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보고/ 전국단위노조대표자들의 보람원 1박2일

“동지들이 든든하다, 큰 힘을 얻었다”

4월21일 오후, 간간히 비를 뿌리며 잔뜩 찌푸린 날씨에 속리산 자락 깊숙이 자리 잡은 보람원으로 승용차들이 속속 도착했다. 민주노총의 5월말 총파업투쟁을 결의하는 단위노조대표자수련회에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현장 지도부들이다. 당초 예상대로 참가자는 금새 5백명을 넘어섰고, 행사가 시작될 즈음에는 7백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대강당을 가득 메웠다. 단위노조대표자 수련회 사상 최고의 참가율을 기록한 데 대해 이홍우 금속산업연맹 수석부위원장은 “기업별 노사관계의 한계를 느껴온 데다, 노동시간단축 등 주요요구는 총연맹 차원의 정치투쟁으로만 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수련회에서 답을 얻으려는 기대가 많은 이들을 불러들였을 것”이라 진단했다.

총선투쟁·현장투쟁 보고부터 듣고

앞다투어 도착한 참가자들이 강당입구에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참가자등록을 하는 사이 오후2시30분 개회식에 앞서 사전행사가 시작됐다. 이갑용 최용규 이용길 박용진 등 이번 4.13총선에서 출마했던 후보들과 천영세 사무총장, 이문옥 부대표와 함께 연단에 오른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가 “보내준 성원에 감사하며 동시에 진정으로 사죄한다”며 “이제 씨앗을 뿌렸으니, 철저한 반성과 냉엄한 평가 속에서 힘차게 5월투쟁을 벌여 싹을 피우겠다”며 모두의 뜻을 전하자, 참가자들이 우레와 같은 박수로 화답했다.

곧바로 체불임금 쟁취를 위해 필기구 판매에 나선 마이크로노조, 부당해고와 일방적 정년단축을 철회하라며 농성을 벌이고 있는 경기도노조 의정개발분회, 필사의 노조인정 투쟁을 벌이고 있는 샤니영업직노조, 철도민영화를 막아내고 민주노조를 건설하자는 ‘철도노조 전면적 직선제 쟁취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가 잇달아 전국의 ‘동지들’에게 투쟁상황을 보고했다.

예정보다 조금 늦은 시간 본행사가 시작됐다.

단병호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우리가 정한 5월투쟁은 그대로 간다. 오늘 이 자리는 더욱 힘있는 총파업을 벌이기 위한 결단을 내리는 장으로써 투쟁의 방향과 일정을 논의·보완해 나가자”고 힘주어 말한 뒤 민주노총의 총파업투쟁 방침을 설명했다. 이미 자료를 통해 공유하고 각급 단위의 토론을 거친 뒤라서인지 질문은 없었다. 이제 남은 것은 ‘실천’뿐이라는 사실에서 결코 이르지 않은 긴장감이 대강당을 감쌌다.

“아무리 어려워도 함께 돌파하자”

저녁식사에 이어 곧바로 연맹별로 분임토의를 거친 뒤 토론결과와 결의를 발표했다. 백석근 건설산업연맹 정책실장은 “4월25일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 집회, 5월중순 노동부·건설교통부 항의방문 등을 거쳐 5월말에 멋있게 싸워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화학섬유연맹에서는 방현황 신호제지노조 위원장이 나서 “장기총파업은 무리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우리 대표자들은 민주노총의 방침을 단위노조의 처지에 우선해 따르기로 결의했다” 전했다. 김현준 전교조 부위원장은 “교섭을 회피하고 있는 교육부에 맞서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5월28일 전국교사대회에 이어 학교별로 농성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혀 큰 박수를 받았다. 민주관광연맹 사무처장인 김상준 힐튼호텔노조 위원장은 “서울의 호텔3사노조와 관광산업의 중심지 제주지역이 선도적으로 공동임단투에 돌입한다”며 의지를 밝혔고, 안충환 상업연맹 사무처장 역시 “IMF 이후 많이 힘들지만 요구안과 시기를 집중하기로 결의했다”고 전했다. 조춘화 대학노조 사무처장은 “지부별 조건차이가 커서 어려움이 많지만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며 “오늘도 전체 지부의 70%가 참여했다”고 보고해 참가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김형탁 사무금융노련 위원장이 “5월30일 협동조합 3사노조 1만2천명이 무기한파업에 돌입하고 전국상호신용금고노조가 구조조정 저지를 위한 시기집중 파업을 벌인다”고 선언하자 강당은 열기로 휩싸였다. 열기가 가라앉기 전 자유발언에 나선 김의열 축협노조 위원장은 “민주노총의 총파업 일정이 없었더라도 우리는 파업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민주노총이 5월말 총파업을 선언하고 나섰으니 우리가 선봉에서 총파업을 집행하겠다”며 결연한 의지를 밝혔다. 이어 정근원 캄코노조 위원장은 “우리는 빼앗긴 민중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파업을 한다. 민주노총은 5월31일 총파업으로 희망을 만들 것이다”고 열변을 토했다.

오늘, 구속을 결단한다

구속을 각오한 투쟁을 약속한 대표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서명지는 붉은 머리띠로 한 데 묶어 단 위원장에게 전달됐다. 이어 야외로 자리를 옮겨 결의문을 채택한 뒤 중앙임원과 산별연맹, 지역본부 대표자가 불붙인 ‘가자! 총파업’이란 글씨는 금새 참가자 한사람 한사람의 가슴으로 옮겨 붙었다.

하루행사가 다 끝나자 참가자들은 연맹과 지역, 규모와 조건에 관계없이 술잔을 높이 들고, 때로는 구호를 외치며 총파업에 대한 진지한 토론과 결의에 날이 새는 줄 몰랐다.

지난 4월6일 노조를 결성해 단위노조대표자수련회에는 처음 참가했다는 대학노조 가천길대학지부 김대환지부장은 “신규노조로서 마음의 준비를 새롭게 하기 위해 참가했는데, 같은 노동자들을 만나니 힘을 얻었다”고 밝혔다. 구덕회 민주노총 서울본부 수석부본부장은 “5월말 투쟁을 앞두고 대표자들의 투쟁결의를 다지는 자리가 됐다”고 의미를 부여한 뒤 “아직 현장조합원까지 3대요구가 흡수되지 못했다는 걸 느끼긴 했지만, 도리어 이번 수련회를 기점으로 민주노총의 요구를 현장 요구로 결합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밝혔다.

이황미 leehm@kctu.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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