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자유무역협정-내용과 문제점
대일적자 심화…노조결성권 박탈…긴급대응 필요
한국의 국무총리실 산하 대외경제정책연구원과 일본의 무역진흥회 산하 아시아경제연구소는 지난달 24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공동심포지엄을 열고 양국 정부에 한일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검토 협의해줄 것을 요청했다. 두 연구소는 지난 1998년 한일 통상장관회의의 결정에 따라 한일자유무역협정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 공동연구를 진행해왔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제안된 한일 자유무역협정은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의 철폐 등을 통해 한국과 일본을 사실상 하나의 시장으로 만드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한일자유무역협정(FTA)의 경제적 효과와 정책방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한일 자유무역협정 체결시 한국의 대일무역수지 적자규모가 더욱 확대될 것이지만 서비스부문의 무역에서 대일무역수지흑자를 기록함으로써 상품부문에서의 대일무역수지적자증가분의 일부를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보고서는 자유무역협정의 효율성을 실현하기 위해 일본으로부터의 직접투자가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여기서 볼 수 있듯이 한일자유무역협정은 기존 양자간투자협정(BIT)에서 다루는 투자보호, 투자자유화 및 분쟁해결장치 등의 투자조항을 포함하고있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같이 포괄적인 자유무역협정의 성격을 띠고있다.
보고서는 한일자유무역협정이 양국간 무역 확대, 수입품 가격 하락의 효과를 가져다주는 한편 미국, 유럽기업들의 투자도 증대시키며 양국 기업들의 국제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한국의 대일수입제품에 대한 평균관세율은 7.9%인 반면 일본의 대한수입제품에 대한 평균관세율은 2.9%에 불과하며 한국의 GDP 규모가 일본의 약 10%, 교역규모는 일본의 약 40%에 불과할 정도로 양국 경제규모간 격차는 크다. 이런 상태에서 시장이 통합되면 지난해 약 83억불, 올 1∼4월에만 이미 41억불을 기록했을 정도인 대일무역적자가 심화되고 이는 제조업의 붕괴, 중소기업의 도산 등 파괴적 결과를 불러일으킬 것이 예상된다. 이로 인한 피해는 결국 ‘고용불안’과 ‘실질임금의 하락’을 겪게될 노동자의 몫이다.
투자협정만 보더라도 자유무역협정이 노동자·민중들에게 어떤 고통을 안겨줄 것인지가 분명하다. 한일 기업의 상호투자를 촉진시키기 위해 지난해 2월부터 예비적 협의를 개시한 것으로 알려진 한일투자협정은 내국민대우·최혜국대우, 투자재산 보호 및 수익송금의 자유, 분쟁해결 절차시 투자보호와 투자환경 정비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조치가 포함돼 있다. 올해안에 타결될 것으로 보이는 한일투자협정은 지금까지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는데 특히 “한국에 진출한 일본계 기업이 노사분규를 맞을 경우 한국 정부는 ‘공정하고’, ‘진지한’ 해결을 보장한다”는 내용의 일명 ‘진지(眞摯)조항’이 협정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어느 투자협정에도 유례가 없는 이 조항이 포함될 경우 노조결성, 파업권 등 노동 기본권이 말살되고,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한 폭력적인 탄압은 정당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일자유무역협정과 비슷한 내용의 북미자유무역협정이 주는 교훈은 끔찍하다. 나프타로 인해 미국에서 약 42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공장폐쇄를 위협수단으로 한 자본가들의 횡포 때문에,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이 연평균 4천4백 달러 하락했으며, 멕시코의 경우 2∼3만개의 중소기업들이 초국적기업들과의 경쟁으로 인해 도산, 2백만의 일자리가 사라져버렸다. 또한 멕시코는 국내의 무역·투자정책의 기준을 미국과 캐나다가 요구하는 수준에 접근시켰고, 또 서비스와 지적소유권 분야에서도 대폭 양보했다. 이미 멕시코의 경제정책 결정과정은 1980년대 외채위기를 통해 상당한 부분 탈국적화된 상황이었다. 나프타 출범을 부푼 기대감으로 맞이했던 멕시코는 지금 시간이 지날수록 경제적·문화적 격차가 심화되는 ‘두 개의 멕시코’로 분화되고 있다.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투자협정과 자유무역협정으로 인한 노동시장, 노동조건의 악화는 필연적”이라고 지적하고 “노동계의 긴급한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지난달 28일 한국을 방문한 모리 요시로 일본 총리와 김대중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양국간 투자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한일투자협정 체결 교섭을 가급적 연내에 타결짓고 향후 양국간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는 문제 등을 포함, 포괄적 경제협력 구축 방안에 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윤재설dllp21@kdlpnew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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