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 좀 그만 죽여라”
전농 농번기 대규모집회, ‘개방농정 철폐’ 촉구…명동성당 농성돌입
연일 노동자 시위대열로 넘쳐나던 서울 중심가가 이번에는 농민들의 성난 함성으로 들끓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의장 정광훈)은 7월25일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농축산물 가격보장! 농가부채 해결! WTO수입개방 반대! 2000년 1차 전국농민대회’를 열어 정부와 미국을 강력 규탄했다. 이날 전국에서 올라온 농민 1만5천여명은 ‘개방농정 철폐’라 쓴 혈서를 앞세우고 종묘공원까지 행진했다. 농민들은 수박 등 갖고 올라온 농산물을 거리에 쏟아부으며 응어리진 분노를 토해냈다.
정광훈 의장은 대회사를 통해 “미국의 수입개방강요와 정부의 농업포기정책으로 말미암아 방울토마토, 마늘, 오렌지 등 모든 농산물가격이 폭락하고 있다”며 “이제 전농이 우리 나라 농업정책을 담당하는 정부임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대회에 참가한 농민들은 △개방농정 철폐 △김성훈 농림부장관 사퇴 △한덕수 통상교섭본부장을 비롯한 비교우위론자들 해임 △농가부채특별법, 농업재해보상법, WTO이행특별법 시행령, 농업협동조합법 등 4대개혁입법 수용 △중국산 마늘 재협상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즉각 중단 등을 요구했다.
한편 이날 대회에서는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수십 명의 농민들이 부상당했다. 정광훈 의장 등 지도부는 이날 밤 정부의 개방농정을 바꿔내기 위해 명동성당 농성투쟁에 들어갔고, 전농은 시군의 현장투쟁은 물론 도연맹 순환상경투쟁 등 다양한 방식으로 농민의 요구를 제기해 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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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빚 독촉에 농산물 폭락…’음독’ 줄이어
수박과 나주배가 종로 한복판에 나뒹굴었다. 농민의 삶을 짓눌러온 미국의 국기가 불태워졌다. 이미 시커먼 숯검댕이로 변한 가슴을 안고 올라온 농민들은 자식같은 우리 농산물을 아스팔트위로 내동댕이쳤다. 그러나 벼랑 끝에 선 농민들의 머리 위로 롯데와 사회보험 노동자를 내리쳤던 곤봉과 방패는 또다시 춤을 췄다.
농번기인 한여름에 대규모 농민대회가 열린 건 농민운동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만큼 농촌의 상황이 심각하다는 뜻이다. 35조원에 이르는 농가부채 상환압력에, 차압까지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산 오렌지를 마구잡이 수입까지 덮치면서 전반적인 농산물가격폭락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급기야 지난 5월 경남 함안의 40대 농민은 수박값 폭락과 누적된 농가부채에 못 견뎌 농약을 마시고 목숨을 끊었다. 충남 부여에서는 방울토마토 가격폭락과 농가부채로 시달리다 3명의 농민이 농약을 마셨고, 1명의 여성농민이 목을 메 자살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현승훈 전농 제주도연맹 의장은 “정부가 의지만 있으면 가능한 오렌지 수입제한조치를 하지 않고 있어 감귤농사에 희망이 없다”며 “정권이 끝장나던지 우리 농업이 끝장나던지 결딴을 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경식 전농 광주전남도연맹 의장은 “농업관련 4대개혁입법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농림부 보도자료를 볼 때 이 농림부는 제국주의의 농림부임에 틀림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전농 소속 전국 19개 시군농민회는 지난 20일 농업관련 4개 법령의 제·개정을 요구하며 국회의원사무실에서 농성하거나 항의방문투쟁을 벌인 바 있다. 농림부(장관 김성훈)는 공식입장을 통해 “농가부채대책에 대한 전농의 주장은 현실성은 물론 전혀 타당성이 없는 주장”이라고 비난했지만 전농은 “4대입법은 김성훈장관이 입각 전에 제기했던 것”이라며 “더 이상 여론을 호도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재철 leecc@kctu.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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