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백색왜성 WDJ1330+6435가 맨눈에 어떻게 보일지 재현한 상상도다. 출처: 마크 A. 갈릭(Mark A. Garlick)/워릭대학교, CC BY

밤하늘에서 밝게 빛나는 별들을 바라보면 맨눈으로도 붉은 주황색 별(황소자리의 알데바란), 흰색 별(우주에서 바라본 태양), 푸른색 별(거문고자리의 베가)을 구별할 수 있다.

지금까지 과학계는 녹색을 비롯한 다른 색조의 별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잉글랜드 워릭대학교 연구진이 주도한 최근 연구는 우리에게서 약 280광년 떨어진 왜성 WDJ1330+6435를 상세히 분석했다. 이 별은 너무 어두워 맨눈으로 볼 수 없지만, 원반 모양을 분간할 만큼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면 우리는 처음으로 연녹색 별을 보게 될 것이다.

이 연구에서는 소수의 백색왜성이 분홍색, 청록색, 노란색, 보라색처럼 이례적인 색으로 빛날 것이라는 사실도 밝혀냈다. 연구진은 논문 제목을 ‘Any colour you like’(원하는 어떤 색이든)로 지었다.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의 음반 《The Dark Side of the Moon》에 실린 유명한 연주곡을 재치 있게 인용한 것이다.

워릭대학교 연구진이 분석한 왜성들과 각 별의 방출 스펙트럼을 아래쪽에 함께 제시했다. 앞서 언급한 녹색 별 WDJ1330+6435 외에도 강렬한 붉은빛을 띠는 WDJ1011+2845와 분홍빛을 띠는 왜성 WDJ0902+2010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두 별은 모두 대기의 탄소 농도가 높다. 출처: 마크 A. 갈릭/워릭대학교. CC BY

백색왜성이란 무엇인가

별의 일생은 생물의 일생과 닮았다. 별도 나이가 들면서 구조와 조성이 달라진다.

태양과 비슷한 별은 크기가 커지면서 적색거성이 된다. 이 단계의 마지막에 이르면 별은 바깥층을 방출해 다채로운 성운을 형성한다. 한편, 별의 중심핵은 수축하면서 백색왜성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백색왜성은 크기가 지구와 비슷하지만, 질량은 태양에 버금가는 천체다.

별이 초기 질량에 따라 거칠 수 있는 진화 단계를 그린 상상도다. 녹색 상자 안에는 태양의 진화 과정과 백색왜성으로 생을 마치는 모습을 담았다. 출처: 유럽우주국(ESA). CC BY

처음 발견한 백색왜성들은 놀라울 정도로 뜨거웠고 흰색이나 옅은 푸른색으로 빛났다. 백색왜성이라는 독특한 이름도 여기서 나왔다. 하지만 온도는 시간이 흐르면서 변한다. 백색왜성은 더 이상 내부에서 에너지를 만들지 않으므로 수십억 년에 걸쳐 서서히 식는다. 이 때문에 매우 뜨거운 백색왜성도 있고, 태양보다 온도가 낮을 만큼 훨씬 차가운 백색왜성도 있다. 가장 이례적인 색들은 바로 이 차가운 백색왜성들에서 나타난다.

별빛을 사람이 보는 색으로 변환하다

연구진은 사람의 눈에 별이 어떤 색으로 보일지 알아보기 위해 인간의 색각 모형을 바탕으로 한 알고리즘으로 별빛을 분석했다. 이 모형은 색을 감지하는 세 종류의 망막 세포가 어떤 자극을 받는지 재현한다. 긴 파장, 즉 붉은 계열의 색에 민감한 L 원뿔세포, 중간 파장인 녹색 계열에 민감한 M 원뿔세포, 짧은 파장인 푸른 계열에 민감한 S 원뿔세포가 그 대상이다. 이 모형은 평균적인 인간의 눈을 나타내며, 개인마다 다른 정확한 색 지각을 재현하지는 않는다.

