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같은 이중 고통 함께 극복해야
심각한 장애여성 인권침해….저학력, 빈곤 악순환….성폭력 등 각종 범죄 무방비 노출
지난 1월 가정폭력에 시달려온 유순자씨(39·1급 지체장애인·경기도 군포시)가 남편 최갑석씨(44·무직)를 과도로 살해한 사건은 유씨가 지난 5월 26일 징역3년 집행유예 5년으로 석방된 것으로 종결되었고, 김양(21·강릉시 옥계면)이 7년간 동네 남자들에 의해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당해온 사건에서는 가해자 홍씨는 불구속된 채 김양이 정신감정을 받는 등 진행중에 있는 사건이다. 이처럼 장애여성의 인권실태를 접할 수 있는 것은 언론에 보도되는 극단적인 예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우리사회의 뿌리깊은 가부장제 속에서 장애여성은 장애인으로서의 차별에, 여성이라는 성차별이 가중돼 이중의 고통을 받고 있다.
가부장제 이데올로기로 인해 장애남성은 남성이기 때문에 ‘자립’에 대한 기대치가 있지만, 장애여성에게는 아무런 기대치가 없어 사회활동에 대한 역할이 인정되지 않고, 이러한 현실은 교육 및 취업 등 기회상실로 나타나 무능력한 존재, 보호받아야 할 대상으로 규정당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장애여성의 인권침해는 일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권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초등학교 이하의 교육 78.6%차지
장애여성의 교육수준은 비장애 여성과 남성은 물론이고, 장애남성과 비교해 볼때도 매우 낮게 나타나고 있다.
95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장애여성의 초등학교 이하의 교육율이 78.6%를 차지, 이 수치에는 학교를 전혀 다니지 않은 비율 32.5%가 포함돼고 있다. 이는 장애남성의 47.8%에 비해서도 매우 낮은 수치이다.
이 수치는 우리 사회의 장애여성이 취업 등 사회생활을 하기 위한 기초과정인 교육의 기회조차 제대로 갖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으며, 장애남성에 비해서도 교육의 기회가 낮은 것은 우리사회에서 여성이 부양자가 아닌 피부양자로 인식되는 데서 기인한다.
교육수준이 낮은 상황으로 볼 때, 고등교육은 꿈꾸기 조차 힘들고, 최소한의 사회활동을 할 수 있는 직업훈련 교육 마저도 절실하게 요구되는 사항이다.
교육차별은 경제적 빈곤으로 악순환
94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경제활동 참가율에 있어 장애남성 57.7%, 장애여성 27.7%에 불과하고, 장애 여성의 취업직종은 단순노무직 32.5%, 농업 28.7%, 판매서비스직 19.5%, 기능직 12.5%, 전문직 7.4%를 차지하고 있다.
취업장애여성에게 있어 임시직이나 일용근로자가 전체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전체적으로 61% 정도의 취업장애여성들이 단순직종에 종사하고 있다. 이는 역으로 장애여성이 취업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능훈련 등 직업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결국 장애여성에 대한 교육기회의 차별은 취업의 기회를 제한하는 원인이 되고, 노동시장에서의 차별로 이어져 결국 소득불평등을 초래하고 직접적인 생계의 위협으로까지 확대돼 경제적 사회적 빈곤이 악순환되고 있는 것이다.
결혼은 선택이 아니라 ‘포기’
95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1995년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여성의 결혼율은 20대에서 60.5%가 미혼이다. 결혼한 장애여성의 60.4%가 양가 또는 어느 한쪽 가족의 반대를 극복하고 결혼했으며, 60%이상이 장애인 남편을 두고 있다.
장애여성의 경우 결혼여부는 자신의 선택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여건상의 이유 등으로 인해 ‘포기’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즉, 장애여성도 성역할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성적인 존재로 인식되거나, 우리사회에서 여성의 역할(?)인 양육과 가사를 감당할 수 없는 존재로 인식돼 결혼율이 매우 낮게 나타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가족들의 우려(시댁과 친정 모두)로 인해 결혼에 대한 심한 반대에 부딪히게 된다. 장애여성의 가족권, 건강권, 자기결정권의 보장이라는 인권확보 차원의 접근이 중요시 되는 부분이다.
성폭력 아는 사람에 의해 상습적으로…
이예자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상임대표가 지난 5월 20일 발표한 ‘여성장애인 성폭력 피해실태 및 정책적 대안’이란 논문에서는 장애여성의 성폭력 피해사건 40건을 분석하고 있다.
이 논문에 따르면 가족, 친척, 직장동료, 상사, 동네주민 등에 의한 성폭력이 37건으로 대부분 아는 사람에 의해 피해를 입었으며, 수차례에 걸쳐 상습적으로 당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한 강간이 29건, 성추행 10건 등이고, 장애유형에서는 정신지체가 25명, 지체장애 7명, 시각장애 3명 등으로 장애여성의 경우 물리적 폭력앞에 저항력이 약하기 때문에 강간수치가 높고, 특히 저항력이 약한 정신지체 장애여성의 비율이 높게 나타난다고 전하고 있다.
특히 피해 장애여성들은 심한 신체적, 정신적 후유증을 앓고 있으며, 사건 정황을 일관성 있게 진술하지 못하기 때문에 가해자가 부인할 때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되는 경우가 많고, 본인이나 가족이 알려지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에 통계에서조차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
앞의 유순자씨 사건의 경우에서 보여지듯 장애여성의 가정폭력도 매우 일반화된 현상인데, 이에 대해 김효진 서울장애인연맹(서울 DPI) 여성특별위원회(이하 서울 여성특위) 위원장은 “장애여성은 의사표현 능력을 교육받지 못하기 때문에 표현을 못한 채 당하기만 하는 경우가 많다”며, “비장애 남성과 결혼할 경우 장애여성을 이상적인 존재로 여겨 결혼했다가 현실과의 괴리가 생기자, 이것이 가정폭력으로 연결된다. 또한 장애남성과의 결혼에서는 남편이 청각장애인일 경우 많이 나타나는데 사회적 스트레스를 장애여성에게 풀게되고, 소리를 들을 수 없어 폭력이 제어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상미btf32@kdlpnew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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