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도노조 파업 장기화의 이면
이사장 행태 건강보험공단과 ‘닮은 꼴’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노조(위원장 김동석)의 파업이 8월8일 현재 공공기관으로는 유례없는 58일째를 맞고 있다. 그러나 공단(이사장 채영석)은 수용할 수 없는 제안만 던져놓은 채 노조에 대한 고소고발을 일삼고 있어 파업을 장기화하려는 음모가 숨어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사고 있다.
지난 7월7일 25차 교섭을 가진 뒤 교착상태에 빠졌다가 20일만인 7월27일 이루어진 26차 교섭은 8월2일까지 계속되다 다시 미궁에 빠졌다.
8월2일, 공단쪽은 최종안이라며 △사내근로복지기금 1백억원 출연 △기본급 8.5% 인상 △무노동무임금원칙 고수 등을 내놓고 “8월5일까지 수용하지 않으면 지금까지의 모든 협상안을 원점으로 돌리겠다”며 엄포를 놓았다. 이에 노조는 하루빨리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대폭 양보한 안을 내놓고, “실무교섭을 통해 충분히 논의해 의견접근을 이룬 뒤 본교섭을 열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공단쪽은 같은 날 저녁 7시 실무교섭이 열리자마자 “노조쪽이 바라는 무노동무임금 원칙의 배제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얘기만 남긴 채 자리를 떠났다. 게다가 공단쪽이 주장하는 ‘퇴직금누진제 폐지’에 대해 노조가 ‘사내복지기금 출연으로 보전하는 조건으로 일단 수용하겠다’고 밝혔는데도 공단쪽은 실무교섭이 끝나자마자 “퇴직금누진제 등이 폐지되지 않으면 정부로부터 각종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의 유인물을 뿌렸다. 마치 노조가 ‘퇴직금누진제’를 고수하고 있어서 교섭이 결렬됐다는 듯 선전해 모든 책임을 노조에 떠넘기고 있는 셈이다.
또 공단쪽은 공공연히 “공단제시안에 8월7일까지 동의하지 않으면 고소고발하겠다”는 말을 일삼더니 실제 8월7일 채영석 이사장이 직접 서울지검에 가서 노조를 업무방해 등으로 고소했다. 8월5일 아침에는 관리자들을 동원해 사업장 안에 노조가 붙여놓은 대자보를 모조리 뜯어내기도 했다.
한편 채 이사장은 3선 국회의원(전북 군산) 출신으로 올해 총선 불출마선언 뒤 7월1일 이사장으로 부임해 박태영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과 함께 대표적인 낙하산 인사로 꼽히고 있다. 게다가 그는 8월7일 임원과 관리자들에게 일괄사표를 받아둔 뒤 “조합원의 업무 복귀율에 따라 고과를 매기겠다”며 윽박지르고 있어 박 이사장의 노무관리 수법과 비슷하다는 인상까지 주고 있다.
이종수 노조 정책실장은 “총력전을 펼치기 위해 외출투쟁 중인 조합원들에게 8월7일부로 복귀명령을 내렸다”며 “회사쪽의 부당한 요구를 꺾고, 반드시 내용과 형식 모두 조합원들이 원하는 쪽으로 타결짓겠다”고 밝혔다.
이황미 leehm@kctu.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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