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와 영상⑪

김명준/노동자뉴스제작단 대표

영화 <인사이더>가 주는 교훈

얼마전 개봉된 <인사이더>의 정확한 번역은 ‘내부고발자’다. 알 파치노와 러셀 크로우라는 헐리우드의 두 스타를 앞세운 이 영화는 미디어 환경의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는 우리에게 상업영화치고는 뜻밖으로 의미심장한 교훈을 던져준다.

담배회사의 연구소 부사장으로 일하던 러셀 크로우는 니코틴중독을 강화하는 약품 첨가 계획에 문제제기를 하다가 담배회사에서 해고당하고, 미국 공중파 방송 CBS의 시사다큐멘터리 <60분> 프로듀서인 알 파치노는 러셀 크로우를 통해서 담배회사의 내막을 파헤치게 된다. 한편 <60분>은 현재 우리나라 캐이블TV방송인 큐채널에서도 방영되고 있는 실제 프로그램이며, 이 영화의 모든 사건은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하지만 특종을 기대했던 프로듀서의 생각과 달리 CBS는 프로그램을 축소하고 진실을 감추게 된다. 이유는 단 하나, 담배회사가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걸어와서 혹시라도 재판에 진다면(어느 나라나 그렇지만 미국사회의 재판은 ‘돈싸움’이다) 방송국의 소유권을 넘겨줘야 할 판이니까.

결국 다른 신문사에 정보를 흘려가며 불법(?) 투쟁을 벌인 프로듀서 때문에 CBS는 우여곡절 끝에 프로그램 방영을 결정하지만 담당 프로듀서는 한마디 말을 남기며 방송국을 떠난다. “언제부터 방송국을 애송이 변호사들이 뒤흔들게 된 거지?”

헐리우드에서 가뭄에 콩 나듯 등장하는 비판적 영화의 대열에 서있는 이 <인사이더>는 이미 상식이 돼버린 자본주의 미디어의 자기 모순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현실을 왜곡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 현실의 변화에 민감해야 하는 헐리우드의 양면성이 이 영화에서는 다행히 긍정적인 방향으로 치우쳐 있어서 신자유주의의 득세에 따른 자본의 방송 장악에 대한 경계를 배경으로 깔고 있다.

자율적인 듯 싶은 방송국은 거대자본의 힘 앞에서 무력하기 짝이 없고, 방송국은 점점 더 그 자체로 거대자본의 일부가 돼 가는 게 현실이다. 그 현실 앞에서 내부고발자는 종종 이 공룡들을 휘청거리게 하지만 진실이 드러나는 것은 언제나 그 빛이 바랠 때이다. 그런 점에서 <인사이더>는 잊혀진 역사를 통해 현재를 바라보게 하지만, 그토록 심각한 사건이 20년이 지나서야 영화를 통해 대중적으로 폭로될 수 있다는 암울한 상황을 재확인한다. 물론 상황을 타개할 우리의 결론은 노동자TV에 대한 그 동안의 경험과 논의를 통해서 명백하다. 지금 당장 작지만 소중한 우리의 미디어를 건설하고 확대시키자! 더 이상 은폐된 역사에 대한 분노와 잊혀진 내부고발자에 대한 연민을 반복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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