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본다/ 반대

“한국노총 비판했는데…논리모순”

정부예산은 더 어려운 처지의 노동자에게 돌려야

87년 7, 8, 9 대투쟁 이후 우리는 민주노조를 건설하고 이를 토대로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상급단체를 건설하기 위해 수많은 투쟁과 노력을 경주했다. 이러한 투쟁 속에서 우리는 한국노총이 정부로부터 재정적인 지원을 받는 문제를 주요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일부 지역본부가 이미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건물뿐만 아니라 행사비, 사업비까지 지원 받고 있으며 민주노총 중앙도 건물과 최소한의 사업비를 받자는 주장이 있다.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자는 주장의 근거는 첫째,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집행된다는 것이고, 둘째, 우리가 낸 세금이기 때문에 지원 받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는 논리다.

그렇다면 한국노총은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집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부지원을 받으면 안되고, 민주노총은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집행하면 가능하다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논리에 불과하다. 또한 우리들이 낸 세금이기에 당연한 권리라는 주장 역시 사회복지예산의 확충을 주요한 요구로 내걸고 싸우는 민주노총의 요구와도 모순이다. 오히려 정부예산을 민주노총 조합원들보다 더 어려운 조건과 처지에 놓여있는 산재노동자, 임시직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한 사업에 쓰도록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민주노조운동의 주요한 이념은 자주성, 민주성, 투쟁성, 연대성이다. 특히 자주성을 다른 이념의 바탕이기에 더욱 중요하다. 정권과 자본으로부터 자주성을 견지할 수 있는 토대는 재정적 자주성이다. 어느 정권과 자본이 노동자들이 더욱 단결하고 투쟁하도록 무기를 지원하겠는가. 분명 사탕을 통해 노동자들을 달래고 사회적, 국민적 명분을 빼앗기 위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외국 어느 나라에서도 정부로부터 직접 재정을 지원 받는 노동자 조직은 없다고 한다. 올바른 민주노조운동의 원칙을 지켜가면서 정치적 자주성을 확보하는 것은 우리의 힘으로 자립재정을 이루는 데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민주노총이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기보다 오히려 한국노총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을 중단을 촉구하는 것이 우리의 고민을 없애는 길이라 생각한다.

박배일/민주노총 대구본부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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