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간 국제비교 해보니>

태국·필리핀보다 길어

43개국 직접비교 결과 1년 새 5계단 오른 3위

“경제회복기 정책실기 탓”…법정시간단축 절실

노동시간의 국제비교를 통해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세계 최고수준의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음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이는 장시간노동의 해소를 더 이상 노동시간 자연감소에 맡길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국의 10인 이상 전산업 노동자의 주당 노동시간은 89년(49.2시간)을 고비로 40시간대로 접어든 뒤 계속 감소추세를 보였다. 특히 IMF 구제금융에 따른 경제침체기인 98년에는 45.9시간으로 크게 줄었다. 그러다가 IMF 터널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99년에는 47.9시간으로 크게 늘었다. 제조업은 50.0시간으로 89년 수준으로 후퇴했다(표). 더욱이 통계청이 발표하는 ‘취업 노동시간’의 경우 노동부 발표보다 더욱 길어 99년 현재 주 50.4시간이었다.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장시간노동은 국제비교를 통해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우리보다 노동시간이 긴 여섯 나라는 요르단(1995년 58.3시간), 이집트(1996년 57시간), 수단(1992년 56.1시간), 스리랑카(1998년 54.7시간), 마카우(1997년 51.8시간), 터어키(1998년 51.2시간) 등 모두 한국보다 후진국이다. 더욱이 이들 나라의 통계는 1-7년전 수치여서 99년 수치로 비교할 경우 한국의 순위는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1998년도의 경우 통계수치가 확보돼 직접비교가 가능한 43개국 가운데 한국의 노동시간은 8번째로 길었다. 그러나 한국의 1999년도 수치(50.0시간)를 여기에 비교하면 43개국 중 3번째가 된다. 1년 사이에 장시간노동 순위가 5계단 정도 올랐다는 추론이 가능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의 노동시간은 경제발전수준이 비슷한 싱가포르, 대만, 홍콩 뿐만아니라 태국, 방글라데시, 필리핀 등 저개발국에 비해서도 길다(그림). 국제협력기구(OECD) 국가와 비교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1998년 현재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 2,612시간은 1,400-1,900시간대인 대부분의 나라와 비교가 안될 뿐더러 2위인 체코(2,070시간)보다도 6백시간 가까이 길다.

이는 우리나라가 아직까지도 최장시간 노동국가라는 불명예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뜻하는 것이다. 그동안 차츰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던 노동시간이 10년전 수준으로 크게 뒷걸음질 친 사실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결국 산업현장의 관행에 내맡겨서는 결코 노동시간을 줄일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장시간노동을 해소할 수 있는 첫걸음은 법정노동시간을 줄이는 길밖에 없다는 지적이 높다. 특히 노조 조직률이 낮고, 법·제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노사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의 경우 법정노동시간 단축이 절실하다는 진단이다.

민주노총 주진우 정책국장은 이와 관련해 “노동시간이 다시 늘어난 것은 경기회복기에 노동시간 단축정책을 제 때 펴지 못한 탓이 크다”며 “지금이라도 정부가 나서 적극적인 정책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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