분석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각 별에 널리 알려진 CIE 1931 색도도의 좌표 (x, y)를 부여한다. 이 좌표에 따라 사람의 눈에 보이는 색을 정한다. 연구진은 이 혁신적인 방법을 통해 이전에 흰색으로 분류했던 일부 왜성이 실제로는 전혀 다른 색조로 보일 것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녹색으로 빛나는 최초의 별

핵심은 백색왜성 대기의 높은 밀도에 있다. 백색왜성의 대기 밀도는 태양 광구의 수백만 배에 이른다.

이처럼 압축된 대기에서는 원자와 분자가 끊임없이 충돌하면서 빛의 방출과 흡수를 결정하는 에너지 준위를 계속 변화시킨다. 그 결과 각 원소는 특정한 파장에서만 빛을 흡수하는 대신 훨씬 넓은 파장 대역에서 빛을 흡수한다. 탄소, 칼슘, 나트륨 같은 원소는 밀도가 낮은 대기에서보다 훨씬 넓은 색 범위의 빛을 흡수할 수 있다.

이런 조건에서는 백색왜성의 방출 스펙트럼에서 넓은 색 영역이 마치 잘려 나간 듯 사라지면서 별의 색이 붉은색, 흰색, 푸른색에서 벗어난다. 가장 눈에 띄는 사례는 WDJ1330+6435로, 우리 눈에 녹색으로 빛날 것으로 알려진 최초의 별이다.

표면 온도가 약 4,240K(섭씨 3,966.8도)인 이 별은 태양보다 온도가 낮은 차가운 백색왜성이다. 자신의 행성계가 붕괴한 뒤 암석 물질을 끌어들여 대기에 축적하면서 칼슘, 나트륨, 리튬의 농도가 높아졌다. 칼슘은 짧은 파장인 푸른 계열의 빛을 흡수하고, 나트륨은 스펙트럼에서 주황색 계열의 빛을 제거하며, 리튬은 붉은 계열의 일부 빛을 흡수한다. 그 결과 WDJ1330+6435는 녹색을 띤다.

분석 결과 이 별의 색도도 좌표는 (0.33, 0.41)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 눈에 밝은 녹색으로 보이는 색에 해당한다.

백색왜성 WDJ1330+6435가 맨눈에 어떻게 보일지 재현한 모습이다. 뚜렷한 녹색 빛깔은 방출 스펙트럼의 형태(이미지 아래쪽)에서 비롯한다. 별의 대기에 높은 농도로 존재하는 칼슘, 나트륨, 리튬이 각각 넓은 파장 대역의 빛을 흡수해 스펙트럼에서 제거한다. 출처: 마크 A. 갈릭/워릭대학교. CC BY

다채로운 색의 세계, 그래도 주인공은 흰색

연구진은 우주 곳곳의 백색왜성에 이 방법을 적용해, 밀도 높은 대기의 조성에 따라 색을 몇 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탄소가 풍부한 백색왜성은 대체로 분홍색이나 보라색을 띠고, 소행성과 혜성의 잔해를 많이 축적한 백색왜성은 노란색을 띠는 경향이 있다.

연구진이 분석한 왜성 36개의 색도도다. 빨간색 상자 안의 WDJ1330+6435 색도 좌표는 녹색 계열을 가리킨다. 출처: https://arxiv.org/abs/2610.18966. CC BY

연구진은 녹색 별과 대조적으로, 지금까지 알려진 별 가운데 가장 붉은 별일 가능성이 있는 천체도 확인했다. WDJ1011+2845라는 이름의 이 백색왜성은 대기의 탄소 농도가 높아 스펙트럼의 상당 부분에 넓은 흡수띠가 나타난다. 이 별이 방출하는 빛은 거의 모두 600나노미터보다 긴 파장에 집중돼 있어 사람의 눈에는 강렬한 붉은빛으로 보인다.

어떤 의미에서 우주는 방금 예상치 못한 색들로 가득해졌다. 원하는 어떤 색이든.

[출처] La única estrella verde descubierta desafía lo que sabíamos del color de las estrellas

[번역] 하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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