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진단> 남북정상회담 이후

(1) 한반도 주변정세변화와 민족통일 전망

(2) 남북경제협력과 노동자의 삶

(3) 노동운동의 대응방향

통일은 이제 구체적 실천·생존의 문제

노동자·민중 대접받는 사회 위해 적극 나서야

어떤이는 6.15남북공동선언이 우리를 탄압하고 있는 김대중 정부가 서명하고 그 성과를 악용하고 있음이 분명하므로 더 이상 그것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한다. 또 어떤이는 6.15선언의 내용과 의의가 제한적이라고 지적하기도 하지만 공동선언 발표 이후 국내외 정세변화는 살로 괄목할 만하다. 한반도 내외의 기존 냉전체제는 급격히 해체되어가고 있다.

미국의 압도적인 군사력을 배경으로 지난 50여년 동안 한반도에 관철돼온 패권적 분단체제(Two Korea) 유지전략이 급격히 수세에 몰리게 되었다. 무력에 의한 세계패권 유지전략의 기초였던 미국의 NMD(국가미사일방어체계), TMD(전방위미사일방어체계) 전략구상도 공동선언 발표 이후 급격히 정치적 수세에 몰리게 되었다. 이미지 조작된 악마(북조선의 지도자 김정일)의 실체가 전세계인들에게 적나라하게 드러나 보이게 되었기 때문이다.

남한 내부에서도 분단억압체제를 유지하는 가장 강력한 장치였던 국가보안법이 그 집행자(대통령과 정부당국) 자신의 지속적인 법률 위반행위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에 폐지가 불가피하게 되었다. 국민여론 역시 최근의 ‘국보법 폐지 국민연대’의 출범에서 보여지듯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일관되게 주장하게 됐다. 또한 ‘매향리미군폭격장 폐쇄 범국민대책위’의 발족과 그 과정에서 보듯 2백여개가 훨씬 넘는 광범한 시민사회단체들이 별다른 이견 없이 주한미군철수 등 민족자주권 확보를 위한 활동에 적극 나서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참으로 유례없는 일로 특히 SOFA 전면개정운동 등 제도권까지 포함하는 반미자주화운동의 전면화와 대중화는 6.15선언의 전환적 의의를 절감하지 않을 수 없게 하고 있다.

이렇듯 급격한 정세변화는 남한 노동자와 민중의 적극적이고도 주동적인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이미 민주노총이 남한 사회의 제반 영역에서 중요한 지위와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노총을 대표로 하는 남한노동자들의 대응은 통일정세의 발전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아내게 될 것이다. 따라서 노동자들은 급격히 발전하고 있는 통일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다음과 같은 과제들을 적극 검토하면서 다가오는 통일세상이 땀흘려 일해 온 노동자와 민중들이 더욱 대접받는 정의로운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자신의 역할을 다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회담 성과를 악용한 김대중 정권의 반노동자적 억압을 분명하고도 철저히 비판하고 강력히 투쟁해 나가야 한다. 통일은 노동자와 민중의 삶의 질을 개선해나가는 운동과정이지 노동자의 생존권을 억압하는 과정이 될 수는 없다. 또한 6.15선언의 1항(자주)의 취지를 보더라도 IMF 등 외세의 눈치를 보며 노동자와 민중을 억압하는 일은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된다.

둘째, 통일운동의 당면 4대 정치적 과제(국가보안법철폐, 평화협정체결, 주한미군철수, 연방제통일)의 대중적 전개와 구체화가 더욱 절실하다. 특히 내용적 측면에서는 연방제통일방안을 합의, 확산해나가는 시기적 중요성을 놓쳐서는 안된다. 이제 이 땅에 살고 있는 분별 있는 성인이라면 누구나 연방제가 무엇이며, 국가연합이 무엇이지를 잘 알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통일은 이제 꿈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천방법의 문제가 되어 있는 것이다.

셋째, 조국통일과제에서 노동자계급의 조직적 개입력을 적극 확대해 나가야 한다. 언제까지나 우리 노동자들은 통일문제는 잘 모르니 학생들에게 맡기고 따라가면 된다는 식의 무책임한 자세로 방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는 경제적 측면에서 살펴보더라도 앞으로 비약적으로 확대될 남북경협과정에서 남북노동자들의 고용불안과 노동조건 저하에 대비하여 남북노동자의 연대와 감시역할이 더욱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로 떠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통일문제는 이미 노동자의 생존권적 문제와도 직결되는 것이다.

이같은 과제들을 조직적으로 대응해 나가자면, 민주노동당이 제안한 조국의 자주적인 평화통일을 위한 제정당단체연석회의 공동소집요구, 남북노동자통일대토론회 의제로 제안된 노동자연대기구(상설연락기구 혹은 공동대표자회의)와 통일기금설치 등이 적극 검토돼야 한다. 또한 범민련 가입을 위한 전국연합의 조직 토의에서 보듯 남북해외상설 연대조직 활동에 남한노동자 대표조직의 능동적 참여방안 문제도 적극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끝>

김영제(민주노총 통일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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