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주 40시간 법제화” 언급 믿을 수 있나

총파업 투쟁의 성과…그러나 곳곳에 지뢰밭

그동안 민주노총에서 총파업 투쟁의 핵심 3대 요구의 하나로 내건 주5일 근무제(주40시간근무제)에 대해 정부가 처음으로 ‘연내 법개정 추진’ 방침을 밝혔다. 최선정 노동부 장관은 26일 노동시간 단축에 대해 “노사정위원회의 근로시간단축특위에서 합의를 이끌어낸 뒤 올해 내에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민주노총의 요구에 대해 노사정위 논의를 거쳐 그 합의에 따르겠다고 주장해오던 정부가 갑자기 태도를 바꿔 연내 법제화를 공언한 것은 어떤 의도이며, 우리는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개량의 이중적 성격 주목해야

우선적으로 이 발표는 민주노총의 총파업 단행 의도가 확고한 가운데, 그리고 노동시간 단축이 전사회적 쟁점으로 등장하고 국민의 78%가 찬성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진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정부가 민주노총의 총파업이라는 대중투쟁에 의해 노동시간 단축에 대해 보다 전향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강제된 측면이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는 정부가 연내 법제화라는 보다 진전된 안을 제출할 수밖에 없는 조건으로 몰린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정부의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전향적 개정태도는 모든 개량이 그렇듯이 이중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현실의 열악한 조건에 대한 보다 나은 단계의 개량이라는 측면에서 적극적인 측면과 더불어 현재의 투쟁을 가라앉히고 그것을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나 시혜의 측면으로 끌고 가는 것이다. 정부는 민주노총의 총파업에 대해 남북정상회담이니, 경제사회적 혼란 운운하며 민주노총의 총파업 자제를 요구하면서 이를 발표했다. 즉, 정부는 민주노총의 총파업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일정하게 민주노총의 요구, 특히 국민의 78%가 찬성하는 노동시간 단축에 대해서 보다 전향적으로 나서면서 총파업을 좌절시키려 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합의 파기 잊지 말아야

더구나 현 상황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그나마의 개량적 측면도 상황이 변하면 언제든지 거두어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98년 2월 1기 노사정위에서 “1998년 상반기중 근로시간위원회를 구성, 근로시간 단축으로 통한 고용안정 방안을 마련한다”고 합의한 바 있으며, 98년 6월 5일 민주노총의 총파업 직후 노정합의를 통해 “2000년부터 업종·규모별 법정 근로시간을 주40시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함께 논의….. 노사정위원회에 근로시간위원회를 설치하여 법정근로시간 및 실근로시간 단축, 이와 관련된 임금조정 등 근로시간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 마련” 등을 합의한 바 있다. 이 합의에 따르면, 이미 노동시간은 작년에 이미 법제화되어 올해부터는 단축이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에야 노사정위원회내에 노동시간단축특위가 구성된 것이다. 결국 정부의 개량정책은 한편으로 대중투쟁에 밀려서 이를 막기 위해 합의나 발표를 하지만, 그나마도 대중투쟁이 잦아들거나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이 되면 언제든지 헌신짝처럼 버릴 수 있는 카드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더구나 최장관의 발표는 이나마도 껍데기로 변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즉, “노사정합의를 거쳐”라는 단서와 더불어 “근로시간 단축 문제는 임금·휴일·휴가제도의 개선방안을 포괄적으로 묶어 처리해야 할 것”“노동시간 단축 문제는 국민생활에 엄청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제도화하더라도 업종별·기업규모별·분야별로 국가경제가 영향력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이라는 표현이 그것이다. 노사정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나마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자락을 한편으로 깔고 법제화되더라도 월차휴가나 생리휴가의 축소·폐지와 연계하고 단계적으로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노동시간 단축이 갖는 삶의 질 향상의 의미가 사라지고 만다.

노동시간 단축 전선 장기지속 돼야

따라서 민주노총이나 노동시간 단축을 바라는 노동자, 민중운동진영은 이러한 정부의 이중적 작태를 보다 분명히 파악하고 힘찬 대중투쟁을 준비해나가는 것이다. 정부의 법제화에 대해서 우리의 투쟁에 의해서 진전된 것임을 확인하면서 그나마도 구두선에 지나지 않을 가능성을 충분히 경계하며 우리의 투쟁을 벌여나가야 한다. 5월 총파업은 이미 시작되었다. 이제는 이를 보다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총파업 이후에도 보다 분명한 노동시간 단축의 전선을 형성하고 확대·강화하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인 것이다.

(김태현편집위원, 민주노총 정책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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