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의 위원 선임과정에서 민간단체의 의견을 전격적으로 수용하라. 만약 이번 9월초에도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가 출범하지 못한다면 파국의 일차적인 책임은 청와대에 있다.
‘의문사진상규명을위한특별법’이 무엇인가? 이 법의 제정 자체가 국가기관이 국민을 대상으로 살해를 자행했을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국가가 국민의 생명권을 보장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를 앗아가는데 가담했을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권의 가장 기초라할 ‘생명권’을 다루는 이 중대한 사안에 ‘인권 대통령’이니 ‘국민의 정부’를 주문처럼 외워대는 현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의문사는 인권이 아니고 의문사 당한 분들은 우리의 국민이 아닌가? 청와대는 어떤 이유로 민간단체가 추천한 위원들을 전격적으로 수용하지 않는 것인가?
그간 민간단체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의문사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인권단체의 의견수렴’이 절대적인 전제조건이며 위원회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점을 누차 지적해왔다. 이 주장의 배경에는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때론 호소하고 때론 싸우면서 수십년을 보낸 유가협 부모님들의 ‘한’이 자리잡고 있다. 가까이론 지난 98년 10월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국회 앞에 천막을 쳤고, 422일간의 농성 끝에 특별법을 통과시킨 공로가 있다.
특별법이 통과되고 8개월이 다 되어가는 지금 2001년 12월 말일까지로 못 박힌 위원회의 조사활동기간은 하루하루 줄어가고 있다. 청와대는 위원회의 구성을 더이상 미룰 명분이 없다. 민간단체가 추천한 위원들은 법에 나와있는 위원의 자격에 한치의 하자도 없다. 만약 거부하려면 ‘이유’를 분명히 밝히라. 또다시 아무런 이유없이 수용을 거부한다면 김대통령이 내세우는 ‘인권’과 ‘국민’의 허구성이 다시 한번 드러날 것이며 위원회의 출범도 수포로 돌아갈 것이다. 이 모든 책임은 당신들에게 있음을 명심하라.
참고 :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 대하여
————————————
의문사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이 지난해 12월 국회를 여야합의로 통과하였다.
민주화운동에 관련 명예회복 및 보상에 관한 특별법과 함께 통과된 법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올해 1월 두 법에 대한 조인을 별도의 자리를 통해 공개적으로 수행하여, 두 법의 시행에 대한 의지를 공개하였다.
이에 민주노총, 전농, 참여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유가협과 추모단체연대회의 등 민간단체들은 이 두법의 올바른 시행을 위하여 올 3월 “민주화운동 정신계승을 위한 국민연대”(이하 국민연대)를 구성하여 활동하여 왔다.
국민연대의 시행령안 제안에 대해 주무부서인 행정자치부 등 정부부처들은 여러가지 사유를 대며 시일을 끌어 왔다.
올해 7월 우여곡절 끝에 국무회의에서 국민연대의 애초 제안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그런대로 국민연대의 제안이 수용된 형태로 시행령을 의결하였다.
이에 명예회복 법 시행과 관련하여 위원회가 구성되었고 지금 대상자 접수를 받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의문사 진상규명 위원회 구성과 관련해서는 국민연대의 위원7인(위원장 포함 상임위원 3인, 비상임위원4인)에 대한 추천을 정부, 특히 청와대 측에서 거부하고 있다.
민주당과 한나라당 총재단과의 논의속에서 국민연대의 추천을 받아들이기로 이미 합의했음에도 청와대 비서실 측에서 이 추천안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위원들로 위원회를 구성, 위원회 활동을 좌지우지하려는 속셈을 드러내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의문사 진상규명은 정부 권력기관, 그것도 핵심이랄 수 있는 경찰, 검찰, 국정원(예 안기부 및 중앙정보부)에 의해 저질러진 사건들의 진상을 밝혀내고 공권력의 부당한 폭력을 제거하는 어려운 작업이다. 여기에는 추호의 타협도, 추호의 양보도 있을 수 없다. 다만 진실에 대한 규명 – 이것만이 중요할 뿐이다. 이에 대한 실천의지가 있다면, 아니 실천을 위한 쥐꼬리만한 양심이라도 있다면. 그래서 생색이라도 내려면, 최소한 청와대 측은 국민연대의 위원 추천을 즉각 받아 들여야 할 것이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