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에 피의 보복을!”
농협중앙회노조, 노동조합 맞아?
“2급갑 이상의 축협경영자들과 노조지도부는 응분의 대가를 받아야 마땅하다. 그리고 2급을 이하 직원들 중 통합을 극렬히 반대한 자들도 농협중앙회의 발전을 위해 색출되기 전에 스스로 길을 찾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것은 농협중앙회 경영진이 한 얘기가 아니다. 놀랍게도 농협중앙회 ‘노조’가 지난 6월12일 발표한 성명의 핵심내용이다. 노조는 성명에 덧붙인 ‘축협중앙회·삼협중앙회 직원 승계 및 직급·호봉조정 기준’이란 자료를 통해 ‘응분의 대가’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노조는 이 자료에서 △1급(차장) 이상 최고경영자(1백36명)-전원퇴진 △2급갑(과장) 이상 책임자(2백69명)-전원 사퇴, 2급을 이하로 강등하지 않는 한 수용불가 △2급을 이하(대리, 계장, 주임·2천12명)-승계를 원칙으로 하되 통합에 극렬 반대한 직원은 통합중앙회의 안정을 위해 반드시 색출해 퇴출 △4급 기능직 이하(1천6백14명)-저효율 고임금 직원으로 경영안정 차원에서 전원퇴직 또는 계약직 전환 등 ‘축협직원 승계기준’을 내놨다.
이에 따르자면 생산과 제조 업무를 맡아온 기능직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거나 비정규직으로 굴러떨어지고, 강제통합 저지를 위해 싸워온 상당수 노조원들이 내쫓기게 된다. 다른 누구도 아닌 노조가 노동자의 생존권을 빼앗는데 팔을 걷어부치고 나선 셈이다. 노조의 성명은 심지어 “만일 통합중앙회장과 농림부장관이 이 원칙을 무시하고 온정주의와 적당주의로 일관한다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못을 치고 나섰다.
이 성명을 접한 대다수 사람은 “정말 노동조합에서 낸 성명 맞느냐?”고 반문했다. 도저히 노조가 발표한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실제로 성명서 곳곳에는 노조가 마치 ‘점령군’이라도 된 듯 기세등등하고 고압적인 분위기가 짙게 베어 있었다.
한편 이와 성격은 다르지만 의료보험 통합 과정에서 사회보험노조(옛 의료보험노조)와 직장의보노조도 비슷한 갈등을 겪은 바 있다. 그러나 통합을 주도했던 사회보험노조가 통합에 부정적이었던 직장의보노조에 보인 태도는 이와는 전혀 달랐다. 사회보험노조 이태하 정책실장은 이와 관련해 “농협중앙회노조의 주장은 노동자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자본의 논리”라고 평했다. 그는 이어 사회보험노조가 그동안 양 조직간에 쌓인 앙금을 걷어내기 위해 애쓰고 있다며 “직장의보 노동자들의 불안감을 감싸안는 한편 혹시라도 사용자쪽이 직장의보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조정’을 꾀한다면 공동투쟁으로 함께 막아낼 방침”이라고 밝혔다.
아무튼 농협중앙회노조의 주장이 워낙 상식에 어긋나는 터라 축협중앙회노조는 이를 ‘파렴치하고 몰이성적 작태’라고 비판했다. 하긴 민주노총이 ‘불순한 조직적 목적으로’ 농축협 강제통합 반대투쟁을 벌인다며 얼마전 항의집회를 가진 곳이 바로 농협중앙회노조다. 이들은 민주노총 사무실 유리창에 고성능 스피커를 바짝 들이대고 한나절 동안이나 ‘소란’을 피웠다. “노동계 분열 획책하는 민주노총 각성하라!”는 게 이날 이들이 주로 외친 구호였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