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으로 사문화된 국가보안법을 철폐해야 한다는 요구가 사회각계각층에서 쏟아져나오고 있는 가운데 지난 6일 국회 소회의실에서는 ‘국가보안법 폐지 범국민연대회의’와 ‘국가보안법 반대 국민연대’가 공동으로 주최한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발제자로 나온 김인회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통일위원장)는 ‘국가보안법 위헌성에 대한 고찰’이라는 제목의 발제문을 통해 국가보안법을 “반민주, 반인권, 반통일의 위헌법률”이라고 규정하고 국가보안법의 즉각적인 폐지를 주장했다.
국가보안법은 이미 제정 당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규정의 모호성으로 인해 죄형법정주의에 모순되며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고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함으로써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는 헌법에 위배되고 통일의 결정적인 장애가 된다는 등의 비판이 있어왔다.
이같은 국가보안법이 장구한 세월의 비판 속에서도 계속 개악의 길을 걸어오면서 존속해 온 이유에 대해 김 변호사는 “냉전체제의 존속과 정권적 차원의 이용”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즉 국가보안법은 전적으로 냉전체제에 기생하고 있는 법률이므로 냉전체제가 붕괴되지 않는 이상 폐지에 저항하는 세력이 있을 수밖에 없었고 독재정권의 입장에서는 반대세력을 진압하는 데 가장 효율적인 법률로 작용해왔다는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으로 인해 냉전체제와 분단체제의 완전한 청산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보안법은 구시대의 잔재에 기생하고 있는 법률이자 과거를 지향하는 법률이다.
하지만 한나라당, 조선일보 등 수구보수세력들은 여전히 국가보안법의 존치를 주장하고 있다. 국가보안법을 그대로 둬야한다고 주장하는 최근의 근거는 ‘상호주의’, 즉 북한이 조선노동당 규약과 형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우리만 국가보안법을 철폐 또는 개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국가보안법이 법률로서 남북한 모든 구성원들에게 적용되고 위반시 처벌을 받는 강제적인 법률이지만 조선노동당 규약은 당원에게만 적용되고 위반시 제명 등 책벌을 받는 자치규범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조선노동당 규약과 국가보안법을 동렬에 놓고 비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북한 형법과 관련해서도 “특별법인 국가보안법과는 달리 일반법인 점, 남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해서 구성원을 처벌하거나 회합, 찬양고무했다고 처벌하는 조항이 없는 점을 들어 이를 국보법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은 논리상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국가보안법 존치론자들이 주장하는 또 하나의 논점인 안보제일론에 대해서도 “안보란 총체적인 개념이며 북한과의 관계를 정상화시키고 발전시킬수록 북한으로부터의 침략위험이 사라지기 때문에 안보는 오히려 튼튼해질 것이며 현재의 형법으로도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모든 행위를 처벌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가보안법이 안보를 담보하는 가장 핵심적인 법률이라는 주장은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가보안법이 위헌이 아니라는 주장은 헌법 제3조의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영토조항에 근거하고 있다. 하지만 이 조항은 평화통일 조항에 걸맞게 해석돼야 한다는 점에서 거의 사문화됐으며 적절한 시기에 개정될 필요가 있다. 이날 토론자로 나온 임종석 민주당 의원도 “국가보안법의 철폐와 헌법 영토조항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또 김원웅 한나라당 의원도 국가보안법을 “냉전시대의 대표적 유물”이라고 규정하고 “폐지돼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기존정당 내부에서도 폐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정부·여당의 공식적인 입장은 폐지가 아닌 개정에 머물러있고 한나라당은 존치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어 민중운동진영의 지속적이고 강도높은 철폐투쟁이 요구되고 있다.
이날 토론자로는 권오헌 민가협의장, 김윤자 한신대 교수, 이장희 외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윤재설dllp21@kdlpnew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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