 비공식 통상장관회의를 통해 WTO 시애틀 각료회담에서 결렬된 뉴라운드 출범을 협의했다. 마이크 무어 WTO 사무총장, 파스칼 라미 유럽연합 무역담당 집행위원, 샬린 바세프스키 미국 무역대표 등의 참가가 이를 입증해 주고 있다. 따라서 다보스투쟁은 자유무역과 세계화를 반대해 싸운 지난 시애틀 시위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포럼 설립자 겸 의장인 슈바츠는 “세계적 차원에서 사회, 인권, 환경의 강력한 통합을 추구하면서 세계경제의 양심이 되기를 추구하는 대회가 될 것”이라고 선전했지만 이는 세계화에 반대하는 전세계 민중을 기만하는 구두선일 뿐이다. 회의에서는 실제로 미국경제의 호황지속여부에 대한 진단과 후속대책, 일본의 동남아시아 투자확대와 긴축정책 완화문제, 세계금융시장 안정대책, 국제통화기금 후임 총재 인선, 대기업간 인수·합병 등이 주요 의제로 다루어졌다. 특히 클린턴 대통령은 “시장개방과 국제무역 자유화는 제3세계와 전세계 국민들 모두에게 이익이므로 WTO를 대신할 어떠한 대안도 없다”는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결국 △WTO뉴라운드의 재출범 여건 조성 △자유무역과 세계화에 대한 국제적 합의 도출 △빈곤의 세계화에 대한 약간의 관심과 제3세계 국가들에 대한 설득 따위가 이번 포럼의 목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부자와 가난한 자, 잘사는 나라와 못사는 나라의 차이를 넓히고 여성의 생존조건을 악화시키는 경제정책에 항의하러 왔다”는 한 시위 참가자의 주장은 이번 투쟁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미국 MIT대 크루그먼 교수도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갑부와 관리, 지식인들이 모여 잡담을 나누는 호화판 잔치를 벌인 다보스 현장은 사람들이 혐오하는 것들을 모두 모아놓은 전시장”라고 꼬집었다. 이는 결국 다보스포럼이 전세계 민중을 가난과 불평등, 그리고 밑바닥을 향한 죽음의 경주로 몰아넣으면서 초국적자본과 제국주의 국가들의 천년왕국을 건설하고 있음을 드러내준다.
이런 상황에서 전세계 민중에게 다른 대안은 없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반대해 전세계 민중들과 연대하여 지구적 행동을 조직하는 것, 그리고 지구적 행동을 위한 국내 민중연대 전선을 굳건히 세우는 것이야말로 이 시기 요구되는 행동방침인 것이다.
이회수/민주노총 대외협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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