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협동조합 통합 무엇이 문젠가
‘개혁’은 말뿐 정부간섭·통제가 목적
“축산물전면개방 앞두고 강행, 출산업 몰락 재촉할 것”
외국은 되레 품목별로 세분화…통합법 재개정해야
농·축·인삼협 통합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현재의 추세로는 오는 4월17일 통합중앙회 설립총회가 열리고 5월2일에는 초대 통합회장 선거가 치러진다. 이는 애초의 통합일정보다 10일이나 앞당겨 시행되고 있다. 하루빨리 통합중앙회의 모양을 갖춰 통합을 기정사실화하려는 의지로 받아들여진다.
반면 노조는 일방적 중앙회 통합에 반대하고 있고 이 투쟁에는 농민단체와 시민단체까지 가세해 이미 국회를 통과한 통합법안 철폐와 전면적 재논의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의 투쟁은 최근의 대우자동차 해외매각 저지를 위한 자동차노조 공동파업과 맞물려 올 상반기 노동자투쟁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렇듯 협동조합 통합을 둘러싼 논란이 1년이 가까워 오도록 가라앉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축협중앙회노조, 전국축협노조, 전국농협노조 등 해당노조들은 정부의 일방적인 협동조합 통합이 정부의 간섭과 통제를 더욱 강화해 협동조합 본연의 임무와 역할을 위축시킬 거라 보고 있다. 이는 정부가 통합의 명분으로 내세운 협동조합의 개혁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한국의 협동조합은 서유럽과 달리 군사정권에 의해 설립된 뒤 정권의 필요에 따라 통합과 분리를 거듭해왔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관련법이 개정되는 등 홍역을 치러왔다. 이는 헌법에 보장된 결사의 자유, 농어민자조조직육성,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요소를 안고 있다.
또한 축산농민의 의사와 상관없이 통합이 강제로 이루어지는 점도 큰 문제로 지적된다. 축협은 단 한 푼의 정부출자금 없이 100% 축산농민이 출자한 순수민간단체다. 그럼에도 정부는 축산농민의 의지와 무관하게 강제통합에 나선 것이다. 이렇듯 협동조합 통합을 둘러싼 논란의 배경에는 협동조합은 농민들의 자주적 조직이라는 상식과 달리 산하 농정기구쯤으로 생각하는 정부의 잘못된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이번에는 중앙회를 통합하지만 몇 년 뒤에는 단위축협까지 통합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이럴 경우 대량실업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반해 협동조합 3사 노조들은 내년으로 예정된 축산물수입 완전개방에 맞서 축산업을 지키려면 축산전문조직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전국축협노조 현미선 선전부장은 이와 관련해 “협동조합 중앙회의 강제통합은 필연적으로 축산업의 몰락을 가져온다”고 진단한다. 축협중앙회를 압도하는 농협중앙회쪽이 모든 결정과정에서 축산업을 고려할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지적이다. 통합중앙회의 이사회, 대의원대회가 농협 중심으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한 강제통합이 아니라 통합중앙회 안에 농협연합회와 축협연합회를 따로 두고, 신용사업은 별도의 은행으로 분리하자는 게 노조가 내놓는 대안이다.
노조는 이와 함께 97년초 날치기 노동법이 국회에서 재개정된 선례가 있는 만큼 협동조합 통합법에 대해서도 개정 또는 유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법이 악법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통합법은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있는데다 정부의 업무감독권을 강화했으며, 협동조합원이 아닌 정부가 회장을 불신임할 수 있을 만큼 자주적 운영을 가로막고 있다.
한편 미국과 유럽의 협동조합은 품목별로 전문화, 세분화돼있다. 더욱이 축산업의 경우 1차산업의 특성과 2차산업의 특성을 고루 갖춰 1.5차 산업으로 불리고 있다. 따라서 협동조합 통합은 국제적 추세에도 어긋나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축산물 전면개방을 앞두고 무리하게 통합을 밀어부침으로써 정부가 이를 통해 초국적자본에 날개를 달아주려 한다는 비판 또한 거세다.
정경은 joungke@kctu.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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