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제 요구 투쟁 승리 큰 의미”

금융노조파업 현장·의의….총파업 하루만에 이룬 성과…지도부 사법처리 등 문제 남아

“노조가 사회문제 국가문제를 투쟁목표로 삼아 대정부 투쟁을 벌이고 노정간의 협상에서 노동자의 요구를 관철시킨 승리의 총파업이다”

이용득 금융노조위원장이 말하는 7.11 총파업 의미다.

관치금융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관치에 의한 부실 대출 해결, 금융지주회사법 제정 이후 인위적 통폐합 및 감원 금지 등을 주내용으로 하는 합의안을 도출하고 금융노동자들의 투쟁은 일단 끝이 났다.

그러나 합의 사항 이행에 대한 신뢰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으며 노조 지도부 사법 처리라는 불씨도 그대로 있는 상황이다.

노-정간 4차례의 숨가쁜 협상과 결렬 선언을 오가다가 11일 오후 7시 20분 5차 노정 교섭에서 극적인 합의를 도출해 내 총파업은 11시간만에 종료됐다.

하루 전날인 10일 3차 밤샘 실무 교섭이 다음날 새벽 4시 결렬되자 이위원장은 총파업을 선언했다. 23개 지부는 예정대로 8시를 기해 일제히 파업에 돌입했다.

교섭과정에서 관치금융 청산에 대해 노조는 법제도화를 요구, 정부측은 합의서에 명문화한다는 입장이었고, 금융지주회사제 도입에 대해서도 노조는 유보를 주장하고, 정부는 2단계 구조조정의 핵심이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버텨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금융노조 조합원들은 연세대에서 전야제와 총파업을 치르기 위해 저녁 6시부터 전국에서 속속 모여들기 시작해, 3만여명이 노천극장과 대운동장을 가득 메우고 사전행사와 전야제를 진행했다. 내리는 비를 마다않고 투쟁 기간 내내 연세대를 지켰고, 교섭이 진행중인 은행연합회관 옆 명동성당 앞에서 8개 지부 전산노동자 1천여명이 농성을 했다.

금융노조 서울지부의 최영근(40)씨는 “정부가 관치금융 한 적이 없다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어 화가 난다. 구조조정 추진과정에서 나타난 정부정책의 실패를 은행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지도부의 투쟁방향대로 행동할 뿐이다”라고 결의를 밝혔다.

또 양청간 금융결제원지부 부위원장은 “은행지부와 약간의 거리가 있기도 하지만, 관치금융 철폐라는 대의에 동감하기 때문에 파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11일 오후 1시 4차 교섭에서 이위원장과 이용근 금융감독위원장이 구체적인 안에 합의했다는 말이 돌았으나, 이헌재 재정부장관이 거부해 결렬됐다. 이때부터 교섭은 금융노조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았다. 정부집계로 파업참가율이 17%에 불과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투쟁동력이 빠져나가면 정부가 주도권을 갖게 되고 노조측은 진전없는(?) 교섭타결이냐, 총파업 고수로 공권력에 무너질 것이냐 양자택일을 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에 근거한 것이다.

11일 파업 당일이 되자, 조합원 참여율을 이유로 기업은행이 파업철회를 선언했고, 다른 지부에서도 일부 조합원이 이탈하기도 했지만, 2만여명의 금융노동자들은 연대에서 흐트러짐 없이 대오를 유지했다.

6시, 다시 5차교섭에 돌입. 7시 20분 경 김호진 노사정위원장은 기자회견을 갖고, “금융산업발전에 관해 논의한 결과 노조측과 정부측이 실질적인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김영재 금감위 대변인은 정부는 ▲은행경쟁의 자율성을 저해하는 (법률적)규제를 빠른 시간에 일소할 것 ▲금융구조조정은 시장의 논리에 따라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 ▲2단계 구조조정에서 정부지도부에 의한 강제적 합병은 없을 것 ▲금융지주회사제 도입 등의 내용을 완전히 합의했으며, 이 내용은 12일 10시 노사정위원회 회의를 거쳐 정부에 건의하고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교섭타결을 발표한 직후 이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들은 명동성당 농성장에 들렀다가 연대로 출발, 연대에서 총파업 승리 해산집회를 가졌다.

이 금융노조위원장이 “7.11 총파업은 금융노동자들의 승리”라며 “이번 총파업은 한국노동운동을 한단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파업철회를 선언하자, 노천극장은 금방 축제분위기가 됐다.

이위원장이 조합원들에게 발표한 내용은 관치금융 청산 관련 내용을 국무총리령으로 명시할 것, 조흥은행 강제 합병하지 않을 것, 한빛은행의 공적자금 투입으로 인한 합병 안할 것, 서울은행 해외매각 또는 합병하지 않을 것, 지방은행이 어려워도 강제합병으로 없애지는 않을 것, 정부의 부실채권을 조속히 해결할 것 등이다.

하익준 금융노조 정책부장은 “이번 투쟁으로 노동자의 정치적 결집력이 얼마나 큰 힘인가를 깨달았다”라며 “이제부터 시작이다. 사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끌어가며 더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 정부의 이행합의도 완벽하게 끝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후에 여론을 통해 합의사항이 지켜질 수 있도록 계속적으로 정부를 압박해 나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동당은 금융노조의 총파업 투재에 최대한으로 결합해 연대 투쟁을 벌였다. 권대표는 파업 전야인 10일 연대에서 3차례나 지지 연대사를 했으며 조합원들은 뜨거운 박수와 함께 ‘권영길’ 연호로 화답해 마치 선거 유세장을 방불케 하기도 했다. 권대표는 노회찬 당 부대표를 비롯해 중앙당 간부들과 하루밤을 연세대에서 노동자들과 같이 지냈다. 또 강북성북지부 남부지부 서대문지부와 학생위원회도 지지방문 및 농성에 동참해 노동자와 함께 투쟁하는 정당을 보여주었다.

노회찬 부대표는 “이번 총파업은 노동운동의 거점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면서 “87년 노동자 대투쟁, 97년 노동법 개정투쟁을 잇는 노동운동의 획을 그은 투쟁이다”라고 평가했다.

(김상미btf32@kdlpnews.org)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