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국고보조금 어떻게 할까

‘자주성’ 훼손여부가 핵심쟁점

“뭐든 받을 수 있다”에서 “받아선 안된다”까지

조사결과는 대부분 ‘찬성’…’근본문제’ 반론도

‘국고보조금을 받을 것이냐, 말 것이냐’, ‘받는다면 원칙과 기준은 무엇인가’, ‘이를 중집위, 중앙위, 대의원대회 중 어디서 결정할 것인가’.

민주노총이 지난 해 11월23일 합법화된 뒤 정부로부터 국고보조금을 지원받는 문제와 관련해 조직내에 떠오른 쟁점들이다.

지난 2월부터 두 차례에 걸쳐 열린 민주노총 중집위는 이 문제가 노조의 자주성과 깊이 관련된 만큼 신중한 대중적 논의를 거치기로 한 바 있다. 이 문제를 처음 다룬 2차 중집위(2월9-10일)에서는 ‘건물 등 부동산을 받은 건 노조의 자주성을 크게 해치지 않는 만큼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기타 사업비에 대해서는 각 조직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한다’ 정리했다.

그러나 한달 뒤인 지난 3월9일 열린 3차 중집위에서도 조직내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 문제에 대한 결정을 다음 중집위로 연기했다. 이날 국고보조금을 지원받자는 주장을 편 한 중집위원은 “국고보조금은 국민의 세금으로 누군가 써야할 돈”이라면서 “민주노총이 노동자들을 위해 쓰자”고 한 반면, “정부로부터 어떤 형태로든 지원을 받게 되면 민주노조의 존립근거인 자주성을 스스로 부정하게 된다”는 반론이 제기됐다.

한편 민주노총이 지난해 12월부터 올 1월까지 실시한 ‘조합원 생활·의식실태조사’에 따르면 ‘투명성·민주성을 전제로 어떤 재정지원도 받을 수 있다’는 의견은 69.9%, ‘투명성·민주성을 전제로 간접비용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은 23.5%인 반면 ‘어떤 형태로든 재정지원은 안된다’는 응답은 6.6%였다. 이 조사결과에 따르면 일단 대다수의 조합원들은 민주노총 국고보조금을 지원받는데 찬성하고 있는 셈이다.

전교조 전남지부 정회선 사무처장은 이와 관련해 “국고보조금을 받아도 자주성이 훼손된다고 보지 않는다”며 “국민이 부담하고 기업체도 부담한 세금을 노조가 돌려받는 것”이라고 보았다. 국현종 롯데기공노조 사무장도 “대정부투쟁 과정에서 민주노총이 국고보조금 때문에 주요한 현안문제를 양보할 리가 없기 때문에 당당하게 요구하고 당당하게 투쟁하자”고 말했다. 국고보조금을 지원받는 형태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도 있었다. 심재만 한국냉장노조 위원장은 “국고보조금은 공익을 위해 활용이 가능하다”며 “민주노총이 빈민구제, 비정규직

노동자 등을 위한 사업을 위해 공공자산 형태로 지원 받아 사회에 환원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정부의 국고보조금은 국정감사 대상이며, 감사원의 감사대상이라는 점에서 본뜻과 달리 처리과정에서 착오가 있을 경우 탄압의 빌미가 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유용’ 또는 ‘횡령’ 시비가 일 수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실제로 한 노조간부는 “노조가 조합비로 자체사업비를 충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국고보조금을 받자”고 대답하는 이도 있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간부는 “노조 스스로 재정자립을 포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경은 joungke@kctu.org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