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화와 노동] 제 34호 2000년 3월 28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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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부유출’ 논쟁의 성격

— ‘거짓말쟁이’와 ‘사기꾼’의 위선적 논쟁

‘사회화와 노동’ 편집부

3년전 경제위기가 폭발하고 IMF구제금융과 구조조정협약이 체결되면서부

터 한국사회는 하나의 유일대안, 구조조정의 ‘절대정신’에 의해 지배되었 다. 신자유주의자들은 매우 심각한 얼굴로 ‘대안은 없다'(There Is No Alternative, 그들은 이걸 줄여서 TINA라고 부른다)고 선언하였고, 여기에대한 항의와 저항은 미친 짓인 듯 했다. 그러나 ‘구조조정의 추진과정과 동력’에 관한 구체적인 문제에 있어서 신자유주의들은 단일한 입장을 가지지 못하였다. ‘시장의 내적 논리’에 보다 충실해야 한다는 입장과 구조조정의 파괴적 효과를 일정한 국가개입에 의해 보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의 대립이 존재한 것이다. 또 자본(주식)시장 중심의 영미식모 델과 이해관계자모델을 중시하는 독일식 신자유주의의 대립도 하나의 변수로 작용하였다. 그러나 이들간의 논쟁이 얼마나 치열하고, 격렬한가와는 상관없이 이들은 ‘구조조정’에 대항하는 노동자·민중을 향해서라면 언제나 ‘TINA SONG'(‘대안은 없다’는 노래)을 합창한다. 무자비한 폭력은 ‘TINA SONG’의 흥겨운 반주였다. 재편의 주도권과 방식, 과정을 둘러싼 신자유주의 진영내의 쟁투는 그 자체로 폭력이며, 그들의 논점은 노동자 민중의 진정한 논점을 희석하고 억압하는 결과를 낳는다. 마치 서로 상이한 정책방향을 둘러싼 심각한 갈등인 것처럼 비춰지는 민주당과 한나라 당의 ‘국부유출 논쟁’은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논쟁의 연장선에서만 이해 될 수 있다. 알짜기업의 헐값 해외매각, 외국인 직접투자, 그리고 국가채무를 둘러싸고 이루어지고 있는 이들 양당간의 논쟁은 허구적인 정치공방에 불과한 것이며, 진정한 정치적 쟁점을 억압, 왜곡하는 효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현재의 논쟁지형을 사기꾼(민주당)과 거짓말쟁이(한나라당)의 논쟁이라고 규정한다.

한나라당의 거짓말

한나라당은 정부와 민주당의 개혁정책이 정부의 강제력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너무 급속하게 진행되어 시장의 자발적인 개혁을 추동하기위한 개

혁 인센티브(각종 금융, 세제 혜택등등)가 부족하다는 점을 강하게 문제제기한다. 또 마찬가지 논리로 투자비용을 건지지 못한 공기업 ‘헐값’매각과 외국기업에 대한 지나친 우대조치로 인한 과정상의 불공정성(국내재벌에 대해)을 문제삼기도 한다. 즉 이들의 논점은 해외매각과 민영화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해외매각과 민영화의 ‘수혜 대상’이 외국 자본으로국한되면서 국내 독점자본을 배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매각과 민영화를포함한 구조조정 과정이 ‘국내 독점자본에게 인센티브와 참여 동기’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 주장의 요지인 것이다. 외국인 직접투자에 대한 이들의 논리 또한 궁색할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이들은 외국인 지분이 지나치게 높아지는 것(이것은 동시에 국내 대주주의 지분과 기업지배력이 낮아지는 것을 의미한다)에 대해 우려와 경계을 보내고 있지만, 외국인 투자 자체에 대한 반대 또는 투자에 대한 사회적 규제와 통제를 언급하지 않는다. 아니 할 수 없는 것이다. 현재의 국부유출 논쟁을 선도적으로 제기했던 이한구 한나라당 선대위 정책위원장의 98년 발언, “국내기업, 금융기관의 부실을 하루빨리 털어내 외국인들이 사기 쉽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보면 한나라당의 거짓논리를 극명하게 알 수 있다.

