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10시 인천지법 103호 법정, 방청석을 가득 메운 여성 30여명의 표정은 상기돼 있었다. 이들은 자신의 아내 김모(41)씨에게 엽기적인 폭력을 휘두른 혐의로 구속기소된 정선호(45) 피고인의 1차 공판을 지켜보기 위해 온 여성단체 회원들. 재판이 시작됐고 신문에 들어간 검사의 입을 통해 전기고문, 인두로 지지기 등 정씨의 잔혹한 행위가 하나하나 드러나자 방청객들은 그때의 끔찍한 광경이 눈앞에 생생히 떠오르는 듯 몸서리를 쳤다.
이들의 혐오감이 분노로 바뀐 것은 정씨의 변호인 반대신문이 시작되면서부터. 검사의 신문에는 짧게 `예’라고만 답했던 정씨는 반대신문에 들어가자 청산유수처럼 거침없이 자신의 주장을 펼쳤다.
“정말로 너무나 사랑해서, 어떻게 해야 아내가 내 곁을 떠나지 않을까 고민하다가 그런 짓을 저지르게 됐다”며 정씨가 천연덕스럽게 말하자 방청석에서 분노에 찬 술렁임이 새어 나왔다.
정씨는 또 ‘아내가 수상한 돈거래를 했다’, ‘사건 당시 간통사실을 털어놓는 아내의 말을 들었다’는 등의 주장을 늘어놨다.
정씨는 판사가 ‘김씨를 묶고 전기고문을 가했느냐’고 질문하자 “그때는 소주여섯병을 마시고 정신이 없었다”며 “때리긴 한 것 같은데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발뺌했다.
이후에도 “취해서 무슨 행동을 했는지 모르겠다”는 정씨의 대답은 되풀이됐고 결국 참다 못한 판사가 “피고는 사건 때 아내가 했다는 말은 다 생각나면서 왜 자신의 행동만은 기억이 나지 않느냐”며 호통을 치자 정씨는 우물거리다 입을 닫았다.
이날 공판을 지켜본 인천여성의전화 부회장 배숙일(42)씨는 “정씨가 어떤 인간인지 오늘 똑똑히 알 수 있었다”며 “재판부가 현명한 판단을 내려 그가 반드시 죄값을 치르게 되리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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