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투자협정이 노동자 잡네!”

한일연대토론회, 편파적 ‘진지조항’ 문제점 폭로

“일본자본 유치하려 특혜·특별 노동통제 추진”

‘나이키와 맥도날드를 국내 투자자들과 똑같이, 게다가 최고의 우방국처럼 대우하고 하루아침에 문닫고 다른 나라로 자본을 빼가더라도 군소리는 마라.’

국제무역기구(WTO) 출범 이후 국가간에 체결되고 있는 투자협정은 이처럼 초국적자본에게 국가보다 더한 권력을 주자는 내용을 핵심골자로 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지난 98년 10월 일본을 방문하며 제안한 한일투자협정은 밀실에서 진행돼 의제조차 밝히지 않는데다 노동문제에 대해 매우 편파적인 조항을 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의 ‘투자협정·WTO반대 국민행동’과 일본의 진보적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4월29일 서울 한글회관에서 ‘한일투자협정 저지를 위한 한일연대토론회’를 열어 양국간 투자협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국과 일본의 진보적인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이 토론회에서 폭로한 한일투자협정의 핵심적인 문제점은 ‘진지조항’이다. <일본경제신문> 지난해 4월4일자는 “일본정부가 한국정부에게 노동문제 해결에 ‘진지’하게 대응해야 하며, 중재기관의 판결이 한국기업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내국민대우’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도 지난해 10월25일 한일각료간담회를 보도하면서 ‘한국은 특히 일본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일본기업 전용공단을 조성, 세제감면은 물론 노사문제를 전담하는 공무원을 투자기업에 배치하겠다는 의사를 일본쪽에 전달했다’고 전했다. 유덕상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이날 발제를 통해 이같은 보도내용을 지적하면서 “일본자본과 기술을 도입하려 애쓰는 한국정부는 일본자본에게 사실상 내국민대우가 아닌 특혜를 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 진지조항은 세계 어떤 투자협정에도 없다는 점에서 노동문제에 대해 매우 편파적이며 악의적이라 할 만 하다. ‘일한민중연대전국네트워크’ 등 일본의 진보적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은 지난 3월31일 일본 외무부 북동아시아과 야나키 기획관을 만나 일본정부가 진지조항을 요구하는 이유를 물었다. 야나키는 이에 대해 “한국에 진출한 수미다전기에서 80년대 후반 노동쟁의가 격화되고 일본에까지 와서 말썽을 일으켰는데도 한국정부는 진지하게 응대하지 않았다”며 “일본정부는 이번 투자협정을 통해 이같은 의구심을 씻어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도마츠 카츠오리(일한민중연대전국네트워크)는 발제를 통해 “외무성 관계자가 ‘민주노총의 투쟁이 있으면 한국정부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일본정부와 자본은 ‘진지조항’을 통해 민주노총 투쟁의 발목을 잡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으며, 투자협정의 반노동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이와 함께 한일투자협정이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미투자협정의 경우 지난해 영화계를 떠들썩하게 한 스크린쿼터 문제로 세간에 알려진 부분이 있으나 한일투자협정에 대해서는 한국정부는 물론 일본정부도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해 “정보공개권을 통해 외교통상부에 협정문안 공개를 촉구하고, 공청회 등을 열도록 해야 한다”면서 “한일·한중어업협정 체결을 지켜봤을 때 한국 외교통상부는 상대국에 대한 정보조차 없어 협상력을 신뢰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또한 한일투자협정이 전체적으로 한국의 대일 기술·금융종속과 문화적 종속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과 일본의 진보적 시민사회단체간 연대움직임이 모색되고 있다. 이들은 지난 3월말 일본에서 이와 비슷한 토론회를 열고 한일공동선언문을 채택해 △한일투자협정 공개 △노동·시민단체 참여 △투자협정 논의 중단 등을 두 나라 정부에 촉구한 바 있다. 이들은 노동·환경·인권 파괴를 가져올 한일투자협정에 대해 두 나라 노조, 시민단체 등의 연계고리가 2중, 3중으로 쳐져야 한다는데 한 목소리를 냈다.

정경은 joungke@kctu.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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