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국 노총협의회 의미

선진국노조에 ‘자유무역반대’ 끌어내

자국이해 넘어 실질적 국제연대 길 열어

국제노동운동에 진보진영 진출 가능성 확인

암스테르담회의는 민주노총을 비롯한 브라질노총 CUT, 남아공노총 COSATU, 네덜란드노총 FNV 4개국 노총의 모임이었으며, 공식적인 국제노동기구의 회의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 회의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먼저 세계무역기구 WTO의 일방적 무역자유화 논리에 대한 제3세계 노총의 반대 입장에 선진국 노총이 공개적으로 동의하였다는 점이다. 자유무역에 대해 북반구와 남반구 국가는 대체로 상반된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북반구 국가의 노조들 또한 일자리문제 등으로 신자유주의로부터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지만, 무역자유화에서 상대적인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 중에서 상대적으로 큰 혜택을 누리는 것으로 알려진 FNV가 무역자유화에 대한 입장의 변화를 보인 것은 상당히 큰 의미가 있다 하겠다. 사실 네덜란드 회사는 유럽연합(EU) 물동량의 70%를 처리하는 등 무역자유화 이후 경제 활력을 찾고 있다.

그런 FNV가 자유무역의 부정적 영향에 동의하고 무조건적인 자유무역 논리에 반대입장을 밝힌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이는 앞으로 선진국 노총의 자유무역에 대한 입장과 북반구 국가들의 WTO 정책에 적잖은 파급력을 미칠 전망이다.

이와 함께 각국 노총이 자국의 이해를 뛰어넘는 노동자의 실질적인 국제연대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FNV 스트렌겔스(J.Strengers)위원장은 애초 토론발제문에서 ‘지구화는 현실로 인정해야 하며, 자유무역은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토론에서 ‘무조건적인 자유무역은 노동자에게 이익이 되지 않으며, 자유무역 원칙이 사회통합 등 다른 원칙보다 중요한다는 WTO의 입장을 비판한다’고 합의함으로써 기존의 입장과는 상당히 다른 태도를 보였다.

또한 몇몇 다국적기업을 선정해 공동으로 집중적인 감독을 펴기로 하였다. 기존입장을 바꿔 노동자의 공동이익을 위해 각국 노총이 공동의 입장을 취하고 공동행동을 벌이기로 한 것이다. 이는 각국의 개관적인 조건을 뛰어넘어 세계노동자의 공동이익을 위해 노조간의 의견을 조율할 수 있다는 노동자의 국제연대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이번 회의를 통해 국제노동운동에서 진보적인 노조운동의 활동공간을 넓힐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한 것도 큰 성과였다. 이번 회의에 참석한 4개국 노총은 제17차 국제자유노련(ICFTU) 총회에서 여성, 비공식부문 등의 문제를 4조직이 함께 제기하고, ICFTU 본부에 남반구 노조의 입장을 반영할 수 있는 사무부총장 1인을 추가하는 의견을 내기로 했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진영이 주도하던 ICFTU에서 진보적인 진영이 자신의 세력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한 셈이다. 민주노총과 CUT, COSATU 3조직의 연대활동을 북반구 노총 중에서 진보적인 노총으로 확대한다면 진보진영 노조의 국제적인 연대를 한층 강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암스테르담회의는 보여주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합의사항을 각국 노총이 얼마나 충실히 실천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이라 하겠다.

이상학(민주노총 대외협력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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