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민족화해’를 내세우느냐
8월이다. 올해는 남북정상회담, 장관급회담에 이어 8.15 이산가족 만남이 예정돼있고, 9월 비전향장기수들이 북으로 돌아가기로 돼 있는 등, 분단 50년 그 어느 해 보다 민족화해 분위기로 들뜨는 8월이다.
하지만 이 경사스런 8월에 민주노총은 나이 쉰이 넘은 위원장이 무더위와 싸우며 일주일 넘게 밥을 굶고 있고, 중앙·산별·지역 지도부가 농성을 벌이는 등 처절한 대정부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남북간 민족화해를 누구보다 기뻐해야 할 노동자들이 대정부투쟁의 수위를 가장 높이 올려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말한다. 민족경사를 앞두고 꼭 그렇게 ‘극한투쟁’을 벌여야 하겠냐고? 우리는 되묻는다. 폭력경찰이 호텔롯데노조 파업을 짓밟은 2000년 6월29일 악몽같은 새벽을 잊을 수 있겠는가? 사회보험노조의 합법파업을 짓밟은 2000년 7월1일을 없었던 일로 할 수 있겠는가? 환한 대낮에 천삼백만 노동자를 대표하는 민주노총 위원장 얼굴에 가차없이 주먹을 날린 2000년 7월10일의 만행을 치떨리는 분노 없이 어떻게 묻어둘 수 있겠는가? 솔개부대가 제2의 광주사태를 방불케 하는 폭력진압으로 임산부와 장애인을 무참하게 두들겨 패고, 쇠파이프로 방패로 군화발로 내리찍고, 착하기만 한 노동자들을 오리걸음 시켜 끌고 간 천인공로할 만행을 응징하지 않고서, 어떻게 감히 이 땅에서 당당한 노동자로 살아간다고 말할 수 있단 말인가? 남북관계 진전의 이유로 이런 만행을 용서해야 한단 말인가?
지난 한 달 동안 민주노총은 뜨거운 태양을 가르고, 불덩이 같은 아스팔트를 한 맺힌 분노의 눈물로 적시며, 강력한 대정부투쟁을 벌여왔다. 롯데·사회보험 파업을 폭력으로 진압하고, 천만 노동자를 대표하는 민주노총 위원장을 두들겨 패는 정신병자와도 같은 야만의 무리들을 역사의 무덤에 묻어야 했기에, 피투성이 맨 주먹으로 돌진해 왔다.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일을 용서하지 않는 것, 이것이 사라지면 정의와 민주주의는 사라지고, 남북간 민족화해의 진정한 뜻도 왜곡되며, 노동운동의 참된 정신 또한 빛이 바래는 것이기에.
투쟁 한 달만에 우리는 마침내 정부를 움직이기 시작했고, 호텔롯데 노사간 실질교섭의 돌파구를 뚫어냈다. 하지만 정부는 대화와 교섭으로 국민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건강보험공단 업무를 정상화하자는 우리의 요구를 아직도 수용하지 않고 있다. 폭력진압 책임자와 폭력경찰을 불러들인 경영자 처벌 또한 외면하고 있다.
우리는 남북간 민족화해를 그 누구보다도 환영하지만, 남북관계의 진전을 악용하여 노동자를 탄압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짓밟는 김대중 정권의 공안탄압은 결코 용납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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