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호텔 투쟁이 남긴 대우차 투쟁에 있어서의 교훈’

22일자 각종 일간지 사회면에는 양복을 입고 환한 웃음을 머금은 롯데

호텔의 사장이 ‘투쟁’이라는 글자가 선명한 머리띠를 동여맨 노조 잠

실지부장을 끌어안고 있는 사진이 크게 실렸다. 6월 29일 새벽, 천여

명의 조합원이 파업농성을 벌이고 있던 롯데호텔의 파업대오가 폭력진

압된지 두달여 만에 임단협이 타결된 것이다. 사회보험 노조와 함께

올여름의 노동자 투쟁을 주도했던 롯데호텔의 투쟁은 비정규직 노동자

로서 겪어왔던 정규직 노동자와의 차별, 근 이십여 년에 걸쳐 사내에

서 만연해 있던 성희롱, 공권력 투입과정에서의 음주여부와 임산부,

장애인등에 대한 무차별적 폭력 등 많은 문제들이 뒤엉킨 가운데 전사

회적 관심사가 되었었다. 그후 계속되었던 사측과의 협상 끝에 투쟁의

중심사안이었던 비정규직 문제가 ‘4년차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

로 전환하며, 나머지 비정규직 노동자도 순차적으로 정규직화한다’는

것에 합의가 됨으로써 임단협의 타결이 성사된 것이다. 이에 대한 사

회적 분위기는 ‘일단 환영한다’에 맞추어져 있다.

비정규직문제의 심각성과 이에 대해 정부가 더 이상 수수방관해서는

안된다는 사회적 분위기를 일정 형성한 것은 순전히 롯데호텔 동지들

의 투쟁의 성과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롯데호텔의 협상결과 중 우리에

게 아쉬움을 주는 몇몇 대목이 있는데, 성희롱 방지 대책 시행과 파

업참가 조합원에 대한 징계의 최소화, 노사간 고소·고발 취하라는 조

항과 같은 부분이다. 성희롱대책위를 구성하고 127명의 고소인단을 선

정해 법정투쟁을 벌이고 있는 성희롱문제의 경우 롯데의 경영그룹들이

롯데 여성노동자들을 어떻게 대해왔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준다.

게다가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성적대상화가 인사고과나 재계약등과 긴

밀히 결합되어 짤리지 않기 위해서는 그에 대해 어떠한 저항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협상이 지속되는 과정에서도 사측은 기업이미지와 직

결되는 성희롱 관련 고소고발을 취하해 줄 것을 계속해서 요구해왔는

데, 결국 성희롱 방지대책의 시행(성희롱관련 고소고발은 가급적 취하

하도록 노력)이라는 절충 아닌 절충으로 합의가 된 것은 이후 성희롱

대책위의 투쟁이 노조차원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을 사실상 인정한 것

에 불과하다. 그리고 징계의 최소화나, 노사간 고소고발의 경우 가장

핵심이 구속된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 지도부에 대한 징계 건일텐데,

이에 대해서도 상호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는 수준에서의 합의

에 그친 것이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투쟁의 장기화와 치열함만큼,

많은 성과와 그 만큼의 한계를 남긴 것이 롯데호텔의 파업투쟁이었다.

롯데의 경험으로부터 우리는 대우자동차 투쟁의 현 상황과 향후 과제

에 있어서의 많은 교훈을 발견할 수 있다. 지난 4월 11일의 1차 교섭

으로 시작되어 8월 10일의 30차 교섭에 이른 마라톤 협상 끝에 대우자

동차 2000년 임단협은 마무리되었다. 8월 16일 공식적으로 조인된 대

우차 임단협의 주요 합의 내용은 ▲임금인상 44,000원 및 특별 승급 1

호봉 ▲일시금 70만원 ▲단협 19개 조항 ▲고용안정 협정서 ▲(후생복

지, 파업기간 임금, 파업무급코드 삭제 등의)별도합의 5건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대우의 경우 워크아웃과 그룹부도 등을 시작으로 매각을 코앞에 두고

있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장장 일년 여에 걸친 투쟁과 정부, 채권단,

노조간의 협상과 대립이 이어져왔으며, 이 과정에는 매각의 방식과 대

상, 공장의 정상화, 대우노동자들의 고용지속의 문제 등을 중심으로

수많은 쟁점들이 있어왔다. 그런 만큼 대우차의 이번 임단협 결과에

대해 그 자체만으로 성과와 한계를 평가하는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협상결과에 대해 같은 대우노동자 내부에서도 조금씩의 상이한 평가

를 하고 있는 것 또한 그로 인해서 일 것이다. 대우차 노조의 경우 4

개월이라는 협상기간이 보여주듯이 과거 어느 때보다 악조건에서 진행

된 임단협인 만큼 투쟁의 성과라는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현

장조직들의 경우 임금인상이나 후생복지의 미비함과 고용요구안이나

군산, 창원공장문제 해결에 대한 합의의 형식성을 지적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해고 및 징계자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우리는 앞서 말했듯이 대우차 투쟁은 임단협을 끝으로 종결되는 것이

아니며, 임단협 역시도 일년여 지속되어 온 매각투쟁의 연장선에서 사

고해야 한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합의 내용 각각의 의미나 평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강조되어야 할 것은 투쟁의 지속과 강화를 위한

조건들을 임단협 과정을 통해 만들어 왔던가라고 생각한다. 임금인상

이나 복지의 확보 등도 물론 중요하지만, 파업투쟁으로 임금이 안나오

고 체불되고, 경찰과 구사대에 의해 찢기고 짓밟히고, 그런 어려운 투

쟁을 지속하고자 했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지를 절대 잊지 않는 임

단협, 그리고 그의 후속투쟁이 되어야 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보자면 현장조직에서 나오고 있는 징계 및 해고자문제와

대우차매각시의 고용조건과 관련한 노조에 대한 비판은 매우 당연하다

하겠다. 앞서 롯데의 경우를 보아 알 수 있지만 협상에 임함에 있어

많은 합의사항 중 무엇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지를 판단할 수는 없

다. 그러나 무엇이 투쟁을 투쟁답게 하고 노동자를 인간답게 하는지는

분명하게 알 수 있다. 매각후의 고용보장요구는 이번 임단협의 핵심

이라 할 수 있을 만큼 매우 중요하다. 이의 실현을 위한 확실한 장치

의 마련이 부족했다는 비판은, 노동자와의 합의를 밥먹듯이 어겨왔던

자본에 맞선 수많은 투쟁의 경험들을 통해 그 정당성이 충분히 밝혀지

고도 남음이 있다. 또한 잊어서는 안되는 것은 장치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노동자들의 단결된 투쟁이라는 사실이다. 미래 일자리의 보장을

이야기하면서 오늘 동지의 일자리를 포기하거나 방관하는 것은 스스로

의 요구에 대한 자기부정에 다름 아니다. 해고·징계 건에 대해 특별

대책위에서 논의할 것이 합의되기는 했지만, 그 결과에 대한 사측의

어떠한 책임도 명시되지 않은 것은 우려스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해고노동자의 원직복직, 징계자에 대한 부당한 징계철회, 그를 위한

전 조합원의 일치된 노력은 단결된 투쟁의 시작이고 기본이다.

2000년 임단협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가 있던 날, 대우차 매각의 우

선협상 대상자인 포드의 정밀실사가 마무리되었다. 구조조정협의회와

의 인수협상을 거쳐 매각에 이르는 길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난 투쟁

을 더욱 강화해 매각저지에 나서야 하는 당면 대우차투쟁에 있어서 해

고자와 징계자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통한 조합원의 단결과 결의가 절

실하다. 【연대와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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