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이 상호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성공적으로 끝난 것에 대해 국민들은 평화통일의 꿈에 한껏 부풀어 있다. 이러한 성공이 가능했던 이유는 남과 북이 냉전이라는 이데올로기적 대결을 피하고, 한민족의 평화통일이라는 7천 만 겨레의 염원을 우선시한 데서 찾을 수 있다. 왜냐 하면 이번 회담의 진행과정 내내 북측이 줄곧 주장해 온 국가보안법 철폐 및 주한미군 철수와 남측이 줄곧 주장해 온 인권문제 등이 주요테마로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정상회담의 최종 결과물인 합의서에 상호 불가침에 관한 약조 사항이 누락돼 있는 점은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남북은 민족의 평화통일에 구체적인 진전을 이룰 수 있는 실사구시 관점에서 상호 이해와 조정에 회담의 초점을 맞추었다. 이는 남북 공동선언문에서 남북이 합의한 6개항을 살펴보면 명확하게 알 수 있다. 특히 2번 항목에 명시되어 있는 상호 통일방안에서의 공통점 인정은 주의 깊게 볼 일이다. 왜냐 하면 남북이 각각 제안하고 있는 통일방안에서 공통점을 발견한다는 것은 곧 ‘차이 속에서 연대’를 모색해 보겠다는 개방적 시각과 자세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실사구시 관점에서 ‘차이 속에서 연대’를 모색하는 일은 곧 일상생활에서 민족적 동질성을 회복하는 것으로 구체화될 수 있다. 왜냐 하면 남북이 그 동안 정치적 대결로 일관해 오면서 겪었던 엄청난 비용의 문제를 상호 고집하지 않고, 경제ㆍ문화ㆍ보건ㆍ체육ㆍ환경 등 일상생활을 구성하고 있는 영역에서 상호 얻을 수 있는 실리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공동선언문 4항에 나와 있는 경제협력 및 사회 제반 분야에서의 교류 활성화 의지는 상당히 탄력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즉, 이 분야들은 앞으로 소모적인 정치적 대결과는 다르게, 다양한 주체와 방식 및 형태들을 가지고 구체성과 연속성을 보장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미 남북의 경제협력은 상당 부분 진척되어 있고, 사회 제반 분야에서의 협력 또한 증가 추세에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북이 공동선언문에 나타난 실사구시 관점을 지킨다면, 이는 천리마에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 된다.

정상회담 기간 동안 연극ㆍ무용ㆍ문학ㆍ스포츠 등의 분야에서 남북이 긴밀하게 교류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되었다고 한다. 이번만큼은 이러한 의견들이 정치적 대결의 도구로서 악용됨이 없이, 평화통일로 다가가는 데 있어 상호 적응력을 증가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카오스와 불확정성으로 규정되는 21세기에, 남북통일 문제만큼은 뚜렷한 방향성과 일관성의 문제를 굳건히 지키고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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