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이름표 붙이기를 좋아한다. 이름표는 삶을 편리하게 해 줄 때가 많지만, 그만큼 문제를 일으킬 때도 많다. 예를 들어 어떤 집단의 모든 구성원이 특정한 특성을 지녔다고 가정하거나, 분류 체계에 딱 들어맞지 않는 개체가 나타날 때 그렇다. ‘살아 있는’ 은하나 ‘죽은’ 은하를 이야기할 때도 같은 일이 벌어진다.

은하의 색

이런 맥락에서 흔히 가시광선 영역에서 방출하는 빛의 양에 따라 은하를 ‘붉은’ 은하와 ‘푸른’ 은하로 분류한다.

질량이 큰 별일수록 에너지가 높은 광자를 방출한다. 이런 별은 수가 적지만 매우 밝아서 은하가 푸른빛을 띠게 한다. 수명은 매우 짧아 1억 년도 지나기 전에 아름다운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며 사라진다.

반면 별의 대다수는 태양처럼 질량이 비교적 작다. 이런 별은 연료를 더 천천히 태우며 노란빛이나 붉은빛을 띤다. 폭발하지 않으며 수명도 훨씬 길다.

질량이 큰 별을 상당수 품은 은하는 ‘푸른’ 은하가 된다. 이런 별은 빠르게 수명을 다하지만, 은하에서는 새로운 세대의 별이 태어나면서 그 자리를 계속 채운다. 어떤 이유로 이 과정이 멈추면 은하는 ‘죽고’ 붉은빛을 띠게 된다.

우주적 노화

‘푸른’ 은하가 별을 형성한다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붉은’ 은하는 어떨까? 대부분의 연구에서는 이들을 ‘수동 은하’ 또는 심지어 ‘붉고 죽은 은하’라고 부르며, 별을 거의 형성하지 않거나 아예 형성하지 않는다는 뜻을 내포한다.

이 글을 쓴 우리는 이런 구분이 사소한 문제가 아니라고 확신한다. 우리는 수년 전부터 실제로는 은하가 두 종류로 나뉘지 않는다고 주장해 왔다. 어떤 은하는 다른 은하보다 별을 더 많이 형성하지만, 아마 어느 은하도 별 형성을 완전히 멈추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나이가 1억 년 미만인 젊은 별의 비율이 1,000분의 1 아래로 떨어지면 색이 빠르게 바뀐다.

역설적으로 중간 범주인 ‘녹색’은 상당히 ‘일반적인’ 상태, 즉 통계적으로 최빈값에 해당한다. 그런데도 이 범주에 속하는 은하는 매우 적다. 이 범주가 포괄하는 별의 나이 범위가 매우 좁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유럽의 인구 ‘피라미드’는 50세 안팎에서 정점에 이른다. 49세 미만을 ‘푸른색’, 51세 초과를 ‘붉은색’으로 분류하면 중간 범주에 속하는 사람은 극히 적다. 그렇다고 사람이 50세까지 똑같이 젊다가 생일 아침에 갑자기 늙고 골골거리며 일어난다는 뜻은 아니다. 물론 그렇더라도 죽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우리는 은하에서도 이 비유와 정확히 같은 일이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은하는 서서히 나이를 먹으며, 갑자기 바뀌는 것은 우리가 붙이는 이름표뿐이다. ‘붉은’ 은하의 별들은 매우 늙었고, 질량이 작은 별들이 주를 이루지만, 그렇다고 새로운 별이 전혀 태어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가스를 잃다

은하는 주변 물질에서 새로운 별을 만드는 데 필요한 가스를 공급받는다. 은하가 완전히 죽으려면 누군가 이 연료를 빼앗아야 한다.

이런 몹쓸 짓을 저지르는 범인은 은하 내부에 숨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활동 중인 초대질량 블랙홀이 방출하는 에너지는 은하 내 가스를 가열해 응축을 막거나, 가스를 빠른 속도로 은하 사이 공간으로 다시 내보낼 수 있다.

또 다른 가능성은 불쌍한 은하가 가혹한 환경에서 살아가게 됐다는 것이다. 주변 물질의 온도가 매우 높으면 작은 은하는 가스를 끌어당길 만큼 충분한 중력을 발휘하지 못해 ‘굶어 죽는다’. 은하가 주변 물질을 가로질러 움직일 때는 맞바람이 워낙 강해 원래 지니고 있던 가스마저 빼앗기고 ‘해파리 은하’로 변할 수 있다. 조석력 같은 다른 효과도 가스 손실에 기여할 수 있다.

해파리 은하 ESO 137-001의 이미지다. 은하가 뒤에 남긴 가스는 가시광선으로 관측할 수 있는 작은 촉수들을 형성한다. 또한 뜨거운 가스는 엑스선을 방출하는 거대한 꼬리(이미지의 파란색 부분)를 이룬다. NASA, ESA, CXC/위키미디어 공용, CC BY

결과는 언제나 같다. 가스가 바닥나면 더는 새로운 별이 태어날 수 없다. 은하가 죽은 것이다.

1억 년 전에 태어난 별들

우리는 유클리드(Euclid) 우주망원경과 지상 망원경으로 관측한 수만 개 은하의 색을 바탕으로, 최근 1억 년과 최근 10억 년 동안 각각 얼마나 많은 별이 태어났는지 재구성했다.

우리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은하, 약 70%는 평온하게 ‘나이를 먹고’ 있다. 이 은하들의 별 형성률은 두 시간 척도 사이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약 15~20%는 오래전에 ‘은퇴’했으며, 별을 조금 형성했는지 아니면 전혀 형성하지 않았는지 구분할 수 없다. 나머지 10~15%는 ‘급격한 중단’의 징후를 보인다. 나이가 10억 년 미만인 별은 관측되지만, 최근 1억 년 동안에는 새로운 별이 사실상 전혀 태어나지 않았다. 이들이 급제동을 건 데에는 무슨 일이 있었음이 틀림없다.

두 가지 진화 경로를 보여 주는 별의 노화 도표다. 저자 제작, CC BY

도표에서 보듯 은하가 서서히 나이를 먹을 때는 대체로 일정한 속도로 별을 형성한다. 최근 10억 년 동안 태어난 별의 비율은 최근 1억 년 동안 태어난 별의 비율보다 약 10배 높다. 별 형성이 급격히 중단된 은하는 최근 1억 년 동안 예상보다 훨씬 적은 수의 별을 형성했다.

현재 우리는 몇 달 뒤에 공개할 새 자료에서 추출한 훨씬 큰 표본, 거의 5,000만 개에 이르는 은하를 분석하고 있다. 통계적 정확도가 높아지면 각 유형의 은하가 차지하는 비율을 더 정밀하게 파악하고, 이 비율이 시간과 개별 은하의 질량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훨씬 자세히 연구할 수 있다.

무엇보다 점진적인 노화와 별 형성의 급격한 중단으로 은퇴한 은하가 각각 얼마나 빠르게 늘어나는지 추정할 수 있다. 이 두 진화 경로를 은하의 지름이나 화학 조성 같은 다른 물리적 특성과 연관 지으면 별 형성을 끝내는 범인에 관한 새로운 단서를 얻을 수 있다.
‘노화’와 ‘급격한 중단’이라는 구분은 앞으로도 유용할까, 아니면 새로운 이름표를 찾아야 할까?

[출처] La mayoría de las galaxias nunca mueren, como los viejos rockeros

[번역] 하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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