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본다/ 찬성
“투쟁의 성과물…당당히 요구해야”
기업노조 전임자임금, 사무실 받았다고 자주성 해쳤나?
노동·시민운동권이 권력으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으면 자주성과 투쟁성을 상실하는 것처럼 말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나는 조금 생각이 다르다. 민주노총이 지난 해 11월23일 합법화를 통해 국고보조금을 요구하는 것은 지난한 투쟁의 연장선상에서 가능해진 것이라고 본다. 정부가 민주노총에 사업비든 건물이든 주고싶어서 주는 게 아니라 지난 10여년 동안의 합법화투쟁과 사회개혁투쟁으로 쟁취한 결실인 것이다.
단위사업장 노조의 경우를 예로 들겠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별 노조형태가 유지되고 있지만 세계 어느 나라의 유수한 노조 못잖게 자주성과 민주성을 지켜오며 노동자들의 권익향상과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투쟁해왔다. 이 과정에서 기업별 노조들은 회사쪽에 전임자 임금이나 노조사무실, 노조사업에 필요한 사무집기·비품을 교섭과 투쟁을 통해 사용자로부터 쟁취했다. 독일 직장평의회의 경우도 전임자의 임금과 사무실을 큰 문제없이 회사쪽에 요청하고 지원 받는다. 우리는 이것을 두고 투쟁의 성과라고 한다. 절대 타협의 산물이라고 하지 않는다.
민주노총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나는 오히려 국민의 세금을 민주노총과 산별연맹들이 당당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체불임금과 해고에 시달리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우리보다 월등하게 발전한 나라 치고 노동·시민사회운동이 발전하지 않은 나라 없고, 이들 가운데는 기업체로부터 지원을 받기도 하지만 자주성과 민주성·투명성을 반감시키는 행위를 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은 없다.
요컨대 우리는 정부로부터 돈을 지원 받는 게 아니고 국민의 세금을 노동자들을 위해 쓰자는 얘기다. 이를 두고 정부에 투항하는 것이라는 것은 지나치게 협소한 생각이다. 오히려 묻고 싶다. 국고지원금을 받으면 당신들은 정부나 권력에 투항하겠다는 얘긴가. 나는 민주노총이 소신을 갖고 추진한 일에 그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을 갖고 있다.
양형승/벽산개발노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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