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과 생명공학은 인터넷과 복제양 돌리, 인간게놈프로젝트가 상징하듯 21세기 인류의 삶에 결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핵심 영역이다. 그런만큼 특허·상표권 등 지적재산권을 둘러싼 다툼도 치열하다. 지적재산권은 ‘정보통신·생명공학시대’의 법적 형태로, “사회구조의 변화를 일정한 방향으로 틀지우는 것이며, 그 결과 사회의 재생산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본질적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특허의 90% 이상은 선진국, 특히 초국적기업의 것이다. 이는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이 의문의 답을 찾기 위해 ‘정보·생명과 지적재산권’을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린다. 지적재산권연구회(www.ipleft.or.kr)가 주관하고 반년간 <다른과학> 편집위원회, 진보네트워크센터, 통신연대 사이버권리팀,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한국과학기술청년회,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가 공동 주최한다. 지난 18일 ‘정보와 지적재산권’을 다룬 1차 토론회가 열렸고, 다음달 1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안국동 참여연대 대강당에서 ‘생명과 지적재산권’을 주제로 2차 토론회가 열린다.
토론회는 새로운 지구적 표준이자 경제전쟁의 첨단무기로 떠오른 세계무역기구의 ‘지적재산권의 무역 관련 측면에 관한 협정’(TRIPs)과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의 저작권조약을 문제삼는다.
토론회 내용 가운데 몇가지 사례를 보자. 초국적기업 몬산토가 특허권을 지닌 유전자조작 콩 종자인 ‘라운드업 레디’를 쓰려면 농민들은 “몬산토의 제초제를 쓰고, 이듬해 농사를 위해 씨앗을 보관하지 않으며, 이를 이용해 어떤 연구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계약을 맺어야 한다. 몬산토는 계약조건을 어긴 농부를 상대로 이미 100건 이상의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농무부와 델타앤파인랜드라는 종자회사가 개발한 ‘터미네이터 기술’은 종자를 1회만 경작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유전자조작 기술이다. 몬산토가 특허권을 갖고 있다. 고대 인도 때부터 살충·치료제 등의 원료로 쓰인 님나무와 관련한 특허권을 확보한 미국의 그레이스라는 회사는 인도 현지에 공장을 지어 생물살충제를 대량 생산·판매하고 있다. 인도사람들이 님나무를 원료로 살충제를 만들면 특허침해가 된다. 농민은 없고 기업만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생물학적 농노제’라고 비판한다.
가상공동체의 터전으로 각광받던 인터넷은 전지구적 전자상거래망으로 변화하고 있다. 토론 참석자들은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세계지적재산권기구 저작권 조약은 “인터넷을 강제적으로 정화함으로써 디지털경제의 저변을 넓히려는” ‘살균제’라고 비판한다. 이들은 또 새 지적재산권 체제는 발명자가 아닌 거대자본 등 기업의 이해를 보호함으로써 ‘독점 보장을 통해 문화와 기술의 발전을 촉진해 사회적 이익을 확장한다’는 이 제도의 애초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투자한 만큼 보호’가 아니라 ‘사회에 유익한 정도까지의 보호’가 기준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이 주목하고 지지하는 흐름은 크게 두가지다. ‘그누/리눅스체제’로 상징되는 정보공유에 입각한 새 생산시스템을 만들려는 ‘카피레프트운동’, 그리고 지역공동체의 허락없이 초국적기업이 지역의 전통적 지식이나 자원을 이용할 수 없도록 통제하는 ‘집단적 지적재산권’을 주장하는 ‘제3세계 네트워크’ 등의 생명특허 반대운동이다. 이제훈 기자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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