사기꾼 민주당

새천년민주당의 경우, 이들에게 마치 IMF구제금융과 신자유주의적 구조

조정 자체는 그 무엇에 의해 훼손될 수 없는 ‘절대선’인 것으로 전제된

다. 이들에게 시장의 개방과 구조조정은 한국경제의 후진성과 천민성을 극복하고 선진화시키는 구조적인 ‘개혁’정책인 것이다. 이들에게 개혁은 신자유주의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다. 봉건적인 재벌체제에서 합리적인 지주회사로 이행하는 것이 바로 개혁이며, 비효율적인 공기업을 효율 적이고 시장친화적인 사기업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개혁이며, 기간산업을 매각하는 것은 세계화, 개방화 시대에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치하는 개혁정책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것이 경제종속을 결과하고 민중의 삶에 파괴적 효과를 끼치더라도, 시장친화적이고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이라면 그것 자체로 ‘개혁’이고 선’

이라는 것이 민주당의 사기꾼적 논리인 것이다. 이들에게는 국가의 경제정책권한(국가주권)을 제한하고 봉쇄하면서 초국적자본의 이윤을 보장하는 한미투자협정과 WTO협정을 추진하는 것, 외환보유고가 충분한 상태에서도 기간산업을 해외매각하고, 공기업을 민영화시키는 것, 핵심 제조업과 공기업, 국내 금융기관을 초국적자본에게 매각하거나 소유지분을 매각하는 것, 이 모두가 선진적이고 투명한 경제구조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것은 사기꾼의 논리이다. 이들은 ‘수입대체산업화와 자립 경제구조의 형성’을 추진하다가 ‘외국인 직접투자에 의한 성장모델’로 바뀌면서, 초국적자본의 식민지로 전락한 중남미의 경험을 개혁이라고 우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중남미의 경험에서 보듯이신자유주의적 개혁의 결과는 철저한 경제종속과 민중생활의 극단적 파괴에 다름아니었다.

보수언론들은 사기꾼과 거짓말쟁이의 논쟁을 마치 건전한 정책대결인 것 처럼 호도하고 있다. 이 위선적 논쟁에 대한 노동자·민중진영의 입장과 개입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이것은 총선시기의 일회성 논쟁이나 이벤트가 아니라 우리 민중의 삶을 규정짓는 구조조정과 신자유주의에 대한 국민적 정당성을 재확인하기 위한 자본 내부의 토론(논쟁)과정인 것이다. 당연히 이것의 목표는 민중에 대한 더욱 공격적인 구조조정(총선 이후의 제2차 구조조정)을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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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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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정부와 자본은 대량실업과 구조적 실업의 문제가 해결된 것처 럼, 마치 지나간 과거의 일인 것처럼 은근슬쩍 넘겨버릴려고 한다. 이에 여전히 우리 사회의 가장 커다란 화두이자 고민지점인 실업문제에 대해 ‘사회진보연대 실업운동정책모임’에서 4차례에 걸쳐 기획시리즈를 연재할 예정이다. 실업은 어제의 문제가 아닌 오늘 우리의 문제이며, 이에 대한 과학적 인식과 대중적 실천이 없다면 그것은 내일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이 우리의 관점이다.

기획연재 1>

총선이후 실업의 확산

– 사회진보연대 실업운동정책모임

2000년 실업대책의 예산은 대부분 총선을 앞둔 1/4분기에 집중되어 있다. 그 이유가 계절적 요인이건 총선을 겨냥한 것이건 이제 2/4분기로 들어서는 시점에서 실업예산의 축소/실업대책의 공백은 실업의 확산과 실업자의 고통의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그 요인들을 살펴보면,

