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자본의 공세가 몰려온다

(2) 임금제도 개악

기본급 깎고, 할증률 25% 낮추고, 연월차수당 없애면…

뭐하러 ‘주5일근무’ 도입하나

재계는 아직까지 ‘여러 조건에 비춰 주5일근무제 실시 아직 이르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재계로서도 여론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이 문제에 대해 언제까지 반대로만 일관하긴 힘들 전망이다. 다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더라도 최대한 ‘반대급부’를 끌어내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그 가운데 하나가 임금을 깎겠다는 것이다.

자본쪽은 주5일근무제 도입으로 노동시간이 줄면 기업의 ‘인건비부담’이 훨씬 커진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즉 법정노동시간이 현행 주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단축되면 초과근로수당 증가분을 포함해 14.7%의 임금인상 효과가 나타난다는 주장이다. 이를 근거로 노동시간 단축분만큼 임금을 깎아야 한다는 게 자본쪽의 논리다.

경총은 얼마전 발표한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입장’을 통해 이를 공식화했다. 이에 따르면 ‘개별기업 차원에서 실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기업의 경우 반드시 단축된 시간만큼 임금을 삭감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총은 이어 ‘노동계의 주장처럼 임금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이 이루어질 경우 기업으로 하여금 고용조정을 선택하도록 강요하는 역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인건비 부담이 늘어 정리해고 등 인력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자본쪽이 추산한 임금인상효과는 상당히 과장돼 있다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경총의 계산식은 법정노동시간 단축 이후에도 현재의 실노동시간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것을 가정하고 있다. 그러나 주44시간제를 도입했던 지난 89년의 경험을 보더라도 법정노동시간 단축은 곧바로 실노동시간 단축으로 이어짐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주40시간제는 ‘토요일 완전휴무’를 뜻하기 때문에 실노동시간 단축분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재의 실노동시간이 유지된다는 전제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는 얘기가 된다. 물론 임금상승 효과가 있음을 부정할 순 없으나 경총의 추산만큼 크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것마저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생산성상승 효과로 머잖아 상쇄되는 게 보통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삶의 질을 높이자고 노동시간을 줄이는데 임금을 깎아버리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때문에 국제노동기구(ILO) 조약(1935년)도 “노동시간 단축은 생활수준 저하 없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국제적 관행 또한 임금을 줄인 경우가 거의 없다.

문제는 자본쪽의 논리가 지금과 같은 장시간노동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는 사실이다. ‘임금을 깎지 않으면 고용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은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감원을 통해 덜겠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결국 노동강도는 높아지고, 초과노동시간이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자본쪽은 이 연장선에서 초과노동에 대한 임금할증률을 현행 50%에서 25%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할증률이 낮아지면 초과근로의 효용이 줄어 실근로시간이 줄지 않겠느냐’는 논리다. 또한 연월차 휴가 축소와 함께 연월차 수당 폐지도 주장하고 있다. 즉 연월차를 무급화함으로써 휴가를 쓰도록 유도해 실노동시간을 줄이자는 것이다.

이같은 주장의 바탕에는 노동자들이 ‘돈에 눈이 어두워’ 초과근로를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그러나 이는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얘기다. 떼돈 버는 일도 아닌데 어느 누가 장시간노동을 즐겨하겠는가. 사용자쪽이 반강제적으로 잔업을 제도화하고, 기본임금만으로는 생계를 꾸릴 수 없는 노동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하는 게 초과노동이란 사실을 자본이라 해서 모를 리 없다. 때문에 할증률이 25% 아니라 0%라도 잔업, 특근에 나설 수밖에 없고, 할증률을 줄이면 자본쪽의 주장과 달리 초과노동은 되레 늘어나는 것이다.

이렇듯 겉으로 내세우는 논리를 한 꺼풀만 벗겨도 장시간노동 체제를 유지하고자 하는 자본쪽의 속셈이 드러난다. 결국 자본쪽의 구상대로 주5일근무제가 도입된다면 실노동시간의 단축이라는 애초의 취지는 실종되고 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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