첫째, 공공근로의 축소 및 폐지로 인한 실업률의 증가 및 실업자 생계보전의 어려움이다. 정부는 2000년 실업대책에서 단기일자리 제공으로 공공 근로사업에 1조1000억원을 투입하되 1/4분기에 재원을 집중운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4월 10일부터 시작하는 2단계 공공근로는 1단계의 1/5수준 으로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1단계 41만1천명이었던 공공근로 참여자는 2단계에서 7만7천명으로 33만4천명이 줄어들며(이는 33만4천명!의 실업자 가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3단계 예산을 2단계로 앞당겨 사용할 경 우 3,4단계는 시행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둘째, 4월부터는 자활보호 대상자에게 6개월간 지급되던 특별생계비가 중단된다. 정부는 생계비를

추가지원하겠다고 발표하고 있으나 자활보호대상자중 일부만 해당될 뿐이

며 그나마 언론의 발표만 있을 뿐 구체적인 시행계획이 없는 실정이다. 4월부터는 생계비지원이 중단되는 한시생활보호자(448천가구)와 공공근로

에서 제외되는 실업자(33만4천명)의 생계가 보장되지 못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셋째, 현재 취업자 중 5만여명에 달하는 파견노동자 대부분이 파견근로제 실시 만 2년이 되는 오는 6월말께 다니는 직장에서 그만둬야하는 상황이다.(한겨레 3.27) 파견근로법에 의하면 파견기간이 최대 2년이 넘지 못하게 규정되어 있기 때문인데, 이러한 상황이 ‘6월 무더기 실직위기설’로 표현되고 있다. 여기에 총선이후 예견되는 2차 구조조정 등을 포함한다면 실업의 문제는 보다 심각한 상황에 이를 것이다. 2,3분기 실업대책 예산의 부재, 공공근로의 축소 및 폐지, 특별생계비 중단, 파견근로자의 대량실직 위기 등은 실업자와 불안정 노동자의 고통을 증가시키는 요인들이며, 이는 궁극적으로 ‘실업-일자리 없음’에 기인한다.

저임금의 심화와 일자리부족

한국노동연구원과 한국개발연구원이 발표한 [실업실태 및 실업대책 결과 분석]최종 보고서(2000.2)는 우리에게 또 다른 시사점을 주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저임금의 심화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재취업자의 경우 70만원 미만계층의 비중이 재취업자의 전직장 임금에서는 35.8%로 1/3을 넘는 수준이었으나 현직장 임금에서는 51.7%로 과반수 상회한다. 이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4인가족 최저생계비 93만원에 턱없이 못미치는 액수이다.

다른 하나는 그나마의 일자리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실업자가 현재 취업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를 살펴본 결과 희망조건을 낮추더라도 취업하기 어렵거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실업자가 51.2% 에 달하며, 취업하는데 따르는 어려움에 관해서는 ‘일자리가 없거나 부족하다’는 것이 39.9%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실업의 가장 큰이슈는 당연하게도 ‘취업’에 있다. 이는 곧 ‘일자리’의 문제이며 ‘어떤’일자리인가의 문제이다. 기본적인 생계를 보장해주지 못하는 일자리는 노동하는 빈민을 만들어 내고 있으며, 그나마의 일자리도 부족하다는 실업 자의 체감온도는 실업문제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실업자가 원하는 것은 일을 해도 빈곤한 것에 대하여 ‘던져주는 복지’대책가 아니 라 ‘안정적이고 떳떳한 일자리’를 보장하는 ‘고용’대책인 것이다.

대중투쟁의 계획이 필요하다

5월 31일 민주노총의 총파업이 이러한 상황속에 배치되어 있다. 민주노총의 총파업을 앞두고 ‘임금안정실업률’에 대한 논쟁 등은 실업률을 인질로

임금인상을 억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는 5월 총파업의 중심이슈는 ‘ 임금’에 있다는 것을 암시하기도 한다. 실업단체들은 자활사업, 프로젝트 사업 등에 중심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4.1 민중대회를 앞두고 어떠한 요

구안도 내놓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민중진영은 4월이후 계속적으로 심각 해질 실업문제에 대하여 ‘실업’의 문제는 ‘고용’의 문제임을 명확히 하며 5월을 관통하는 대중투쟁의 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일자리 창출, 실업예산 확보 등 요구와 이의 실천을 조직화하며 고통받는 실업자를 대리하지 않는 실업자운동을 조직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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